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hinking cloud Oct 24. 2021
매달 급여가 나간다. 일 년이 지나 보수총액 신고가 끝나면 4월에 건강 보험료가 정산되고, 7월에는 국민연금이 정산된다. 최저시급이 오른 만큼 급여도 쥐꼬리만큼이나마 오르기는 하니 당연히 4대 보험 공제 금액도 올라가게 마련인데 올랐다고 말하는 입장은 참 불편하다. 그거 올려줘 놓고 4대 보험까지 더 떼어가냐? 지레 힐난을 받은 기분이 된다.
50대 이상의 직원과 20대 직원의 국민연금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50대는 슬슬 노후를 생각한다. 국민연금을 안내면 곤란하다는 직원도 있다. 20대들은 본인들이 연금수령할 나이가 되면 연금이 고갈된다는 뉴스 머리기사만 보고 국민연금 내기를 꺼려한다. 연금이 고갈되든 어떻든 현행법상 4대 보험은 정규 직원이면 가입이 의무다. 그 돈으로 다른데 유용하게 쓰고 싶은데 그냥 닥치고 내야 하는 것 자체가 싫은 것처럼도 보인다.
4대 보험 가입 사실이 빛을 발하는 때가 있다. 대출받을 때다. 4대 보험에 가입이 되어있다는 건 대외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며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사람이라는 증명 수단이 된다. 같은 수입의 자영업자보다 대출받기가 편하다.
물론 중소기업보다는 공무원, 교사 등 안정적인 직업이 좋지만,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그 사람의 급여액을 우선해서 보고 회사의 갑을병정은 그렇게 까지 따지지 않는다.
대출 연장할 때도 직장은 필요하다.
신규 입사자들이 입사한 지 한두 달 지나 내게 온다. 재직 증명서와 날인된 급여명세서를 발급해달라고 한다. 발급사유를 물어보면 대출 관련이라고 한다. 주택대출 연장인 경우가 많다. 오, 젊은데 집도 장만하고 능력자셨네요. 진심을 담아 말한다. 근데 그렇게 서류해줬던 직원이 한 달 뒤에 퇴사한다. 대출 연장 때문에 입사한 건가 싶을 정도로 잇속을 챙기고 떠나는 사람도 있다.
신규 입사자의 경우 신용카드 회사에서도 전화가 온다. 여러 번 받아서 멘트를 외웠다.
<xx카드입니다. 신용카드 신청하신 분이 계셔서 재직 확인차 연락드렸습니다. 혹시 직원분 중에 000님 계신가요???>
십중팔구 신규직원의 이름이 나온다. 내가 있다고 대답하면 직급이 어떻게 되는 지를 묻는다. 사원이라고 대답한다. 요즘은 카드도 마음대로 안 만들어주는 세상이다. 직장이 필요한 순간이다.
집 때문에 회사를 못 그만두는 케이스도 있다. 요즘은 주택담보대출 인데도 주택만 있어서는 대출이 안된다. 반드시 일정 수입이 증명되어야 한다. 계약서를 쓰기 전에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한다. 집 값이 천정부지인 요즘 주택 구매 시 자금조달에 가장 많은 부분은 역시 대출이다.
재직증명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전년도, 전전년도 원천징수 영수증
그 외 등등의 서류가 대출심사에 필요하다.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는 이 사람이 직장가입자인지 지역가입자인지 여부와 근무하는 회사명까지도 나온다. 4대 보험 가입이 되어있지 않으면 위의 서류 중 일부는 준비를 못하게 된다. 따라서 대출심사 때문에라도 내가 입주할 때까지는 이 회사에 꼬옥 붙어 있어야겠구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내게도 있었던 경험인데, 분양 계약서를 쓰고 바로 다음날 사고가 터졌다. 거래처 직원과 싸움이 붙은 것이다. 전화상으로 붙은 싸움이었지만,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그 퇴사의 욕구가 용솟음치는 순간에 분양 계약서 생각이 났다. 어제 분양계약서만 쓰지 않았더라도 뛰쳐나갔을지 모른다. 내 근속연수를 늘이는데 꼴등공신은 직업의식이요, 이등공신은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요, 일등공신은 대출이다.
가장 좋은 건 4대 보험 가입된 직장인이면서 다른소득도 있는 사람이겠다. 기본적으로 돈은 많이 벌면 벌수록 은행에서 인정해준다. 단, 어떤 기업은 근로자의 사업자 취득을 허용하지 않기도 하니 확인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