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생각

어른이 되어간다는 감각

by 이신우

누구나 선물은 좋아한다. 대부분 선물을 떠올리면 받았을 때의 기쁨을 먼저 생각한다. 나는 받는 선물도 좋지만, 주는 선물을 더 좋아한다.


선물은 기능이나 쓰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내가 필요해서 사는 물건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선물에는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다. 그래서 그 물건은 단순한 소유를 넘어,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선물로 받은 것들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 안에는 상대의 마음과, 그 마음을 받아들이던 나의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이미 나만의 것이 되어버린 물건 앞에서 함부로 치우지 못하고 한 번 더 손이 머문다. 간직하는 동안, 그때의 온도와 표정까지 함께 남는다.


선물은 꼭 손에 잡히는 것일 필요도 없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의외의 순간에 건네받은 격려와 응원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선물이 되기도 한다. 마음이 담긴 편지 한 장, 급히 적어 내려간 쪽지 하나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이 머물렀다 간 흔적이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시간과 마음이 함께 담긴 선물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많은 선물을 받아왔다. 그래서 선물을 줄 때면 내가 받았을 때의 마음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 선물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말하는 변화는 인생 한방이나 극적인 역전 같은 것은 아니다. 마음이 조금 따뜻해지고, 괜히 감사한 마음이 생기고, 하루를 버텨낼 용기가 하나 더 생기는 것. 그리고 언젠가 그 마음을 또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어지는 것. 그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 사람은 조금씩 달라진다.


요즘 시선이 자주 머무는 후배가 있다. 밝고, 맑고, 늘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친구다. 오늘 그 친구에게 선물을 했다. 채찍과 목끈, 말을 탈 때 꼭 필요한 것들이다. 채찍에는 우승을 많이 하라는 마음을, 목끈에는 무엇보다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리고 짧은 말 하나를 덧붙였다. “넌 내년부터는 더 잘될 거야.”


나는 말의 힘을 안다. 말은 가볍게 흘러가는 소리가 아니다. 사람을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때로는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말하는 대로 된다’는 말을 믿는다. 그 말 한마디가 하루의 태도를 바꾸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바꾼다는 걸 나는 현장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수없이 보아왔다.


나이가 먹어도 늘 아이이기를 바랐다. 실수가 쉽게 용서되고, 책임이 무겁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말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동안 받아왔던 것들을 이제는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어질 때, 비로소 어른이 되어간다는 걸 알게 된다는 생각.


받는 기쁨보다 건네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드는 걸 보니, 나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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