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2022년
꽃 봄
해마다 꽃피는 봄이면 이웃과 지나가는 행인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분양을 받으러 문지방이 닳는 나름 그 동네 핫플레이스였다.
청포도와 블루베리가 실하게 살이 오르는 틈을 타서는 초대받지 못한 새들까지 후르르 날아들어 쪼아댐을 보다 못한 어르신은 쨍히내리쬐는 옆에 자리잡고 앉아 덜 여문 아직은 연두를 지켜내셨다.
열매 여름
그렇게 지켜낸 애들을 나눔하는 날에는 여지없이 시끌벅적이다. 과실들을 가져가며 놓고 간 풋고추와 상추, 오이와 쌈싸먹자며 부랴부랴 왁자지껄 불판이 깔리고 오랜단골 정육점 아저씨가 우리집 불판에 최적화 된 두께의 고기를 내어 주시면 화로에 석쇠를 올리면 연신 촤락~꿀꺽~우와...아직 어린 우리는 어설프지만 물마시는척하며 서울막걸리와 오비맥주를 홀짝 들이켰더랬다.
그래 가을
하늘이 높아지면 옥상의 생명들도 하늘따라 냉큼 하루만에도 키를 쑥쑥 올려댐이 도시 한복판 빌딩 올라가는 속도와 맞먹는다 여겨졌다. 장 담긴 독들이 키를 맞춰 서 있고, 여러단으로 얼키설키 엮인 옥상처마끝의 매운내와 흙내를 뿜어 존재를 알리는 마늘, 찌부러트릴수있는 최소한으로 몸을 쭈그려 낫빛조차 검붉어 버석이는 건고추들을 하늘에서 내려보니 가을역시 찬란하고 화려하게 물들어갔다.
찬 겨울
온실로 진입하면 그냥둔다. 새봄까진 무심하리마치 내버려둔다.
어르신도 겨울엔 옥상텃밭이 오르락 내리락 버겁다.
그냥 둬두 앞선 3계절 온 내내 사랑받은거 기억과 저장의 힘으로 버텨 본다. 어르신도 그렇게 또 한 철 체력을 비축한다.
새꽃 새순 새싹을 보러 와야하니...
몇십년을 살아 온 당신네들이 손수 시멘트와 벽돌,흙을 올려 지은 정든 자리를 뜨는 부모님의 맘이 불편할거같아 옆에서 계속 말시켰더니 고만하라신다 ㅋㅋ
날이 좋아 바람도 선선히 불어 주어 이사하기 딱 좋은 오늘이였다. 내 삶과 거의 같이 한 나름 동네에선 토박이 집이라 동네주민분들이 인사들을 오셨길래 만두삶고 비빔국수로 인사하실 자리들을 마련해드렸다.엄마는 안 어울리게? 눈물을 흘리셔서 괜시리 같이 자리한 어르신들 모두 글썽이시는 드라마?를 찍으시더니 아빠는 그런 엄마를 주책맞다며 조용히 어디론가 이동하셨고 난 주책의 향연?을 보고야 말았다. 그렇게 당신들의 분신같은 화분과 과실수들을 이웃에게 분양후 이사한 새로운 집에 가시더니 아까와 다르게 또 신이 나셨다. 분명 오전엔 새드무드였는데 말이지...^^
*말로만 듣던 뷰가 좋다.
(뷰는 젊은 내가 봐도 부럽다는 ㅎㅎ)
*장보고 엘리베이터 타고 오르내려 좋다.
(3층을 매일 오르내리니 힘드셨던듯--;)
*계단 청소 안해서 좋다.
(비.눈오는 날이면 늘 걱정거리였는데...)
*스타벅스 가깝구 곰탕집도 가까워 더 좋다.
(나름 어르신들 에스프레소 매니아 ㅋㅋ)
맘이 들뜨고
몸이 떠 버린 공중에서?잠드는 날이 팔십인생 처음인 아파트의 밤을 어찌하시냐며 불안해하시길래 안심하시라며 하늘 멀쩡하구, 땅 무너질일 없으니 맘놓으시고 지내셔도 된다구 백만번?쯤 말씀 드리니 이제서야 환하게 웃어보이신다 . 부디 좋은 날만 가득하신 두분의 생애 처응 아파트입성을 축하드리며 치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