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지고 있다. 노는 사람은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으로 친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순수하게 놀 수 있는 나이는 몇 살까지 일까? 내 기억으로는 일곱 살 때 학원에 가서 덧셈 뺄셈을 배우기 전까지였다고 본다. 그때 다닌 학원 이름도 기억난다. 꾸러기 종합 학원. 학원 가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가는 것도 일이었고 앉아서 문제집을 푸는 것도 일이었다. 하기 싫은 건 다 일이라고 덮어 씌운 셈이다.
그래도 지금에 비하면 90년대는 양반이랄까. 지금은 애들이 직장인보다 더 열심히 학교와 학원 돌림을 당하고 있다. 조카들의 작은 몸이 책상에 결박된 것처럼 보여 안쓰러울 때가 많다. 학생의 일은 공부가 맞기는 한데 교육하는 공부인지 공부를 위한 공부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창의적 교육이라는 말이 최근 들어 들려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계적 공부가 압도하고 있는 듯하다. 요즘 아이들은 공부를 뭐라고 생각할까. 나처럼 일이라고 생각할까.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잘 되었다. 일은 해내야 되는 책임이 깔려있으니까. 싫어도 완수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싫어해도 본인한테 나쁜 일은 아니다.
옛날에는 대학 때 실컷 놀았다는 선배들이 많았는데, 내 세대 (03학번)는 동기들이 취업준비를 했다. 과마다 필수로 치는 자격증들을 취득해야 했고, 대기업의 직무적성검사라는 것이 생겨 원하는 기업의 시험까지 준비해야 했다. 처음 S기업의 직무적성검사 문제집을 보고 취업도 입시냐 하고 마음속으로 기함했었다.
학교에는 취업 준비 동아리까지 있었다. 목적이 너무 확실하다 보니 그 동아리에서 대학생활의 낭만을 찾을 수 있을까 싶었다. 더 크고 깊은 진리와 학문의 연구가 대학의 목적이 아니었던가.라고 하면 어디 달나라에서 온 사람 취급당하겠지. 대학이 도와주지 않으면 취업이 힘든 현실 맞추어 대학도 생존을 위한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진짜 목적은 달나라에 잠시 맡겨두고.
고등학생 때는 공부 안 하던 애들도 책 한 번 뒤적거리는 시기다. 공부는 싫지만 그렇다고 마음 편하게 놀지도 못하겠다고 한다.
중학교는 사춘기만 잘 넘어가면 된다, 중2병 시기만 잘 넘어가면 된다고 하지만, 학원 돌림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그런 병에 걸릴 시간도 없어 보인다. 엄마들이 아플 틈이 없는 것처럼.
어린 나이여도 주어지는 일은 버겁다. 일을 내팽개칠지, 적당히 할지, 열심히 할지. 이 선택지는 사회에 나온 직장인들에게도 똑같이 날아온다.
잘 놀기만 해도 둥가둥가 해주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부모의 가치관이나 교육 방침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짧아지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어차피 졸업하면 일 빡세게 해야 한다. 후회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놀 수 있을 때 실컷 놀아야 할까. 놀기를 포기하고 공부를 해야 할까.
왜 공부만 했을까.
왜 놀기만 했을까.
어떤 후회가 더 나은가. 우리나라는 근로의 의무가 있기는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강제근로금지 또한 보장되어있다. 선택은 엿장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