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훌쩍 넘어 L에게 연락이 왔다.
휴대폰 번호도 아니고, 다시 걸 수도 없는 번호로.
어디냐고 물어도,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가족들에게 왜 연락하지 않느냐고 물어도
L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어서, 무거운 마음으로 울었다.
L이 처한 상황이 짐작되어, 무섭고 떨렸다.
이기적이게도 나의 작은 성이 무너질까봐 겁도 났다.
미안하다고 하는 나에게 L은 미안하다 말하지 말라고 했다.
아마도 우리는 다시 서로에게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끝에 있는 것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오늘 그런 사람을 또 한번 보았다.
그 끝이 너무 무서워 다가갈 수 없었다.
예전 그 사람은 세상의 끝으로 나를 끌어내리려 했지만,
그 끝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는 L이 보였다.
L에게 바라는 그 어떤 마음도 진심이 될 수 없기에
L을 위한 나의 바람을 적을 수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