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을 하면서 지키기 어려운 일 중에 하나가 삼시세끼다. 하긴 하루 세끼 밥만 해 먹으면 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밥 세끼 준비하고 만드는데 하루가 다 가는 걸 보면 보통일이 아니긴 아니다. 나의 경우, 아침은 잠과 바꿔 먹고, 저녁은 살찔까 봐 적게 먹거나, 간단한 먹거리로 때울 때가 많다. 그나마 하루 중 제대로 챙겨 먹을 수 있는 때가 점심시간이다. 밥을 먹기 위해 공식적으로 마련된 한 시간. 참 소중한 시간이다.
물론 항상 마음 편하게 먹는 건 아니다. 거래처에서 오는 전화로 점심식사시간이 방해를 받으면, 요즘은 콜센터도 한시 이후에 전화하라고 ARS 안내 멘트만 나오고 끊기는데 눈치가 없으시다고 마음속으로 면박을 준다. 어떨 때 점심은 전투식량이 된다. 오후에 일이 산적해 있음을 대비하여 전투적으로 먹는다.
내가 거쳤던 회사들을 보면 밥으로 중식의 해결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회사에 구내식당이 있는 경우 - 매일 식단도 바뀌고, 관리가 체계적이어서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편하다.
회사 직원이 돌아가면서 밥을 만드는 경우 - 직원수가 열 명을 넘지 않아야 가능함. 주로 식사를 책임지는 직원이 있는데, 이 직원이 쉬는 날이면 다른 직원이 밥을 함. 나는 요리가 안돼서 짜파게티만 10개를 끓인 적이 있음.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음.
회사가 계약해둔 지정식당에서 먹는 경우 - 식당까지 가야 하며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식당을 비워줘야 하니 꼭 전 직원이 같이 가서 먹게 됨. 감정적으로 좀 불편함.
회사가 계약한 도시락 업체에서 배달이 오는 경우 - 이건 바로 도시락을 까먹기만 하면 돼서 편하기는 한데 ‘더 먹을까’가 안되기 때문에 보조식이 필요함.
밥 대신 돈으로 주는 경우 - 직접 도시락을 갖고 오는 번거로움. 부지런한 사람한테는 가장 이득임.
그간의 경험으로 봤을 때 점심이 밥이냐 돈이냐는 거의 반반의 비율이었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각자 준비해 와서 각자 자리에 앉아 먹는 풍경으로 바뀌었다. 식대를 돈으로 주니까 사람들이 전투식량에 소홀한 것이 눈에 띄인다. 나이대와 상관없이 본인만의 식습관이 있다지만 점심을 아예 안 먹는 사람, 떡이나 빵으로 때우는 사람, 컵밥만 먹는 동료들이 의외로 많다. 그거 먹고 일이 되냐? 싶으면서도 걱정은 하지 않는다. 저들은 나와 반대로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아침저녁을 제대로 먹겠지. 식습관은 본인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단, 잘 챙겨 먹는 직원을 보면 만족스러운 기분이 든다. 식사 이후 각종 영양제를 먹고 후식으로 고급져 보이는 차까지 한 잔 하는 동료가 있는데, 잘 챙겨 먹는 모습 또한 자기 관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같은 월급을 받아도 잘 먹는 직원, 그렇지 않은 직원이 있으니, 잘 먹는 직원 옆에 있으면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안정감이 절로 든다.
나는 무조건 밥을 먹으려 한다. 하루 중 유일하게 양껏 먹을 수 있는 찬스를 빵 쪼가리로 때울 수 없다. 항상 비상식량으로 냉동 볶음밥을 비축해 놓는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파는 전투식량이 궁금해서 구매한 적도 있었다. 보통은 일요일에 반찬가게에 들러 일주일치 반찬을 쓸어 담아 회사 냉장고에 넣어놓고 먹는다. 반찬가게에서의 내 모습은 모르긴 몰라도 전투적일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회사일도 식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