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er Interview: 제이청의 정재선
누구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패션 업계의 흐름 속에서 찬찬히 본인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적립해가며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발전시켜온 브랜드가 있습니다. 지난 2019 대한민국 패션대전에서 대통령상인 대상을 수상한 정재선 디자이너의 제이청입니다. 제이청이 탄생하는 그곳, 제이청의 작업실에서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저는 패션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옷을 만들고 싶었고, 제가 생각하는 비주얼을 구현하고 싶은 욕구가 많았어요. 그래서 디자인과 브랜딩 작업을 꾸준히 하면서 대학 강의를 했는데 학생들에게 제 의도와 발전 과정을 전달하려다 보니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했던 것 같아요. 이 과정이 브랜드를 만들게 된 초석이 되어준 것 같아요.
제이청은 ‘나’로부터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내가 입고 싶은 옷, 내가 필요한 옷, 나를 편하게 해 주고 부담이 없고 관리도 용이한 옷이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인간은 누구나 필연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불완전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 철학과 예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철학과 예술에서 소재를 찾아 패션으로 재구성합니다.
앞으로는 제이청도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려고 합니다. 유럽의 쇼룸에 참가하고 해외 포토그래퍼, 브랜드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브랜드를 알릴 생각입니다.
힘들었던 시절이 제일 생각나는 것 같아요. 모든 것을 혼자서 해야 했던 때요. 30킬로짜리 트렁크 두 개를 끌고 중국 전시에도 다녀오고, 대중교통을 타고 런던, 밴쿠버, 뉴욕 등을 오가며 전시도 하고 패션쇼도 했어요.
고객과 소통하고 제 옷을 좋아하시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는 알기 어려운 좋은 점을 칭찬받을 때, 그리고 고객님들이 제 브랜드 옷을 입음으로써 행복하다고 하시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해주실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영감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어요. 일상에서, 책을 보다가,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다니면서… 영감의 소재는 예전에는 예술작품에서 주로 만나게 되었었는데 요즘은 특히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많이 느껴요. 나이가 들었나 봐요.
너무나 많아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들을 꼽자면 예술적인 표현에 꽂혀있던 디자인 초기엔 알렉산더 맥퀸, 상업화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하던 시절엔 피비 필로의 디자인을 많이 분석했어요. 드로잉은 후세인 샬라얀의 그림을 많이 참고하고 공부했고, 컬러에 대한 공부를 할 땐 순수 예술 분야의 아티스트 작품들을 많이 들여다보았죠. 좋아하는 아티스트로는 게리 흄, 마티스, 조셉 보이스 등을 좋아하고 컬러를 해석하는 방식과 작품을 전개하는 방식에서는 데미안 허스트, 고흐, 프린시스 베이컨 등을 많이 참고하고 분석했어요.
여러 사람들과 제가 겪는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의논해요. 제 생각과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오픈 마인드로 저와 다른 시각의 해석을 듣습니다. 새롭게 접근하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되고 생각지 못한 해결 방법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럼요. 너무 많죠. 너무 많아서 다 정리하기 어려워요. 디자인을 전개하는 측면, 대인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브랜딩, 사업적인 측면 등등.. 그래도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는다면 첫 번째는 진정한 자아탐구, 두 번째는 자아탐구를 통한 진정한 협업, 즉 다원화를 이루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적이고 가치지향적이고 실용적인 방향이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흔히는 패션과 거리가 있게 느껴지는 덕목들이지만 저는 이런 게 제가 개척할 수 있는 차별화된 패션을 만들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이런 점들을 잊지 않을 거예요.
평소 정재선 디자이너의 인스타그램(@jaesun_chung)을 팔로워 하며 제이청 고객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던 에디터는 제이청을 입는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마치 제이청처럼 본인이 무슨 말을 전하는 것보다는 노력해서 고객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이끌어 내겠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늘 연구하고 노력하겠다는 그녀. 인터뷰 후 앞으로 제이청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에디터 조유미
포토그래퍼 민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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