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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생활자 Feb 06. 2020

하자는 어느 집이나 있기 마련이다

이쯤 되면 대부분 눈치챘을 것이다. 타운하우스는 주택과 아파트의 중간쯤에 있는 것이 아닌, 여러 채를 함께 짓는 내 집 짓기와 똑같은 개념이라는 걸. 아파트만큼 보안과 관리를 잘해주는 것도 아니고, 일반 주택보다 금전적으로 안전한 것도 아니며, 공동주택만큼 입주자들에게 민감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몇몇 지인들은 물었다. 입주시기가 7개월이나 늦어졌는데 공사 지연금은 받았냐고. 물론 못 받았다. 하자보수는 잘 되고 있느냐고. 물론 잘 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사는 집이라도 하자는 있기 마련이고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러 가지 중 가장 큰 하자는 주차장의 누수 문제였다. 5월 잔디를 깔고 한창 물을 주며 잔디가 쑥쑥 자라길 기다리던 무렵, 잔디밭 아래의 박스형 주차장에 물이 새기 시작했다. 우리 집은 경사로에 위치하여 전면부에 주차 박스와 창고가 있고, 계단을 오르면 집과 마당이 있는 형태이다. 문제는 주차 박스와 창고 위의 방수가 완벽하지 않았고, 마당에 쌓여 있는 흙의 배수 또한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살짝 스미듯 간혹 똑똑 떨어지던 누수가 7월 장마가 되자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집중 호우에 주르륵주르륵 물이 흐르고, 주차장의 조명 하나는 누수로 인해, 결국 수명을 다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잔디밭의 흙을 모두 파낸 뒤, 주차 박스와 창고의 방수공사를 다시 하는 것이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은 듯했다. 건설사는 장마가 끝난 9월 말, 주사기 타입의 충전재를 누수가 있는 틈새 사이사이에 채워 넣는 보수공사를 진행했으나 큰 누수만 잡았을 뿐 작은 누수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고인 물은 어디든 틈을 타고 흐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차장도 주차장이지만, 창고는 거의 무용지물이 되었다. 개방된 형태의 주차장과 달리 닫힌 형태의 창고는 누수와 함께 곰팡이를 자동으로 동행하게 되어 있었고 계절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넣어두려던 우리의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졌다. 하자보수 기간 1년을 기다리며 계속하여 보수공사를 요청하고 있지만, 결국은 사비로 잔디밭을 파헤쳐내게 될 거라는 게 우리 부부의 생각이다.


더 큰 하자는 일부 집들의 실내 누수 문제였는데, 운이 좋게도 우리 집은 해당사항이 없었다. 집 내부에 누수가 있는 경우, 공사도 훨씬 어렵고 원인을 찾아내기도 어렵기 때문에 장기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있어서는 안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하자는 화장실의 악취 문제였다. 화장실 악취는 입주 후 바로 시작되었는데, 변기를 제외한 모든 곳에 트랩 전문가를 불러 재공사를 진행했음에도 별 효과가 없었다. 결국은 변기도 뒤집어 봐야 하는 상황인데, 신랑이 큰 공사는 따뜻한 봄에 하자고 해서 아직 미루고 있는 중이다. 물론 화장실과 관련된 모든 공사는 자비로 충당했다. 우리가 계약한 타운하우스의 건설사는 화장실 쪽으로는 상주하는 현장인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기다림이 답이 되지 않는다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다.


주차장 천장 곳곳에 물이 떨어지고 스미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식으로 자비로 충당한 부분은 자잘하게 꽤 있다. 목재 데크의 오일스테인을 직접 구매해서 바른 일, 마당의 꽃나무를 직접 구매해서 심은 일(원래는 3그루의 준공수를 심는 것이 기본으로 건설사에서 제공해야 함), 수도 막힘으로 전문가를 불러 수도꼭지의 막힌 부분을 해결한 일, 정원의 부동전 마감도 사비로 진행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비용과 노동은 주택살이를 하기로 한 이상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처음 주차장의 누수를 경험했을 때는 속상함에 속이 쓰렸다. 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날에는 페인트 섞인 물 자국이 차에 그대로 남아 주차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하자는 공사 지연만큼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것임에 틀림없고, 입주 후에 일어나는 부분으로 생활의 불편 또한 몇 배로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급한 사람이 지는 싸움이기에 여유를 갖고 건설사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경제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지 고민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서글픈 하자의 이야기는 하자보수 기간이 끝나는 그쯤에 밝은 버전으로 다시 적을 수 있길 바란다. 우울한 이야기를 했으니, 다음 이야기는 집 꾸미기의 즐거움에 대해 적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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