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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 Jan 05. 2024

다시 기타를 잡다

나의 기타

9개월 만에 기타를 다시 시작했다. 기타 연습실 장소가 달라져 있었다. 새롭게 단장한 기타 연습실이 그전보다는 많이 다른 분위기였다. 예전에는 드럼 연습실도 있었고 개별적으로 연습실이 분리가 되어 있었는데 새롭게 이사 온 기타 연습실은 오픈된 공간에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도 설치되어 있었다. 무대 뒤 벽면을 통째로 거울을 설치해서 훨씬 더 개방감을 주었다. 묻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기타 선생님이 따로 독립해서 기타 연습실을 새로 장만한 듯한 예감이 들었다. 예전에는 드럼 선생님과 동업을 하고 있다고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기타 선생님께서 독립을 하고 싶은 속내를 나에게 살짝 언급을 하셨는데 그 소망을 이루신 듯하다.


기타 연습실 분위기는 나의 기타 선생님 분위기와 취향에 딱 맞게 잘 꾸며 놓은 느낌이었다. 특히나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선글라스를 낀 곰인형.

곰인형만 봐도 나의 기타 선생님의 감성을 한 번에 설명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9개 윌만에 처음 잡은 기타라 연주 시작 전에 조금 긴장은 되었다. 그런데 몸의 기억력이란 참 신기 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조금은 어색하긴 해도 금방 코드가 자연스럽게 잡히고 끊김 없이 연주를 하더라는 것이다. 자전거 타는 것도, 말을 타는 것도 이와 비슷한데 기타 연주도 여전히 오랜 공백이 있다 해도 완전히 제로가 되지 않고 기억을 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신기해하는 나를 보고 선생님께서도 웃으시며

"머슬 리멤버는 놀랍습니다"라며 농담을 건네셨다.


다시 시작하게 된 기타. 나의 우울과 공황, 여러 힘든 사정 때문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나 변명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기타를 치는 순간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아니까. 다만 거기까지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웠는데 이제는 밖으로 나가기로 나와 약속을 했으니 멈추지 않고 기타는 열심히 배우는 걸로. 그리고 꼭 목목표하는  oo이라는 곡을 반드시 마스터하는 날까지, 아니 그 이상의 어떤 곡이라도 연주할 수 있는 날까지

기타는 손에서 놓지 않을 작정이다.


오늘은 특별한 일정 없이 오후 5시 기타 레슨 한 가지 일정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전부터 하루종일 5시 기타 레슨 약속만 생각하고 안절부절 아무것도 못하고 언제 나가는 게 제시간에 맞춰서 갈 수 있을 지시계만 수시로 확인하며 불안해하는 내가 아직은 걱정스러웠다. 성격답게 30분 일찍 도착했다.

기타 선생님과는 수년간 알고 지내면서 술자리도 여러 번 하며 편안하게 이어온 인연이다. 그래서 그런지 레슨실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도 나를 신경 쓰지 않고 다른 레슨생에게 집중하는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이 레슨 받는 모습도 멀찍이 바라보며 연주도 듣는 것이 마음의 여유를 갖는데 도움이 되는 듯했다.


긴 공백 끝에 다시 시작한 기타 연주. 2024년 첫 기타 연주이기도 하다. 12월까지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나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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