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열 Apr 02. 2023

팀 빌딩 스토리 feat.리얼리즘

라틀라스 Co-Founder | CEO 이정열

이번 글은 팀 빌딩 스토리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공동창업자를 찾았는지, 어떻게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는 Amazon 출신 엔지니어를 공동창업자로 모실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 적나라하게 적어봤습니다.


각 멤버를 데려온 스토리가 나름 재밌어서 풀어보면 재밌을거 같아 이번 글에서는 라틀라스 팀이 어떻게 모이게 되었는지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옥래협 (PO | Co-Founder)

나의 제갈공명이자 뭐든 가능한 맥가이버

➡️ 로켓펀치 프로필

가장 먼저, PO라고는 하지만 마케팅도 하고 서비스 오퍼레이팅도 하고 필요할 땐 디자인도 하는 만능 맥가이버 래협님의 이야기입니다.


봄봄을 할 당시 초기 어떤 멤버를 데려와야 할까 고민하던 당시 제가 세운 기준은 딱 3가지였습니다.


첫째. 내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가

: 스스로를 돌이켜봤을 때 추진력, 리더십, 영업력 등에 장점이 있지만 세부 기획, 꼼꼼함, 시스테마이징 등에 대한 역량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둘째. 정말 똑똑한 사람인가

: 개인적으로 정말 똑똑한 사람은 처음 하는 일이거나 경험이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금방 배우고 잘하는 방법을 찾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스타트업 공동창업자라면 처음 맞닥뜨리는 일이 많기 때문에 더더욱 갖춰야 하는 역량이라고 생각했구요.

셋째. 100%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가

: 위 2가지 장점이 있더라도 서로 100% 신뢰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면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창업에 있어 함께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SW기반 팀 빌딩을 할 때 대표가 메이커가 아니라면 첫 팀원으로 개발자, 디자이너를 생각하는데 저는 직무 상관없이 위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찾고자 했습니다. 기준을 세우고 머릿속으로 제 주변 지인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누가 가장 적합한 사람일까 고민했습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그냥 위 기준들에 맞는 사람으로 가장 먼저 래협님이 떠올랐습니다. 래협님은 저의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후배로 스타트업 학회 활동도 함께 해서 위 기준들에 부합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옆에서 몇 년을 지켜보며 증명된 인재였습니다. 거기다 트레져헌터(국내 Top MCN 중 한 곳)에서 일했던 경험도 있어서 봄봄(유튜브 기반 쇼핑앱)을 함께 만들어가기에 너무 적합한 인재였습니다.


래협님께 제안해볼 생각으로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정열 : "내일 저녁에 뭐 하냐?"

    래협 : "뭐 별거 없는데?"

    정열 : "소주나 한잔 할까?"

    래협 : "ㅋㅋㅋ형 뭐 할 말 있지?" (눈치가 정말 빠른 친구입니다)

    정열 : (간단하게 상황 설명)


건대입구에 대학 시절 미팅할 때 자주 갔던 오렌지룸이 조용히 얘기 나누기 좋을 것 같아 오렌지룸에서 만나 간단하게 근황 공유를 하며 몇 잔 기울이고 바로 노트북을 꺼내며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예비창업패키지 PT 당시 사용했던 Pitch Deck을 가지고 술상에서 발표를 진행했고 모 유명 VC 수석 심사역님께서 이건 될 거라고 했다, 6개월만 해보고 잘 안되면 같이 취업하자, 솔직히 우리 아직 젊은데 6개월은 투자해 볼 만한 거 아니냐는 둥 별의별 감언이설은 다 들이밀었던 거 같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래협님도 같이 사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그날은 둘 다 만취해서 필름도 끊기고 집에 들어갔던 거 같습니다. 다음날 저녁 속은 괜찮냐며 전화를 걸어 자연스레 급여, 지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그 자리에서 전화로 협의가 완료되었으며 다음 날부터 바로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3일 만에 일사천리로 끝났습니다. 래협님이 원체 신중한 성격이라 왜 그렇게 화끈하게 오케이 한 건지 의아했었는데 후에 들어보니 “제 역량에 대해서 이렇게 깊은 믿음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팀에 합류해서 팀을 발전시킬 자신도 있었고, 빨리 합류해서 그 변화를 일궈내어 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로부터 2년이 넘은 지금 역시 제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래협님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와 라틀라스는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저의 정신적 지주이자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고 계십니다. 



이진우 (Tech-Lead | Co-Founder)

나의 자랑이자 뭐든 만들어주는 마법사 feat. 삼고초려

➡️ 링크드인 프로필

래협님과 함께하면서 몇몇 개발자 분들과 일했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결론적으로 SW 기반 스타트업을 하기로 한 이상 테크 리드로 시작해서 추후 CTO 역할을 맡아줄 수 있는, 저와 래협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며 굉장히 똑똑하고 100% 신뢰할 수 있는 공동창업자가 꼭 필요했습니다. 또한, 진우님은 저 그리고 래협님과 큐시즘이라는 스타트업 학회에서 함께 활동하여 어떤 사람인지도 잘 알고 친하며 저희가 생각하는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분이었습니다.


사실 2020년 12월 즈음 래협님과 갓 시작할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당시에는 AWS에 다니고 있어 아쉽게도 함께 시작하지는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는 투자가 남의 나라 얘기였을 뿐 아니라 VC 심사역을 만나본 적도 없는 정말 극극극초기였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때 진우님이 소개해준다고 했던 홍ㅇㅇ 형님이랑은 우연히 다른 경로로 알게 되어 막역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진우랑 안다고 하니 정말 반가워하셔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죠. 이런 걸 보면 정말 이 바닥이 좁은 것 같습니다. 착하게 살자!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이런 고민을 하는 타이밍에 진우님으로부터 아래 이미지처럼 연락이 먼저 왔습니다. 진우님을 데려온 스토리는 기록이 상세하게 남아 있어 실제 당시에 주고받았던 인스타 DM, 카톡 등의 내용과 함께 타임라인별로 어떻게 모셔올 수 있었는지 풀어보겠습니다.


4월 20일 / 연락을 해봐야겠다 생각하던 찰나 신기하게도 먼저 연락이 왔다.

프라이머 20기 데모데이 당일, 홍보 차원에서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업로드했습니다. 이걸 보고 진우님께서 오랜만에 연락을 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아마존에서 일을 하다 22년 초에 한국이 그리워 당근마켓으로 이직을 하셨더라구요. 먼저 연락을 주시기도 했고, 마침 한국이라고 하니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다 싶었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가볍게 예전 각자 네이버, 카카오에서 일할 당시 판교 카페에서 "나 창업한다"라고 선언했던 추억 팔이 등을 하며 첫 약속을 잡았습니다.


5월 2일 /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며 살짝쿵 제안을 해봤습니다.
너무나 데려오고 싶었기에 약속 장소도 신중하게 골라서 3개를 제안했습니다.

가볍게 술 한잔 하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회사 일은 지금 어떤지 등에 대해 묻고 저희 비즈니스의 잠재력과 매력에 대해서도 은연중에 흘리면서 제안 타이밍을 쟀습니다. 진우님이 CTO 포지션으로 창업하고자 하는 니즈를 가지고 여러 도메인을 경험하는 중인걸 알았기에 언제 창업할거냐 그냥 예전에 얘기한 것처럼 형이랑 같이 하자며 농담 섞인 어조로 말을 건넸습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한 3년은 더 회사 경험과 경력을 쌓고 가겠다고 첫 만남에서는 거절을 했습니다. 그때 들어오면 우리 회사는 이미 너무 커져있을 텐데(근자감ㅋ) 지금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둥 약간은 장난식으로 설득을 해보고 그날은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애당초 최소 삼고초려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전혀 낙담하지 않았고 다음 스텝을 준비했습니다.


5월 11일 / 진우님의 집에서 위스키를 한잔 하며 두 번째 만남을 가졌습니다.

진심으로 바라고 원하면 하늘이 돕는다 했던가요? 신기하게도 디캠프 디데이 선정, 정주영창업경진대회 서류 합격 등 중간중간 회사에 대외적으로 좋은 소식들이 생겨서 진우님께 연락할 명분이 생겼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디캠프와 정창경에 감사의 말씀을...ㅎㅎ)

첫자리 때 제가 저녁을 사니 진우님이 다음에 위스키를 집에서 대접하겠다고 하신 것을 놓치지 않고 두 번째 만남 약속을 잡았습니다. (한번 물면 절대 안 놓습니다ㅋㅋ) 위스키 한 병을 둘이 다 비우면서 첫 만남때와는 달리 진지하게 설득을 이어나갔습니다. 재밌는 건 처음에 3년 뒤라고 했었는데 1년으로 줄었더라구요ㅎㅎ 조금 더 노력하면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5월 26일 / 승부수를 던지다.

신기하게도 이번엔 정주영창업경진대회 최종 선발이 되는 소식이 생겨 또 연락할 명분이 생겼습니다. 아예 대놓고 '삼고'라는 워딩을 사용했네요ㅎㅎ 세 번째 약속 만남 전 간간히 진우님께서 스타트업 관련 아티클들을 공유해 주는 것을 보면서 '많이 마음이 동하셨구나 이번에 쐐기를 박아야겠다'는 생각에 모든 수를 총동원하기로 마음먹고 다음과 같은 전략을 세웠습니다.


1. 진우님이 좋아하는 위스키 선물

두 번째 만남 때 위스키 애호가인걸 알게 돼서 성의를 표시하고 환심을 사고자 좋아하시는 위스키를 사가기로 했습니다. 

2. 래협님과 동행하기

제가 설득하는 포인트와는 또 다른 포인트에서 서포트를 해주실 것 같았고, 이미 아는 사이긴 하지만 함께 일 얘기를 함으로써 얼마나 같이 하면 좋은 팀원인지 어필하고자 함께 갔습니다.

3. Term sheet

진정성을 어필하고 더욱 신뢰를 주기 위해 VC에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기 위해 보내는 Term sheet을 응용해 봐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역시 세상엔 쉬운 게 없다고... 진우님이 말씀하신 라가불린이 수입이 안되고 있는 상품이라 강남 일대의 세계 주류 백화점 7군데는 돌아다니다 겨우 찾아냈고 공급이 안되다 보니 가격은 30만 원이 넘어가더라구요. 그래도 진우님이 좋아하실 것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결제했습니다ㅎㅎ (알고 보니 진우님은 나름 배려해서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씀하신 거더라고요 하늘이 더 노력하라고 주신 미션이었던 거 같습니다ㅋㅋㅋ)


실제 프린트해서 폴더에 담아 간 텀싯과 진우님이 발표해 주신 PPT 자료 중 일부

래협님과 함께 열심히 어필하고 설득하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준비한 Term sheet을 주섬주섬 꺼냈습니다.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싶었던 건 그걸 본 진우님이 사실 이미 함께하기로 마음먹었고 본인도 준비한 게 있다며 태블릿을 가져오더라구요... 비록 우리가 친한 사이이긴 하지만 일을 제대로 같이 해본 적은 없으니 본인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커리어를 쌓아왔는지, 어떤 것을 잘하고 팀에 기여할 수 있는지, 반면 무엇은 부족한지 등을 PPT 자료와 함께 설명해 주셨습니다. 정말 감동이었고 역시 내 판단이 옳았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그렇게 도원결의를 다지고 만취한 상태로 기분 좋게 집에 돌어갔습니다ㅎㅎ 

다음날 전화로 몇 가지를 조율하고 계약서를 보냄으로써 약 1달간의 과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물론 당근마켓 퇴사 일정을 맞추고 하다 보니 정식 합류는 1달 정도가 더 걸렸지만) 데려오고 나서 솔직한 마음으로 살짝 걱정도 됐습니다. 진우님이 후회하진 않을까? 하지만 어느 날 진우님께서 지금까지 커리어 중 지금이 가장 재밌다고 말씀해 주신 걸 듣고 감동과 함께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진우님은 단순히 SW 개발만 잘하는 공동창업자가 아닙니다. 비즈니스에 관한 심도 깊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여러 회사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직 관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주시는 등 저의 생각을 확장시켜 주는, 저의 한계를 넓혀주는 사람입니다.



끝으로

좋은 팀원들을 찾고 데려오는 것이 저에게는 마치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는 것이나 손오공이 드래곤볼을 모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좋은 팀원들과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을듯한 느낌) 스타트업은 원맨쇼로 되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 제가 그런 역량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좋은 사람들을 잘 모으고 그들이 100% 아니 200%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 너무나 보람차고 즐겁습니다. 그리고 2년을 운영하던 서비스에서 Pivot을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두렵거나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팀원들이 함께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씬에는 저희보다 훨씬 경력이 화려하신 분들이 많지만 Fit이 맞는걸로만 본다면 상위 0.1% 안에 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팀원들처럼 앞으로도 좋은 분들을 모아 재밌게 고객들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어가보려 합니다!


이번에는 기억도 더듬고 적을 것도 많아 주말 대부분을 글쓰기에 투자했네요... 그래도 적으면서 추억도 새록새록 나고 즐거웠습니다ㅎㅎ


- 우리 팀에 대한 모든 것

작가의 이전글 극초기 스타트업 대표가 글쓰기를 시작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