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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롯데프리미엄 Mar 31. 2020

창문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

Designer Interview: 윈도우 페인터 나난

윈도우 페인터 ‘나난’ 이야기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알리고 나누고, 소통하고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며 하루하루 살았던 나의 삶. 기억에 남는 소중한 시간들 속에 언제나 그림과 함께 하고 있던 내가 있었다. 그림 같은 삶이 별거인가. 그림과 함께 하는 이 모든 시간들이 쌓여 그림 같은 삶이 되는 것이다." - 나난 개인전 中



꽃 일러스트. 길 가다 한 번쯤 보시지 않으셨나요? 오늘 소개해드릴 아티스트는 바로 여러 브랜드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로 생동감 넘치는 작품을 많이 선보였고, 지금은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많은 윈도우 페인터 '나난'입니다. 윈도우 페인터라고 하면 낯선 분들이 더 많으실 것 같은데요. 간단히 말하자면 '창문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나난 작가는 '대한민국 1호 윈도우 페인터'로 자신만의 세계를 거침없이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캔버스가 '창문'만인 것은 아닙니다. 종이 위에도, 계단 위 핀 식물 옆에도 그림을 그리죠.


지난 3월 롯데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그녀의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일상 및 자연을 예술로 변화시키는 그녀의 작업 철학과 방식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전시였습니다. 동화 속 세계로 들어온듯한 형형색색의 일러스트 속에 있으니 뭔가 특별하고 좋은 일이 가득할 것만 같은 기운을 전달해주어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팬이 되었습니다.



작업할 때 커피의 온도를 오래도록 유지해줄 수 있는 텀블러, 아이폰, 그리고 기분을 업 시킬 수 있는 향... 따뜻함이 녹아있는 애장템만큼이나 따뜻하고 훈훈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는 멋진 아티스트 나난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가진 재능, 즉 그림 그리는 것을 통해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살아가기를 원하는 작가 ‘나난’입니다.


‘에디터 및 매거진 편집장’ 독특한 이력이 있던데, 예전엔 매거진 관련 일을 하신 건가요? 


광고를 전공한 후 그림을 더 배우고, 공부하고 싶어서 편입을 준비했어요. 그러던 도중 ‘언더그라운드 신의 음악과 스케이트보드, 그라피티, 피어싱, 타투’등 그때 당시 제가 즐기고 있던 문화에 대한 취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일종의 객원기자 아르바이트였죠. 사실 제가 놀던 놀이터에서 일을 하면 되는 거라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러다 정식 기자로 입사를 권유하셨던 편집장님께서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저에게 일러스트레이터로서도 활동하게 해 주셨던 것이 계기가 되어 매거진 쪽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사실 매거진 안에는 모든 것이 다 복합적으로 들어있거든요. 제가 전공한 광고 일, 콘셉트를 잡고 카피를 쓰고 홍보를 하고 또 예술을 접목하고 표현하는 일 등, 모든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들이었어요.

롯데리아 홍대점, 2007
서울타워, 2008 


그럼 어떻게 ‘윈도우 페인터’란 직업을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매거진 쪽 일을 한 지 4-5년 정도 흘렀을 즈음, 더욱더 또렷하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집중하고 싶다는 결단을 내렸죠. 입에 물었던 하나의 뼈다귀를 내려놓으니 ‘창문’이라는 캔버스가 제게 찾아와 주었던 것 같아요. 우연히 친구 집의 창문에 장난 삼아 그림을 그린 것이 그 시작이었는데, 종이와는 다른 '투명함과 배경, 빛과 소통' 등 요소들의 매력에 빠져들었죠. 그때부터 ‘윈도우 페인팅’이라는 이름을 짓고 윈도우 페인터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 아티스트로서의 첫 발걸음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윈도우 페인팅뿐만 아니라 윈도우 트리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사실 과거에 머물러 추억하고 옛날 얘기 곱씹는 것은 제 타입은 아닌데요. 단 예외적으로, 미래의 시점에서 과거를 끌어오는 건 좋아해요. 그러니까 현재 시점에서 가장 최근에 한 작업들이 기억에 남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되길 바라는 사람이거든요. 제 스스로도 그렇고 작업의 결과와 완성도로써도 그렇고요.

그런 의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아무래도 올해 연 제 첫 ‘개인전’인 것 같아요. 그룹전은 많이 했었는데 개인전을 정식으로 연적이 없었거든요. 아무래도 전시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다 보니 스트레스나 힘이 많이 들어가서 미뤘던 것 같아요. 과거에 했던 작업들의 모든 아카이빙과 윈도우 페인팅, 롱롱 타임 플라워 작업들 모두를 한자리에 선보인 전시였어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때가 돼서 롯데갤러리와 제 에이전시의 제안으로 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좋아해 주셨거든요. 이 전시를 통해, 저 역시도 또 다른 성장을 하게 되고 다음 전시를 해야 하는 이유와 원동력까지 생기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로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혹시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추구하는 아이덴티티가 있으신가요?  


처음 제가 제 자신을 소개한 문장에서 눈치채셨을 수도 있으실 것 같아요. 작업의 환경, 소재나 스타일은 바뀔 수 있어도, 그 안에 닮긴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 그림을 그리는 이유, 목적, 삶의 태도는 지속된다고 생각해요.


요즘 SNS 곳곳에서 보이는 작품 ‘롱롱 타임 플라워’. 특히 지난달 리한나가 내한했을 때 레드 카펫 위에서 든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롱롱 타임 플라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왜 그림을 그리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그림을 그릴 때 가장 기쁘고, 이것을 통해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롱롱 타임 플라워’라는 작업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또 제 그림을 판매하고 전시하는 기존의 방식에 대한 회의감과 의문 속에서,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 그림이 감상되고 소장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해져 이 작업에 녹아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저의 환경, 제 가까운 사람들과 친구들의 소중한 순간, 간직되길 원하는 추억들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것에 많은 분들께서 공감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작품을 완성하는 데까지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글쎄요. 작업에 따라 다릅니다만, 작업을 실행해서 완성하는 시간보다는 제 안에서 품고 있다가 실행을 하기 전까지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사고와 숙성의 시간들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보통 많은 예술가들이 일상 속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으시나요?  


예전에는 자연이다, 여행이다, 사람이다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를 마시며 숨을 쉬는 것같이 최대한 국한되지 않고 다 열어놓는 편입니다. 제게 주어지는 그 영감을 받아들이기 위해 언제든지 깨어있는 자세가 더 중요하단 걸 알게 된 거죠.


〈LONG LONG TIME FLOWER NO.186〉, 2018
〈LONG LONG TIME FLOWER NO.189〉, 2019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멘토가 있나요?  


제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인가, 한국적인 것을 세계로 알리고 활동하는 현존하는 아티스트들을 보면 참 좋고 자극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음악, 영화, 미술 등의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요.


그렇군요. 앞으로도 작가님의 작품을 보여줄 개인전을 열 계획이 있나요?  


내년에 홍콩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열고, 다시 서울로 이동해 선보일 계획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브랜드나 기업과의 협업이나 SNS를 통해서도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꼭 전시를 통한 방법에 국한을 두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표현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작업들이 있다면 어떤 방법과 매체든 간에 자연스럽게 그에 어울리게 선보여드릴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최종 목표 혹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제 작업을 보다 더 크게 더 넓게 나누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게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그보다 작업을 향한 제 삶의 태도를 지속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제가 가진 재능, 즉 그림 그리는 것을 통해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살다 보면 그 길의 끝 어딘가에 이러한 태도를 가지고 살아온 결과가 있겠죠. 목표나 결과도 중요하지만, 제 마음가짐과 과정이 더 중요하고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내년에 있을 전시들과 프로젝트들, 그리고 엄마와 함께 하는 해외여행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과 같은 길을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아티스트라면 어떤 환경과 경험도 작품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부정적인 것일지라도 환원시킬 수 있는 거죠. 이 세상에 태어나 하나밖에 없는 나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스스로 소중히 여기고, 나에게 주어진 삶의 여정을 잘 행진해 나가시길 축복드려요.



에디터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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