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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생활자 Aug 04. 2020

요즘 보는 유튜브 채널

작년까지만 해도 유튜브를 본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유튜브는 나의 아이가 보는 어린이 전용 방송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편하게 볼 TV 프로그램이 줄어들면서 TV에 대한 대안을 찾게 됐다. 왜 TV가 재미없는지는 모르겠다. 이제 트렌드를 못 쫓아 가는 건지, 너무 볼 게 많아져서 나한테 맞는 채널을 못 찾는 건지. TV 대신 넷플릭스를 볼까도 생각했지만, 워낙 TV로 잉여시간을 때우는 타입이라 TV 중독이 될까 무서워 가입하지 못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나의 유튜브 시청이 시작됐다.



1. 다노 TV (구독자 수 약 68만 명)

그 유명한 '다노 레전드 스트레칭'을 만든 다노TV. 유튜브 시청을 시작하게 해 준 채널이다. 홈트를 하다 보니 애청하게 됐다. 원래 요가를 좋아하는데, 허리가 안 좋아진 이후로 일반적인 요가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졌다. 요가처럼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은 없을까 하다가 조회 수 800만 회가 넘는 '다노 레전드 스트레칭'이 검색되었다. 다노TV를 검색하면 상체, 하체, 눈뜨자마자, 잠옷 스트레칭까지 여러 버전의 스트레칭과 홈트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다노 언니 제시는 나보다 한참 어린 동생인데, 왠지 언니 같이 든든하다. 생각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사회에 끼치는 선한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제시는 다노TV로는 수입이 없으며(그래서 다노TV 영상들은 광고가 없음), <마이 다노>라는 다이어트 컨설팅 프로그램과 다노샵에서 다이어트 관련된 식품과 물품을 판매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유튜브로 무료 운동한 고마움을 담아 <마이 다노>도 몇 달 함께 해보고, 다노샵에서 여러 다이어트 식품도 구매했었다.


다노TV에서 추천하고 싶은 동영상은 [다이어트의 정석_습관 성형 수업 1~6강]이다. 젊은 여상들이 다이어트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부터, 다이어트의 본질과 식이요법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된다. 여성으로서 다이어트는 평생 가져가야 할 숙제와도 같은 만큼 한 번쯤 보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2. 냥숲 (구독자 수 약 40만 명)

정말 힐링 영상이라고 밖에는. 영상의 퀄리티가 무척 뛰어난데, 요즘은 개인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동영상 하나를 꼭 업로드하는 성실함에 감탄한다. 냥숲은 어딘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시골의 오두막 집에서 살고 있는데, 집 주변의 정경을 참 아름답게 담아낸다. 영상의 구도와 화면 안의 색상 톤, 담기는 소리 등 정말 섬세하게 영상을 작업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또 요리하는 모습이 아주 많이 나오는데, 서툰 솜씨로 베이킹을 하고 혼자 먹기 위한 한 끼 식사를 정성을 다해 만들고 있는 느린 화면을 함께 하다 보면 절로 힐링이 된다. 아마 영상에 예쁘게 담으려고 만든 음식을 몇 번씩 다시 만들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냥숲은 '타코'라고 하는 정말 귀여운 고양이를 키우는데, 타코 때문에 보는 사람들도 많다. 왠지 눈빛이 사람을 닮은 고양이라고 해야 할까. 타코가 조는 모습, 타코가 앉아 있는 모습, 타코가 멍 때리는 모습 등 타코 때문에 고양이를 키우고 싶을 정도.


요즘은 자막에 본인의 생각과 하고 싶은 말들도 적어주어서 단지 예쁜 영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통해서 본인의 생각도 표현하는 것 같아 더 멋지다. 조금씩 더 자라는 모습에 매주 알람 설정을 할 수밖에 없는 채널.


추천 영상은 [숲 속 겨울 일상 브이로그, 낮부터 밤까지]. 눈 내린 언덕 위의 감성적인 화면들을 넋을 놓고 보았다. '러브 레터' 같은 일본 영화도 생각나고 '리틀 포레스트' 영화도 생각나는 그런 영상이다.



3. 정혜신 TV (구독자 수 약 2만 명)

정혜신 님의 '당신이 옳다' 책을 읽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SNS를 통해 코로나 19로 정혜신TV가 시즌2로 다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침 코로나19로 실직 아닌 실직을 하고 마음이 힘들어서 이 채널의 영상들을 정주행 했다. 정말 많이, 정말 많이 위로를 받았다. 나처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위로해주는 정혜신 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참 좋았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채널이라 추천 동영상까지만 꼽아보면, [코로나19 이것은 트라우마 상황이다]이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기보다는 '나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해준 그녀가 고맙다. 그 덕에 늪 같은 상황에서 잘 벗어나서 올라올 수 있었다.


 



4. 해그린달 (구독자 수 약 162만 명)

내가 구독한 채널 중 가장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한 채널이다. 놀라운 건 동영상이 별로 많지도 않다. 일주일에 한두 개씩 꼬박꼬박 영상을 올리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구독자를 보유할 수 있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그 이유는 해그린달의 '영상미'와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해그린달 또한 개인이 찍고 편집하는 개인 채널이다. 미취학 아이의 엄마이기도 해서 생업과 육아를 하기에도 버겁기에 간혹 영상이 몇 주 안 올라오기도 한다. ㅎㅎㅎ


나도 디자인을 몇 년 해봐서 알지만, 그쪽 일을 하는 사람들이 디테일에 강박적으로 매달릴 때가 있다. 해그린달의 영상을 보면 그 징그러운 디테일이 살아있다. 그래서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아예 올리지 못하는 것 같다. 보면 화면을 짧게 짧게 편집해서 넣는데, 나도 몇 번의 영상을 편집하고 올려봐서 알지만, 화면을 짧게 넣을수록 편집이 훨씬 힘들어진다. 하지만, 그 어느 때도 타협하지 않고 본인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걸 보면, 퀄리티에 대한 기준이 엄청 높다고 생각된다. 유튜브를 보며 가장 아쉬운 것이 음향이나 음질인데, 그녀의 영상은 음질도 좋다. 음식 먹는 소리도 어찌나 좋은지.


거기에 정말 좋은 건, 그녀의 다정한 자막. 세상의 여러 일들을 겪은 뒤에 가진 깊은 생각들을 자막으로 나눠줄 때 가끔은 그녀의 영상과 함께 울었다. 정말 가슴 깊숙하게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추천 영상은  2주 전에 올라온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에 대하여]. 웬만해선 어디에도 덧글을 달지 않는데, 결국 너무 고맙다고 덧글을 달고 말았다.



5. 시골의 오늘 [은는이가] (구독자 수 약 7만 명)

유튜브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채널인데, 요즘 부쩍 구독자 수가 늘었다. 아마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젊은 부부가 남쪽의 시골 어딘가에서 직접 집을 짓는 이야기. 땅 값은 얼마였고, 집 짓는 데는 얼마 들었고 하는 날 것의 이야기가 나와서 참 좋다. 물론 집 짓는 부부의 엄청난 노-오력이 들어갔지만, 노력에는 큰돈이 들지 않으니. 하지만, 얼마나 많은 공부와 실패와 육체적 노동이 들어갔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하는 부분이다. 그렇게 집을 짓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2년.


이 채널 또한 영상이 참 좋은데, 집 짓는 영상은 남은 자료가 대부분 사진뿐이라 사진으로 보여주는 점이 좀 아쉽다. 하지만, 같은 시골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 주류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고민이나 정체된 삶에 대한 불안을 그리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평범한 삶'이 아닌 삶. 얼마나 많은 말들이 그들을 둘러쌌을까. 그들이 용기를 내줘서 고맙고, 그런 그들이 보란 듯이 지금의 삶을 더 지속하길 바란다.


추천 영상은 위에서 적었던 '정체된 삶에 대한 불안'이 그려졌던 [전원생활 수채화로 힐링하기. 홈카페 그리기] 편이다. 내용은 수채화를 그리는 것이지만, 영상 속에서 '불안을 마주하는 방법에 대하여'라고 적으며  시작한다. 아주 느리고 전혀 발전적이지 않은 그런 시골의 일상. 나도 작년에 무척 힘들게 받아들였던 부분이었다. 지금도 가끔 불안이 몰려오지만, 조금 더 단단해지고 여유로워져서 다행이다.




굉장히 정적인 채널들이다. 시끄럽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영상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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