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 기계에 밀려 인간의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지금도 기계가 들어왔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있을까. 내가 다닌 회사들은 반대였다.
작은 고리 하나를 갖고 장인처럼 작업하는 것.
명품 블라우스 만드는 것도 아닌데 초크로 일일이 시루시 그어주는 것.
사장들이 꼴 보기 싫어하는 생산현장의 모습이다. 납기일을 맞추려면 신속 정확하게 공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별거 아닌 걸로 쭈물닥 시간 보내는 것. 그 쭈물거림도 업무의 일부이기 때문에 뭐라 할 수 없는데 사장은 기계로 대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모양이다. 이쯤 되면 내게 지령이 떨어진다. 요즘은 스마트 공장이라고 해서 공장 자동화와 관련한 정부지원 사업이 많은데, 그 내용을 알아보고 신청해야 하는 지령이다.
새로 개발한 제품을 양산할 때 새 기계가 필요하다. 기계는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온다. 내가 구매한 기계들은 백이면 백 다 중국에서 수입해왔다. 중국 기계가 성능이 나쁘지 않고 금액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계를 들여오면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새로운 제품에 매달리느라 기존의 안정적인 매출을 내던 제품을 접는 회사는 없으니 새 기계를 돌리고 관리할 직원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기계만 있으면 모든 공정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코로나 사태로 한 때 귀한 몸이었던 마스크 기계를 예로 들면, 마스크를 찍어내는 건 기계가 하지만 검수나 포장 등은 사람 손이 가야 한다. 마스크 안에 벌레가 들어가 있어도 기계는 골라내지 못한다. 기계가 들어와 일자리가 생긴 상황이다.
사람의 일을 기계가 대신한다고 하는데 일하다 보면 기계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기계에 맞추려고 애쓰는 모습을 본다. 기계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잠시 꺼두는 동안이 담당자의 휴식시간이 된다던지, 기계의 예열을 위해 다른 직원보다 30분 일찍 출근하는 경우가 그렇다. 기계가 생산의 대들보이기는 하지만 기계를 사람이 쫓아가야 되는 상황이 가끔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이 그 기계의 본질을 알고 기계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지에 이르렀을 때 나는 그를 기계기술자라고 칭송한다. 그런 기술자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