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틀라스 Co-Founder | CEO 이정열
봄봄을 운영할 적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서비스를 홍보하는 매너를 메고 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벌써 2년 가까이 지난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그때 당시를 회상하며 왜 배너를 메고 다녔는지 그때 감정은 어땠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했는지 왜 그만두었는지 등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배너를 메고 다니게 된 이유
1. (운이 좋다면) 저비용 고효율 바이럴 마케팅
어떻게 하면 돈을 쓰지 않고도 유저를 모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여러 스타트업들의 사례도 찾아보고 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었는데, 21년 1월 즈음 엄청난 폭설이 내렸고 길에서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타는 분들의 영상이 엄청나게 바이럴 됐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젊은 사람이 앱 홍보 배너를 등에 메고 번화가, 지하철 출퇴근 길에 걸어 다니면 일반적이지 않으니까 누군가 이것을 찍어 SNS에 업로드해 준다면 바이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2. 대표의 퍼스널 브랜딩
스타트업 대표의 경우 스타트업 = 창업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퍼스널 브랜딩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유저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대표가 이 정도로 허슬 하는 팀이라는 것이 인재 채용이나 투자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이것만 성공해도 성공한 프로젝트라 판단했습니다.
- 그래서 인재 채용에 도움이 되었나?
호불호가 나뉘었던 거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대표가 이 정도까지 열심히 한다는 것에 대해 믿고 가도 되겠다는 느낌을 받으셨지만 어떤 분들은 대표가 너무 푸시하는 스타일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 그래서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되었나?
이 부분은 확실히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비효율적이라거나 프로다워 보이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듣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VC 관계자 분들은 이런 허슬함을 좋게 봐주셨습니다. 속으로는 다르게 생각하셨을 수 있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그래 보였습니다!
3. 그냥 뭐라도 하자
당시에는 봄봄을 론칭하고 투자나 신보 및 중진공 대출을 받기 전이라 3F(Family, Friends, Fools) Money와 정부지원자금으로 사업을 꾸려나갈 때였습니다. 따라서 현금이 매우 빠듯한 상황이었습니다. 어차피 들어가는 리소스라고는 배송비 포함해서 4만원 정도의 비용과 저의 쪽팔림x100 이었기에 성공 확률이 낮다 한들 잃을 것도 없고 해 볼 만한 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효과는 굉장했다!
1. 비즈카페님의 공유와 바이럴
대학생 시절부터 팔로우하던 비즈니스 인사이트, 스타트업 분야에서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 있는 페이스북 팔로워 1만 명의 비즈카페님께서 배너 메고 다니는걸 보시고는 본인의 SNS에 공유 해주셨습니다. 어찌나 놀랐는지... (비즈카페님 콘텐츠 장난 아니에요! 모르시는 분들은 꼭 팔로우하고 받아보시길 생각을 정리하고 확장하는데 큰 도움이 된답니다ㅎㅎ)
2. 알아보는 스타트업러들
비즈카페님께서 올려주신 덕분에 여러 오픈 단톡방이나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 사이에서 사진이 돌았다고 합니다. 스타트업 분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가서 자기소개를 하면 신기하게도 "어 그 배너 메고 다니시는 분?" 또는 "저희 CTO가 우리도 저렇게 해야 된다면서 뭐라 했어요ㅋㅋㅋ" 라며 알아보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자연스레 사진과 썰을 들려드리게 되면서 대화가 이어졌고 많은 멋진 분들과 인연을 맺기가 쉬웠습니다.
번외로 과거에는 회사를 PR 하는 방법이 공중파 뉴스, 신문 기사 등의 방법 밖에 없었지만 요즘은 회사를 PR 할 수 있는 방법이 이렇게나 다양해진 거 같습니다.
배너를 메고 다니며 들었던 감정
아무리 메고 다녀도 민망하고 부끄럽다
이건 진짜 아무리 메고 다녀도 적응이 안 됩니다. 출근을 하기 위해 문을 나설 때마다 항상 망설이게 되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메고 나갔습니다. 그래서 지하철에서는 저렇게 배너를 앞에 세워두고 고개 숙여 핸드폰만 봤습니다ㅎㅎ
어느 시점부터 메고 다니지 않게 된 이유
뭔가 시드 투자도 받기 전에는 이런 모습이 좋게 보일 수 있었지만 어느 시점부터 프로다워 보이지 않는다는 피드백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허슬함은 보여줬으니 실력으로 증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스탑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목적으로든 회사와 서비스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 출격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끝맺음
배너를 메고 다니며 잃었던 것은 오직 저의 쪽팔림이었습니다. 유저 확보에는 큰 도움이 되진 않았을지라도 그 외적으로 얻은 것이 훨씬 많았기에 좋은 ROI였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너무나 부끄럽고 쉽지 않은 일인데도 해보자고 하니 함께 해주었던 Co-Founder 옥래협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나도 한번 해보겠다 싶으시다면 구글에 등배너, 워킹배너를 검색해 보세요ㅎㅎ
PS
라틀라스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아래 채용 페이지를 통해 보다 자세한 내용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런 배너 메고 다니라고 강요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ㅎㅎ)
� 링크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