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일 아닌 것이 없다

by thinking cloud

모든 것이 일이다. 어릴 때부터 든 생각이다. 일주일쯤 쉬고 싶은데 학교에 가야 할 때, 집에 일찍 가고 싶은데 청소당번일 때가 그랬다. ‘일’에 대한 인식이 잘못 박힌 이유이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은연중에 정의하고 있었다. 일 = 하기 싫다 공식이 입력된 것이다. 그럼 나는 모든 것이 하기 싫은 사람인 걸까.




사회에 나와서 모든 것을 일 취급하는 습관이 더 심해졌다. 회사도 일, 여행도 일, 밥 먹기, 하다못해 물 마시는 것도, 스트레스 저하 및 수분 섭취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제는 일이었던 것이 오늘은 일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이 될 때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잠이 그렇다. 자 둬야 다음날이 편안하다는 압박이 들 때면 잠도 챙겨야 할 일이 된다. 자는 일을 위해 억지로 드라마 정주행을 멈춘다. 하지만 수면은 대체적으로 온갖 일에서 벗어나서 하고 싶은 것 원투펀치에 들어간다.


왜 같은 행위여도 어떨 때는 일이 되고 어떨 때는 아닐까. 나의 피곤한 정도나 컨디션이 많이 좌우하는 듯하다. 피곤할 때는 알람 소리만 울려도 명치가 턱턱 막힌다. 제발 좀 부르지 마. 소리 지르고 싶은 걸 참느라 막힌 가슴속에 불이 난다. 산이나 바다가 간절해진다.


컨디션은 기초체력과도 관계가 깊으므로 평소에 운동으로 체력을 높이려고 마음먹는다. 근데 생각만큼 잘 안된다. 삼시세끼 밥 챙겨 먹는 일만큼이나 체력 높이기도 일상의 난제다.


일이냐 아니냐는 내가 정한 룰에 따른 행동인지 여부도 영향을 미친다. 작은 일이라도 내 의지로 하는 것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하는 것은 감정이 많이 달라진다. 좀 있다 하려고 했는데 꼭 내가 움직이기 전에 엄마가 시킨다. 그러면 절대 하기 싫어지는 경험이 이런 경우다.


사회생활하면서 점점 내 의지로 하는 일이 적어진다. 회사와 관련한 모든 시간, 알람이 울릴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내 의지는 기를 못 편다. 상황과 사람이 시킨 일만 처리해도 하루가 다 가버리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이 쌓여서 모든 것이 일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것이 일을 즐겨야 하는 이유다. 인생이 일의 연속인데, 즐기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 평생을 노동의 고통이라 여기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어차피 일의 굴레를 끊을 수는 없으니 감정이라도 달리하기 위한 방법이다. 일=하기 싫다 공식이 입력된 나 같은 사람에게 유용하다.


어릴 때 아침마다 내 머리를 묶으면서 엄마가 ‘머리 묶는 것도 일’이라고 했다. 그건 엄마에게도 일이었지만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머리칼을 당겨져 가며 버티고 있어야 하는 고난도의 '일'이었다. 어떨 때는 묶은 모양이 마음에 안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머리 묶기를 거부한 적은 없었다. 그건 정말 하기 싫은 일이었을까. 엄마는 일이라고 하면서도 왜 매일같이 갖은 기교를 부려 머리를 묶어주었을까. 머리 묶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 다른 일을 할 때도 자주 일었다면 일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을까.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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