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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생활자 Nov 09. 2020

프로 민원러의 삶 2편

프로민원러가 되기로 결심한 데에는 코로나로 인해 아이의 초등 긴급 돌봄이 돌연 중단되면서 겪었던 일에 기인한다. 아이는 지난 5월 이후 계속해서 긴급 돌봄에 나가고 있다. 내가 일을 쉴 때는 중간에 많이 쉬기도 했지만, 8월부터 공공근로를 시작하며 결석 없는 근면한 학생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다 8월 말 개학과 동시에 지역 내 코로나 확진자 급증을 이유로 긴급 돌봄이 일시에 중단됐다. 돌봄 교실 선생님은 ‘중학생 중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말했고 학부모들은 그 내용을 조건 없이 수용했다. 아이의 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함께 지내는 구조이다. 아는 엄마에게 낮동안의 보육을 부탁하고 오후에는 내가 그 집에서 아이들을 보는 시간이 일주일간 계속됐다. 그러면서 아는 엄마에게 알게 된 사실은 ‘중학생 확진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긴급 돌봄을 보내고 있는 엄마들의 단체 카톡방에 초대를 받아 가보니 엄마들의 분노가 그대로 전달되었다. 몇몇 엄마들은 군 보건소와 군청, 교육청 등에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있었고 확진자가 있다, 없다, 얘기는 계속 번복되고 있었다. 우스운 것은 초등학교 개학 시점에 중학교는 개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동선이 겹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왜 그렇게 설레발을 치며 학교에 있는 아이들을 급히 집으로 보냈던 것일까. 

그러던 중 돌봄 선생님의 문자가 왔다. 확진자 발생을 이유로 급하게 집으로 가야 했던 그 날의 오후 간식비를 부득이하게 징수한다는 내용이었다. 주문 후 간식을 반납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는데, 학교 측의 성급한 판단과 진행으로 받지도 못한 간식에 대한 비용을 학생 및 학부모에게 전담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어 전화를 걸었다. 

돌봄 선생님은 고작 1,500원의 간식비 부담이 어렵냐는 듯 전화를 무척 불편히 여기는 눈치였다. 그럼 본인이 간식비를 부담해야 하냐며 비논리적인 모습도 보였다. 나는 그런 뜻이 아니며 학교 행정상 먹지 못한 간식비이므로 학교 측에서 해결하는 것이 맞다 여긴다, 부모에게 징수하기 전에 학교와 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했음을 강조했다. 비용의 작고 큰 것과 무관함은 물론이다. 그 이후 먹지 못한 간식비는 다음 회차의 간식비에서 마이너스 처리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학부모들의 민원과 노력 때문인지 긴급 돌봄이 그다음 주부터 재개된다고 연락이 왔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발표한 내용과 달리 아이의 학교에서는 급식 제공이 불가능하니, 도시락을 싸서 등교하라는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직장을 가진 부모들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긴급 돌봄과 급식 제공이었다. 어려움을 느낀 나도 군청의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을 했다. 

담당 공무원은 계속되는 전화민원에 무척 지친 기색이었다. 하지만, 나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며 이렇게 계속적인 의견을 주셔야만 학교행정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원래 이런 결정에는 학교에서 선택지를 주고 학부모에게 선택하도록 하는데, 아이의 학교에는 선택지 안에 ‘급식’에 대한 내용 자체가 생략되어 있었다. 학교장 권한으로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겠지만, 학교에서는 돌봄의 예산, 인력 문제 등으로 급식을 안 하는 쪽으로 지레 결정해버린 듯했다. 

다행히 일주일 후 긴급 돌봄의 급식 제공이 결정됐다. 저학년 위주의 긴급 돌봄은 시골학교의 경우 전교에서 열 명도 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급식 제공은 말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가에서 약속한 내용인만큼 지역과 규모의 차등 없이 이루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교육에는 어느 순간에도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나의 민원 인생이 시작되었다. 앞으로도 나는 불합리한 경우에는 싸울 것이고, 그 싸움에 부끄러워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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