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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 Jan 11. 2024

인스타처럼 브런치도 가능

인스타그램 계정을 닫은 지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어디 있든 어딜 가든 사진을 찍고 인스타에 업로드를 했다. 한 때는 하루에도 몇 개의 게시물을 업로드하면서 좋아요 개수를 확인하고 인스타 친구들의 삶도 엿보며 사는 게 소소한 재미였고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너무 보여주기식 인스타 속의 내 모습이 가식인 것 같았다. 솔직하지 않은, 때로는 나의 삶을 타인들이 각자의 시각대로 해석하며 피드백이 올 때 상당한 피로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sns라는 것이 나를 표현하는 한 가지 도구이며 방식인데 대부분 올리는 게시물은 조금의 허영과 가식과 과시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나름 솔직한 심경을 담은, 또는 당시 나의 상황에 대한 게시물을 몇 차례 올린 적이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주변 지인들이 걱정 섞인 연락이 왔고 더 나아가 순식간에 현실보다 더 심각하게 나에 대한 부풀려진 소문이 도는 것이다. 소문이란 게 사람입을 통해서 얼마큼 왜곡되는지는 알지만 그 소문이란 것이 좋게 보다는 안 좋게 부풀려지는 것이 다반사다 보니 나의 경우 역시 비슷했다. 몇 차례 그런 에피소드로 인해 일상이 지인들에게 다 오픈된다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sns플랫폼의 장점은 있다. 사진과 짧은 글을 통해 나의 기록장치로 활용을 할 수도 있고 눈으로 즉시 게시물을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사진이나 짧은 동영상은 다양한 재미와 정보를 주기도 한다. DM을 통해 필요한 인관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 알고리즘을 통해 맞춤식 쇼핑에 대한 정보도 주니 그러한 유용한 기능들에 길들여서 한동안은 sns중독 수준이라고 할 지경까지 빠진 적이 있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계정을 닫고 새롭게 블로그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와 계기가 있다. 처음에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상당한 부담감이 있었다. 여기는 왠지 훨씬 더 무게감 있는 글을 써야 할 것만 같았고 쉽게 쉽게 사진 몇 장을 올리고 거기에 대한 짧은 소개글만 써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있을 것만 같았다. 정해놓은 카테고리 없이 자유롭게 솔직한 나의 글을 매일 한 편씩 써보자는 취지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고 누군가의 평가에 대한 기대나 바람 없이 조용히 찾아온 곳이라 무엇보다 편안하다. 진심으로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는 분들도 만났으니 의외로 횡재란 생각도 든다. 생각했던 것보다 엄격하지 않고 내면의 더 깊은 솔직한 글을 쓸 수 있는 이 공간이 만족스럽다.


오늘은 나의 고양이 사진 한 장을 꼭 올리고 싶은데 여기 브런치에서도 허락이 된다는 것을 알고 안심하고 새로 장만한 사진기로 나의 반려묘 깐부 사진을 찍어서 업로드해 본다. 여기 브런치에 꼭 올리고 싶은 사진이다. 이 얘기를 하기 위해 서사가 너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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