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위한 전쟁터. 회사를 이렇게 부를 때가 있다. 한 걸음마다 지뢰가 묻혀있다는 소문의 D M Z처럼 이 전쟁터에도 지뢰밭이 있는데, 회사의 지뢰는 감정이라고 본다. 일하면서 감정이 상할만한 일이 언제 어떤 포인트에서 터질지 몰라서다. 사장의 업무 추궁, 상사의 꼰대 짓, 직원들끼리 오해로 인한 다툼 등이 불씨가 된다. 하긴 같은 사무실에서 얼굴 맞대고 하루 종일 있으면 부딪힐 일 없는 것이 이상하다.
지뢰가 터지면 속도 터진다. 그런 상황을 이해하는 것과 속이 상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속은 똑같이 상하는데 상황을 아니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감정의 지뢰가 터질 때면 직원들끼리 하는 얘기가 있다.
- 억울하면 출세해라.
지뢰 폭발이 반복될 때마다 변화에 대한 충동이 인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전쟁터에 있으면서 오늘 상황이 변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카탈로니아 찬가라는 소설에 보면 전쟁 중에 실제 전투를 하는 날은 며칠 안 되고 그저 추위와 더러움, 배고픔을 버티는 것이 전쟁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회사원도 회사를 버틴다. 버티는데 안간힘을 쓰다 보니 변화를 도모할 체력이 모자라게 된다.
기껏 이직해도 어차피 비슷한 지뢰는 깔려있다. 사업하는 사람의 인생은 바뀔 가능성이 많지만, 직장 다니는 사람의 인생은 바뀔 일이 크게 없다. 한방 욕구가 물씬 오른다. 한 방의 방법을 얘기할 때 또 직원들끼리 하는 얘기가 있다.
- 로또를 사라.
로또 일등 당첨 정도의 변화라면 실행해 봄직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어떤 사람은 로또가 되어도 직장에 계속 다닌다고 한다. 계속 다니는 대신 믿는 구석에 기대어 편하게 다니겠다고 한다. 내가 로또 일등에 당첨된다면 어떨까.
사람은 바뀌는 걸 원할까 원하지 않을까. 첫 직장의 업종을 오래 갖고 가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바뀌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첫 직장이 참 중요하다. 내가 다닌 모든 회사의 대표들이 거의 그랬다. 모두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한 직종으로 밀었던 사람들이었다. 먼저 알았던 것이 오래 알았던 것이 되고 오래 알면 남보다 좀 더 안다는 뜻도 되므로 경쟁에 유리한 점을 무기로 삼지 않았나 한다.
간호사 출신의 간호학원 원장.
어렸을 때 코 흘리면서 구두를 닦다가 구두 사업을 하는 사장님,
어릴 때 젊은 혈기에 돈 벌려고 막노동 판에 한두 번 갔다가 포크레인 기사가 멋도 있고 장래도 있을 것 같아서 포크레인을 기사일을 배우다가 건설회사 사장이 된 사람,
학교 졸업하고 바로 결혼해서 애만 키웠는데 신랑이 의사인 영향으로 그 병원 근처에서 요양원을 하게 된 원장.
대부분 그런 식이었다. 첫 직장의 인연도 인생에 큰 부분을 차지함에 틀림없다.
그런 말도 들었다. 남자는 여자가 쇼핑할 때의 기분으로 여자를 고르고, 여자가 남편을 고를 때의 기분으로 직장을 고른다는 말. 말이 맞고 안 맞고 비약의 정도는 관계없이, 남자들이 생각보다 직장 고르는 일에 신중하다는 데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첫 직장 선택이 실수였다 해도 얽매일 필요는 없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도둑질만 할 수는 없으니까.
직장인은 변하고 싶은 걸까 아닐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체력, 현재 상황, 세월 등등이 변화를 막고 있는데 변하고 싶은 건 오로지 말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