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이 끝인상

by thinking cloud

긴 머리, 긴치마를 입은 난 너를 상상하고 있었지만 짧은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가 들어오면 일단 면접은 아니라고 봐야 된다. 머리는 아니고, 찢어진 청바지가 문제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날 잡아서 단체면접 보는 정도는 아니라 복장의 규격이랄 게 크게 없었지만, 볼 건 다 봤다.


면접 보러 오는 분들의 차림새는 정말 다양하다. 제일 황당했던 분은 대표 면접 자리에 야구모자 쓰고 온 남성. 설마설마했었지. 면접실 안에 들어가기 직전에 벗으려나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임원 면접 때 모자를 그대로 쓰고 들어갔다. 나이 먹을 대로 먹은 모르는 사람한테 '모자 벗으세요'라고는 못했다. 요즘 이상한 사람들 많다. 이상한 사람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난다. 그리고 면접 때 야구모자는 충분히 이상하게 보인다. 중소기업이라고 우습게 보는건가 싶을 정도로.

회사 생활이 오래되면서 내가 면접관이 아닌데도, 입사지원자 분이 딱 들어설 때 이 분은 가능성이 있겠다, 없겠다를 알게 된다. 촉과는 좀 다른데, 일을 정말 할 생각으로 오는 분은 눈빛이 다르다.


모자 쓴 분처럼 첫인상만 보고 끝나면 상관없지만, 입사해서 일을 하게 되면 끝인상이라는 것도 남는다. 처음에 별 걸림이 없던 분은 퇴사할 때도 마찬가지였고, 처음부터 삐걱거렸던 분은 퇴사할 때도 (퇴사하고 나서도) 애를 먹였다. 첫인상이 끝인상이었다.

회사, 동료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면접 봤을 때 받았던 회사에 대한 인상이 아직도 그대로고, 대표님의 인상도 그렇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까놓고 얘기한다. 꼰대상사 문제. 물론 나도 겪었다. 가는 회사마다 1인 이상의 꼰대가 존재했다. 첫인상이 꼰대인 사람의 인상이 바뀐 경험은 아직 못해봤다. 꼰대의 정체는 입사하면 며칠 만에 탄로 난다. 꼰대는 자신을 숨기지 못한다. 정말 별 것 아닌 걸로 한 번 꼰대 짓을 당하고 나면 그 뒤부터는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고 기를 쓴다. 완전 무시하고 싶지만 업무라는 줄로 묶여있으니 힘들다. 나는 어느 회사에서도 퇴사할 때까지 꼰대를 버티기만 했고, 극복하지는 못했다. 안 맞는 회사 동료. 참 힘든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안 맞는 상사는 끝까지 안 맞고 안 맞는 후임도 끝까지 안 맞다. 그래도 어느 순간 인정하는 시점이 온다. 꼴 뵈기 싫어도 함께 가야 한다고. 아무도 포기하지 않고 존버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 사사건건 부딪히는 사람이 있는 직장생활은 확실히 업무력 저하와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야기하고 체력을 더 소비한다. 이 회사에서는 어떨지 회사와 동료의 첫인상에서 견적이 나온다. 나도 그다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첫인상을 심으려고 애쓴 기억은 없는 듯하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가혹한 첫인상을 가지는 만큼 상대방에게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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