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입성하던 날, 아이는 두 손을 꼭 모았다
똑똑똑, 초보엄마입니다.
작년 12월 중순 즘, 퇴근하는데 현관문에 우체국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등기 물이 도착했고 사람이 없어 내일 다시 방문하겠다는 안내장이었다. 등기가 올 게 뭐가 있지? 우체부 아저씨께 연락하니, 부재일 경우 간단히 문자만 남겨주면 우체통에 넣어두겠다고 하셨다. 다음 날 도착한 우편물을 찾아보니, 내용물은 바로 “예비 소집 안내문”.
이제 3월이면 입학하는 예비 초등 큰아이, 언제 이렇게 커서 큼지막한 가방을 메고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거냐며… 시간이 빠르게 쉬지 않고 흐르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아이는 어린이집 우주반 친구들과 같은 초등학교에서 인연을 계속 이어간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이미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다. 매일 엄마에게 “엄마 나도 OO초등학교 가지?”를 재차 확인했고, 나는 아이에게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응, 아마도”.
애매모호한 대답을 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남편과 나는 한동안, 지금 사는 동네보다는 더 오래 정착할 수 있는 동네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어쩌다 보니 신혼집을 내 전 직장 근처에 구했고, 어쩌다 보니 이번 집은 남편 직장과 가까운 곳에 구해 살고 있다. 그렇게 이 동네에서 산 지 벌써 4년이 넘어간다. 동네에 아는 맛집도 많아지고, 아는 얼굴도 많아지니, 동네에 대한 ‘정’ 혹은 아주아주 편해진 익숙함에 새로운 곳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난달, 다시 2번째 전세 계약을 갱신하고 우리는 앞으로 2년 더 이 동네 주민으로 삶을 이어가게 된다. 어쩌면, 우리에겐 아직은 ‘아이 학업’보다는 ‘직주근접’이 우선순위였을지도 모르겠다.
예비 소집 안내문에 아이가 배정된 학교는 아이가 그토록 원했던 OO초등학교. 안도한 아이의 표정을 보자, 나는 새삼 아이에게도 이 동네의 추억이, 관계가 촘촘하게 쌓여있구나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의 세상이 점점 넓어져 가고 있음을, 더 큰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 가까이 왔음을 깨달았다.
지난 수요일, 아이와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한 손엔 입학 서류를 들고 다른 한 손엔 아이 손을 잡고. 내가 8살 때, 처음 초등학교 교문에 들어섰던 그날처럼 공기는 차디찼고, 손은 얼어갔지만, 마음은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뒤엉켰다. 우리 아이에게도 그런 마음이겠구나 싶어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 선생님은 누굴까? 어떤 선생님일지 궁금해요~”
들뜬 아이의 목소리에 나도 아이의 기대감에 힘을 보탤 수 있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 학교생활 더 즐겁게 하면 좋겠는데…”
아이의 표정을 살피기도 전, 아이의 꽉 모은 손이 먼저 내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운동장 한가운데서 눈을 감고 깍지 낀 손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어떤 내용으로 기도했을지는 알 수 없는 침묵이 이어졌지만, 기도하는 아이의 모습은 참 간절함이 묻어나 있었다.
아주 간단한 기도를 시작으로, 나는 이 아이의 등 뒤에서 앞으로 아이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더욱 기대하게 되었다. 참, 육아는 나에게 삶이 은혜의 연속임을 깨닫게 하는 훈련처럼 느껴진다. 뱃속에서 진통을 느끼던 그날부터 지금의 시간까지 그 어느 한순간도 허투루 흐르지 않았다. 이렇게 멋진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이로 성장했으니까.
아가, 나의 아가
네 앞에 펼쳐질 수많은 길이 반짝이는 순간들로 가득하기를
네가 가는 길의 끝에서 너의 꿈을 마주하길 항상 기도할게.
예비소집은 참 간단하게, 서류 제출 및 동의서 날인만으로 끝났다. 아이 친구 엄마들도 기대감이 허무할 정도로 뭐가 없었다는 반응이었다. 그래도 아이와 1학년 교실을 찾아 학교를 누비며, 아이가 오랜 시간 머물게 될 학교의 공간 이곳저곳을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교실, 신발장, 도서실, 돌봄 교실, 운동장 등 곳곳에 아이에겐 학교 생활을 기대하는 마음을 더 북돋는 모든 것으로 채워져 있었다. 새로운 세상을 탐색하는 아이의 발걸음은 제법 가벼웠다. 좋아, 이제 씩씩하게 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