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vot : 사업체의 인적 구성이나 기본적인 핵심 기술에 변화를 주지 않은 채 사업 방향만 바꾸는 행위
- Pivot 한 스타트업 예시) 카카오톡 / 토스 / 슬랙 / 트위터 등
Pivot을 결정할 때 마음이 딱 이순신 장군님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좋은 팀, 그동안의 경험, 규모에 비해 넉넉한 자금이 남아있습니다!"
어찌 보면 첫 아이템이 실패한 스토리이기에 괜히 치부를 들춰내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저희 팀이 어떤 마음가짐과 방향성을 갖고 사업에 임하며 빌딩 해가고 있는지도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어필이 될 수 있고, 다른 창업 팀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작성해 봅니다.
각설하고, 오늘은 라틀라스 팀의 피봇 스토리 1편을 공유드리려 합니다. 이번에도 적을 내용이 많아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1편에서는 기존 서비스 '봄봄'을 Drop 하고 피봇을 결정하게 된 이유, 당시의 걱정과 고민, 그럼에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저희 팀은 피봇 전에 유튜브 영상(룩북, 하울, 브이로그 등)을 보다 궁금한 상품이 생기면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쇼핑앱 '봄봄'을 만들고 운영하며 Product-Market-Fit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수만 명의 유저들이 저희 서비스를 사랑해 주시고 리텐션 또한 타 이커머스 앱 대비 높은 편이었습니다. 유저단(앱 서비스)에 집중하여 열심히 성장하던 와중 불현듯 더 늦기 전에 비즈니스 모델 검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저가 무수히 많아진들 핵심 BM이 작동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고 다시 사업 구조를 설계해야 했고, 유저가 더 늘고 나서 하나 지금 하나 크게 차이가 없었습니다.
뒤에 자세한 설명 전에 결론부터 말하면 피봇을 해야겠다 결정하게 만든 여러 부차적인 요인들도 많았지만 처음 세웠던 가설인 “소비자들은 내가 신뢰하고 좋아하는 크리에이터가 영상으로 상품을 추천해주면 결제 편의, 가격, 배송 등 일반적으로 커머스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들이 부족하더라도 높은 구매 전환율을 보일 것이다” 라는 대가설이 틀렸다고 인정한 것이 가장 컸습니다.
봄봄 비즈니스 모델 가설
저희 비즈니스 모델은 타 패션 앱처럼 입점 브랜드로부터 판매당 수수료를 받고 이중 일부를 크리에이터들에게 공유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욱더 열심히 입점 업체의 상품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봄봄을 홍보할 것이고 판매량이 증가함에 따라 입점 업체와 상품 구색 수도 다양해질 것이기에 선순환 플라이휠이 작동할 것이며, 크리에이터들이 MD이자 마케팅 채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적으로 MD조직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마케팅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는 가설이었습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다음의 4가지 세부 가설을 세웠고 4가지가 검증되면 어느 정도 Product-Market-Fit을 찾았다고 판단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만약 순차적으로 검증해 가는 과정에서 검증이 실패하면 사업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가설 1) 크리에이터들이 적은 리소스를 들이고 유의미한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면 유튜브 영상 더보기란에 봄봄링크를 기입할 것이다.
가설 2) 크리에이터들이 봄봄 링크를 더보기란에 기입하면 구독자들이 대거 유입될 거이다.
가설 3) 봄봄 링크를 타고 들어온 유저들은 실제로 상품을 구매할 것이고, 나아가 이커머스 평균 구매전환율(2%)보다 높은 전환율을 보여줄 것이다.
가설 4) 가설2(트래픽) + 가설3(구매전환율) + 비용 없이 유튜브 콘텐츠 제작됨이라는 3가지 소구 포인트로 업체들이 대거 입점할 것이다.
가설1과 2를 검증하며 크리에이터들에게 기존의 저희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Loss leader(단가가 낮은 특정 상품의 수익을 포기함으로써 다른 쪽으로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와 공헌 이익을 고려했을 때 가설3에서 구매 전환율(상품 판매 사이트로 이동한 사람 중 구매를 한 사람의 비율)이 이커머스 평균 구매전환율 보다 높은 3% 이상 나와줘야 충분히 기존 시장의 플레이어들과 비벼볼 수 있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설3에서 막혔는데요, 검증 과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검증 과정
1. 링크프라이스 활용
검증을 위해 직접 결제 시스템 및 배송, 재고 부담 등을 지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기에 검증의 정확도도 크게 차이 나지 않으면서 더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링크프라이스라는 제휴 마케팅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링크프라이스로 변환한 상품 구매 딥링크로 들어가 소비자들이 구매하면 실제 구매 전환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단, 바로 구매하지 않고 찜하거나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다가 나중에 구매한 상품은 추적을 못합니다)
2. 파트너 크리에이터 모집
세부 전략을 설계하고 파트너 크리에이터분들께 상황을 설명드리며 검증에 동참해 주실 의향이 있는지 문의드렸고, 감사하게도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분들이 흔쾌히 승낙해 주셨습니다. (파트너 크리에이터분들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봄봄을 응원해 주셔서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3. 1달간 콘텐츠 제작 + 구매 전환 측정
크리에이터분들께서 빠르게 콘텐츠를 제작해 주시고 유튜브에 업로드해 주신 후 2~3주 정도의 기간 동안 구매 전환율을 측정했습니다.
결과
기존 목표(3%)의 반타작인 1.5%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물론 구매 전환 추적이 가능한 링크프라이스 상품뿐 아니라 추적 불가한 상품들 또한 영상 안에 섞여 있었고 바로 구매한 상품만 추적 가능했기에 실질 구매 전환율은 더 높았을 수 있습니다. (모비인사이드 피셜 평균 이커머스 구매전환율 : 2.06%)
어찌 보면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목표치에 많이 못 미치기도 했고, 결제 편의 개선, 할인 및 쿠폰 제공 등 다른 변수들을 보완하여 구매 전환율을 높이게 된다면 우리가 내세운 핵심 차별점인 크리에이터와 영상 기반 쇼핑이라는 강점이 희석되고 사실상 기존 쇼핑 앱들과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경쟁할 경우 냉정하게 우리가 기존 플레이어들을 이기기는 힘들다 생각했고, 크리에이터들이 홍보나 마케팅에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결국 소비자들은 본질적인 구매 전환 요인(가격, 결제 편의, 배송 등)들로 구매를 결정한다는 것이 저희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일정 수준의 기업은 어떻게든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가 창업에 뛰어들며 만들고자 했던 기업의 모습을 생각했을 때 고개가 저어졌습니다. 이렇듯 이런저런 이유들로 마음은 Pivot으로 기울고 있었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마냥 쿨하게 Pivot 하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봄봄의 유저들, 크리에이터 네트워크, 지출한 비용, 회사와 스스로에 대한 평판이나 시선 등 봄봄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며 쌓아왔던 많은 것들을 잃게 되는 것이 조금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매몰 비용 때문에 옳은 결정을 미룰 순 없었고 평판이나 시선 같은 것들은 나와 팀만 단단하다면 크게 중요치 않다 생각했습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남한테 관심이 없기도 하구요)
팀원들이 동요하진 않을까
너무나 큰 결정이기에 팀 내부적으로 흔들리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공동창업자들을 설득할 당시 봄봄의 사업 계획, 비전 등을 설파했는데 뭘 하겠다는 것도 없이 막연하게 피봇 하자고 얘기를 하면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됐습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얘기를 꺼내자 다들 든든하게 지지해 주어 걱정은 물 씻듯 사라졌습니다.
주주(투자자)분들의 반대와 신뢰 하락 우려
비록 시드 투자의 척도 중 팀에 대한 비중이 높다고는 하지만 당연히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에 매력을 느끼셔서 투자해 주신 부분도 클 텐데 Pivot을 반대 하시진 않을지, 실망하여 신뢰에 금이 가진 않을지 우려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기존 아이템과 아예 다른 걸 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약간의 우려를 표하시긴 했지만 그럼에도 "하고 싶은 거 해야지^^", "뭘 하든 믿어요!"라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셔서 큰 위안이 되었고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라이머! 감사합니다 더블스프링투자조합!
예전부터 주주분들께 투명하게 회사 현황을 공유드리고 신뢰를 다지기 위해 해야지 해야지 하다 바쁘고 정신없다는 핑계로 미루던 월별 주주 업데이트를 믿어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고자 Pivot을 계기로 진행 중입니다. (여담인데 봄봄에 투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더블스프링(봄봄ㅋㅋ)투자조합은 저희를 시작으로 더블스프링투자조합 N호까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저희가 잘 되어야 해요...)
결국 망망대해로 Pivot이라는 여정을 떠나기로 결정했고 너무나 불안정한 암흑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마냥 두렵지만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상쇄시켜 주었습니다.
오히려 동기부여
봄봄은 공동창업자들과 함께 고안한 아이디어가 아니었으나 새로운 아이템은 모두가 함께 고민하여 발굴할 아이템이기에 훨씬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설렘
조금 철 없이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이 설렘을 주었습니다. (원래 매사에 긍정적입니다) 그리고 마침 당시에 유난한 도전이라는 토스의 성장 스토리가 담긴 책이 출판되고 나름 붐을 일으켰었는데요, 책의 초반 내용이 Pivot을 하며 토스라는 아이템을 찾게 된 스토리라 읽으면서 괜히 더 설레고 용기를 얻었던 거 같습니다...ㅎㅎ
마지막 기회 No 새로운 기회 Yes
아 다르고 어 다를 수 있는데 이번 Pivot 결정이 마지막 기회라기보다 새로운 기회라는 느낌으로 더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좋은 팀, 규모에 비해 넉넉한 자금, 그동안 쌓인 경험이라면 이번에 새롭게 다가온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왜 Pivot을 결정하였는지에 대한 이야기였고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아이템 'boildown'을 찾게 되었는지와 그 과정 속에서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 등에 대해서는 2편에 이어서 작성하겠습니다.
저희 팀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아래 페이지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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