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증후군과 회귀본능

by thinking cloud

번아웃 증후군.

영혼을 갈아 일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라고 한다.

사회생활 10년 차에 이것이 왔다. 출근하는 날 아침마다 눈 뜨는 일이 괴롭고 회사에서 누가 나를 부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솟구쳤다. 티 내지 않기가 점점 힘들어짐을 느낄 때마다 퇴사의 욕구가 끓었다. 나 좀 부르지 마. 말 시키지 마. 대답은 이렇게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도 답답했다. 이럴 수가 있나 싶을 만큼 피곤했다. 딱히 열심히 일 한 것 같지 않은데 하면서 번아웃 증후군의 이유를 묵살해버리려 했다. 이 얘기를 들은 친구가 말했다.


- 10년 일하면서 열심히 한 것 같지 않다고 말하는 자체가 일 욕심이 많은 거 아냐?

반박할 말이 사라진다.

회사일과 관련한 모든 것이 지겹고 질린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닌 건 다행일까 불행일까. 같이 일한 직장 동료를 지켜보면 다수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

- 내가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는 동료의 낯빛이 시꺼멓다. 그만큼 업무는 하얗게 불태웠겠구나. 안쓰럽다.

번아웃 증후군의 증세는 비슷하지만 맞서는 형태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1. 귀농, 귀촌러.

한국 사람이 도시에서 산 건 한 세기 남짓밖에 안되었다. 귀농, 귀촌은 아직 유전자에 남은 회귀본능이 발현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정년퇴임 12년 남은 부장급 인사분이 있었는데 이 분이 다른 얘기를 할 때는 냉철함 일색이었으나 귀농 얘기만 나오면 얼굴에 웃음기가 돌고 눈에 빛이 들었다. 귀농해서 사과밭을 일구고 싶다고 했다. 사과 농사일 많아서 힘들 텐데요라고 초치는 소리를 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이미 나무 심기, 약 치기, 접붙이기, 수확까지 틈나는 대로 예행연습을 하고 있었다. 적성에 딱 맞더라고 하는 그의 얼굴이 행복해 보였다.


2. 여행러

번아웃 증후군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흔히 선택하는 듯하다.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여행 주의자 중에 한 분은 매일 해외 비행기 티켓을 검색하고, 유튜브도 여행 유튜브만 보는 분이 있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일 년에 두 번 이상 해외여행을 꼭꼭 다녔다. 돈과 시간만 있다면 가족을 데리고 세계일주를 할 터였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여행을 못 가는 지금은 역마가 뻗지 못해 아쉬운 상황이다.

나는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려 일상적이지 않은 곳에 가면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는 하는데 어떨 때는 여행조차 피곤의 한 형태로 여겨질 때가 있다.


3. 취미러

운동, 악기, 그림, 반려동물, 브이로그 등 취미에 심취하여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려는 사람. 근데 옆에서 보기에는 취미에 광기가 살짝 섞였다. 힐링이 되는지 다른 의미로 번아웃 증후군이 오는 건 아닌지 아리송하다.


4. 워커

무기력증이 왔는데 오히려 새로운 일을 벌이는 사람이 있었다. 이열치열 작전이다. 성공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번아웃 증후군 타파 방법은 쉽게 파악하겠는데 정작 나는 어떤 방법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무기력에 생기를 불어넣을 존재나 행동이라. 찾아보기 전에 일단 일 년 정도는 방바닥이 되어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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