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메달 도금은 후세가 해 줄 테니 말야
"쯔쯔쯧....
너거들은 어쩌자구 고추를 달고 나왔다냐?
네 엄마는 잘 키워 넘의 집에 헐값에 넘겨 우짠다냐??
지금 요래 옆에서 커 주는게 효도랴....애기엄마 안되서 우짜노?...가스나 하나 더 낳아라 마..."
아....아침마다 애들 등교시키는데 오늘도 여지없이 딸 여섯을 두신 14층 할머니 매번 같은 레파토리로 내 심사를 뒤집고 흔드신다.
낸들 아들만 둘을 나을 줄 알았던가?
나도 아침에 우아하게 에이프런 두르고 이쁜 도기에 뮤즐리와 우유 건과일을 올려 다정스레 아침을 열고 싶지만, 현실은 두 놈 뒷치닥 거리에 번번히 뒤엎어 깨는 씨리얼 그릇을 당해 낼 재간이 없어 플라스틱으로 바꾼지 오래에 식탁에서 툭닥거리다 우유를 쏟는건 다반사요 건과일 골라 식탁 밑면에 붙여 놓는건 애교수준의 이벤트성 사건이라 고맙기까지 한걸 어쩐다 말인가...
오늘도 양말 뒤집어 놓은 걸 그대로 신길래 뭐라고 나무랬더니
"이따 다시 뒤집어 벗음 내일은 바로 신을 수 있을거에요..."라는 형이하학적?인 나름의 철학이 담긴 명쾌한 대답을 하는 큰놈과 주간학습 안내표보다 한 달 식단표를 더 소중히 여기는 일학년 막내는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 입이 댓발 나와 심각한 표정으로
"오늘은 학교에 안 갈래!!"
"왜 또 이러실까?이러지 말자...응 응 응???"
"오늘 밥이 사체 비빔밥/ 오이쥐 무침이야!!!이거 다 먹는거 아니잖아!!!안 가!!!!"
오색의 유려한 빛깔의 나물들과 탱글 오른 노른자를 품은 후라이에 화룡점정 참기름의 산채비빔밥이 혀의 잘못된 포지션과 목구멍 개폐조절 실패로 '사체? 산채?비빔밥'이 되었고, 소금내와 물기 쫘악 빼고 꼬들꼬들 오이지는 순식간에 다섯개의 귀?를 가진 '오이쥐무침'이 되 버린 것이다.
보고 듣는대로만 판단해도 오류 투성인데 심지어 얘는 바로 보는 시각에 블라인드 내리고 뵈는 그 요상함을 진실이라 착각하는 비상한 재주를 지닌 아이인 것이다.
나는 과연 14층 할머니 말씀대로 불쌍한 아들 둘의 목메달?감 일까???
머리손질을 해 주며 아침마다 리본핀과 헤어밴드의 선택의 딜레마라는 고민 대신에
하늘 높이 뻗친 머리를 물 스프레이로 한방에 숨 죽이는 고급스킬을 장착하게 되었고
샤랄라 튜트 스커트를 입고 뱅그르르 도는 아이의 춤사위에 넋이 나가는 혼미 대신에
트레이닝복 입고 마구 차대고 던져 대는 공놀음 사이에 커브 제대로 먹인 강속구에 맞아 혼절도 경험해봤다.
딸만이 선사한다는 러블리한 잔재미와 드라마틱한 감동을 주지는 않지만
한 방에 훅훅 터뜨리는 다이내믹한 사건사고는 늘 삶을 적당히 조여주는 텐션감이 아들양육의 묘미이다.
이런 내가 목메달?의 수상자는 아니란 말이다.
조금은 힘이들고 되지만
나날이 체득하는 욕의 가짓수에 흠칫 놀라기도 하지만
두성을 넘어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고함과 득음에 감사하는 난 아들 둘의 엄마다!!!
괜찮다
괜찮아
괜찮아...다 잘 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