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심어린 로레인 Sep 15. 2022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

똑똑똑, 초보엄마입니다



이야,

엄마의 비밀 하나 알려줄까?


몸만 아줌마가 되었지 실은 엄마 안에는 여전히 꼬꼬마 모습과 수줍던 초등학생 때와 외로웠던 중고등학교 때와 방황하던 대학시절과 지금도 명확하지 않은 다양한 모습이 뒤엉켜 있단다.


그래서 순간순간 나 잘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수줍은 꼬꼬마의 모습에 아무 말도 못할 때도 있어.


이제 너에게 본격적인 삶의 여정이 펼쳐지겠지

정답이 없는 갈래들 사이에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때론 우리 사이가 벌어질 수도 있고,

서로에게 실망해서 마음 문을 닫을 수도 있고,

네가 엄마에게 화를 내고 멀리 달아날 수 있지만,

엄마가 처음 널 만나서 지금까지 함께 하면서 너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미리 남겨볼래.


세상 그 누구보다 너를 소중하게 여기는 엄마가

세상 그 누구보다 네가 꽃길만 걸어가는 인생이길 바라는 엄마가 말이야.


1.

아이야,

다른 사람보다 네가 스스로를 아껴주길.

너의 안전이, 너의 건강이, 너의 마음이 언제나 먼저야.

네가 보기에 위험하다면 피하고

네가 보기에 다칠 것 같다면 그만두고

네가 보기에 마음이 아프면 거부해도 좋아.


혹시 너를 그런 과정으로 몰아세우는 사람이 있다면,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거나 너와 평생 오래 볼 사람은 아니라는 거야.

그래서 그런 사람의 손은 놓아버려라.


2.

아이야,

치열한 경쟁, 숫자들 사이에서 너만의 길을 찾길 바란다.

간혹 성적표가 자칫 엄마 원대로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있겠지만,

그런 갈등을 이겨내고 너의 길을 찾아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언제나 종알종알 새롭게 습득한 단편적인 지식들을 뽐내며 뿌듯함을 느끼는 네가 어떤 도전들을 그려나갈까? 기대가 된다.


3.

그 길에서 책임을 지거라.

누구보다 성실하게,

누구보다 겸손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의 최고를,

가볼 수 있는 길의 끝을 가거라.

이 세상에서 너만이 가진 달란트가 빛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있단다.

그 길 시작에 굳게 닫힌 문은 너만이 열 수 있어.

그 시작을 엄마가 언제나 응원할게.


4.

때론 엉망인 자신을 마주할 때가 있어.

실수에, 방황에, 맘처럼 안 되는 관계에도

모든 걸 내려놓고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어.

그 자리에서 최대한 멀리멀리 달아나려고 여행을 갈 수도 있고 고립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지.

그러나 기억하렴, 모든 것은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거야.


저수지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도 몸에 힘을 빼고 서서히 물속에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 보면 발이 바닥에 닿고, 다시 필사적으로 벽을 기어올라 다시 물위로 나올 수 있을거야.



이 모든 걸 네가 겪어 더 강하고 보석처럼 굳건해질 수 있다면, 엄마는 너무 좋겠지만,

한편으로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소중한 우리 아들, 마음도 몸도 다치지 않고 세상 잘 살아냈으면 좋겠다.


이제 엄마 품이란 안전망을 벗어나면, 엄마도 모르는, 엄마 손이 닿지 않은 일들과 사람들로 둘러 쌓이겠지.


때로는 달리는 앞사람 등 모습만 보고 뒤쫓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고

때로는 괜히 나를 밀치는 사람에 세상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몰랐던 사실 때문에 괜히 손해를 보고, 미리 배우지 못했음을 한탄할 때도 있을 거야.


엄마도 아직 가야 할 엄마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알 수 없는 막연함에 두려움이 안개처럼 찾아오기도 해.

그래서 나의 길이 여기 이대로만 유지돼도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안개처럼 휘감은 두려움이 사라지고 도전을 격려하는 듯한 햇살이 쫙- 엄마 앞으로 내려올 때면 감사하게 신나게 설레게 한걸음을 떼 본단다.


아이야,

우리 즐겁게 성실하게 하루하루 만들어가자.

함께 하는 지금을 행복해 하면서 말이야.


사랑한다 아주 많이.

매거진의 이전글 고장 난 에어컨으로 일주일간 열대야 버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