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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 Jan 12. 2024

반가운 손님과 글쓰기

반가운 손님이 내 방을 찾았다. 서울에서 근무를 하다가 부산으로 발령을 받아 2년간 타지에서 근무를 하고 1월 부로 다시 서울로 돌아오신 분이다. 십수 년간 가깝게 지내고 해외여행도 몇 차례 함께 다녀왔을 정도 사이면 친한 사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그분은 방송팀 PD 신데 업무적으로도 함께 할 일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친하게 되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식사도 안 하고 나를 찾아왔는데 딱히 대접할게 마땅치 않았지만 나름 정성껏 대접을 했다.


지난주 주말에 이틀 동안 글을 브런치에 올리지 못했다. 그날에 그분이 나를 찾아왔었는데 만날 수 없었다. 그날 나는 누구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죄송하단 사과 말을 하고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방문 앞에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힘내라는 카톡 문자를 남겨놓고 발길을 돌리셨다. 2년 만에 찾아온 손님이었는데 그 이후 그렇게 보낸 일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오늘은 양손을 번쩍 들고 환영인사를 격하게 했다. 함께 방에서 식사를 하며 서로의 근황에 대한 얘기를 시작으로 대화가 이어졌다(수다라고 해야 할까?ㅋㅋ).

여전히 글을 쓰냐고 내게 물었다. 작년에 몇 차례 내가 쓴 글을 보여 준 적이 있는데 그것을 기억하는 것 같았다. 지난해에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저자 이신 최인아 작가님도 직접 만나고 온 적이 있다. 작가도 찾아다니며 글쓰기에 한참 관심을 보이던 내 모습이 좋아 보였다고 했다. 그 당시에도 우울하고 힘든 삶에서의 돌파구로 독서를 하고 글을 써보자고 마음먹기 시작한 즈음인 것 같다. 지금도 글을 쓰냐는 질문에 지난해 12월부터는 매일 짧은 글이라도 꼭 쓴다고 대답했다. 그분이 글을 쓰는 게 어떤 도움이 되냐고 물었다. 우선 글을 쓰면서 내면의 나를 들여다볼 수 있고 어떤 것도 의식하지 않고 나 스스로와 대화를 하면서 편안해진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하지 않고도 심심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전혀 외롭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내가 어디에 글을 쓰는지는 절대 알리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다.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천사들이 그곳에서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공감해 주고 응원도 해준다고. 그래서 글쓰기가 살아가는 힘이라고 얘기를 했다. 그 외 얘기한 장점들도 무수히 많았지만 한참 나의 얘기를 듣더니 본인도 글을 써야겠다고 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왜냐하면 지난해 그분도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었다. 내가 다니는 병원에 함께 동행을 하면서 서로의 아픔을 공유했었다. 아마도 본인도 우울증을 극복해 보자는 의지를 가지고 내게 물어본 것 같다.


최근 나의 우울증은 기복은 있지만 조금씩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는 느낌이 드는 것은 확실하다. 기복은 있지만 다듬어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다듬는 역할은 단연 글쓰기가 1등 공신인 것은 사실이다.


편안하게 대화를 하고 점심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에 그분은 내 방을 나섰다. 오랜만에 사람과 긴 대화를 나눈 시간이었다.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하고 고민을 했는데 앞으로는 글감에 대한 고민도 특별히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한 글자라도 쓰기 시작하면 뭐든 써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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