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지친 퇴근길 지하철을 내려오며
이런저런 사람들이 보였다.
아마도 집에 가는 사람, 친구를 만나는지 우르르 가는사람, 장사를 마치고 짐을 끌고 가는 사람,
근처 공원에 가는지 수화기 저편의 사람과
약속 장소를 신나게 떠들며 가는사람...
예전 같으면 퇴근 후엔
기분따라 짝꿍과 함께 외식을 하기도 하고
ㅡ걷는걸 좋아하는 우리는ㅡ
그저 산책삼아 저녁 시장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가볍게 술한잔 즐기기도 하고..
예전 같으면 가끔이나마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떨기도 했었는데..
예전 같으면
아무렇게나 즐기던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
엄마가 된 후로는 도통 손에 닿지 않는..
머나먼 일들이 되어버렸다.
새벽 같이 출근하고 칼퇴를 하지만
칼퇴와 동시에 꽁지빠지게 달려가
육아출근으로 이어지는 하루하루는
아이가 있으므로 행복에 젖으면서도
이면에 잃어버린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 또한 점점 짙어저만 간다.
물론 아이의 존재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늘 보고 있으면서도 보고 싶을 만큼.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기쁨이 넘쳐 흐를 만큼..
반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 그런건지..
엄마가 되면서 포기해야 하는것들에 대한
상실감 또한 별개의 감정으로 하나하나
다가온다.
둘의 삶에서 셋이된다는 것..
둘이던 삶은 완전히 끝이나고
셋인 삶에 적응해야된다는 것.
너무나 당연하지만 겪기 전에는 실감도 예상도
하지 못했던, 깊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그 무게감은 실로 엄청나다..
그런면에서 아직 아기를 가지기 전의
부부들에겐
정말 둘만 있기는 지겨울 만큼
둘이서 싸우고 사랑하고 놀고 볶고 지지고
할 수 있는건 무엇이든 후회없이 다해보고
둘로서의 인생을 마감?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엄마도 처음 부터 엄마는 아니었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선택에
달콤한 시간을 어쩔도리없이 맞바꾼 것일뿐
엄마도 하고 싶은게 많은
할 줄 알고 놀 줄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