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로 기억한다. 나에게 경주마를 위탁 맡긴 마주와 통화를 한 적이 있다. 마주와의 통화는 위탁 맡긴 말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때 통화도 경주마에 대한 대화가 주된 내용이었다. 통화가 거의 끝날 무렵에는 나의 근황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며 염려 섞인 걱정을 하셨다. 그리고 덧붙인 말씀에 당황스러운 내용이 있었다. 안 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나에게 위탁 맡긴 마주 중 한 명이 나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닌다며 오히려 나에게 그 마주를 안 좋게 얘기를 하는 것이다. 안 들었으면 몰랐을 것을 이미 들어버렸기에 내 기분도 좋을 리가 없다.
그날 마침 나를 험담한 마주와 통화를 할 일이 있었다. 이번 주에 그 마주 소유의 말 두 마리가 경주에 출전한다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통화를 하게 되었다. 경주 출전에 관한 내용 전달을 다 하고서 조금 망설이다가 다른 사람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했다. '내가 참아야 했을까?' 지금 생각하니 조금 후회는 된다. 경솔한 행동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그 마주는 역반하장으로 본인은 그런 적이 없다고 누가 그런 얘기를 했냐며 실명을 대라고 언성을 높였다. 내가 실명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용을 나한테 전달한 사람이나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잡아떼며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사람이나 참지 못하고 할 말 해버린 나도 포함해서 어차피 도긴개긴이라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험담을 한 마주의 말이 어제와 오늘 경주를 뛰었다. 성적은 기대만큼 좋지는 못했다.
지금은 제주도행 비행기 안이다. 비행기 탑승 전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나를 험담한 마주의 지인이라며 위탁 맡긴 경주마 중 한 마리를 휴양소로 휴양을 보내 달라는 내용을 대신 전달 하고자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휴양소라 함은 경마장이 아닌, 경주마가 쉴 수 있는 시설을 의미한다. 대부분 경주마를 제대로 쉬게 하기 위해 휴양소로 보내지만 다른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잠시 휴양소로 경주마를 옮겨 놨다가 위탁 마방을 변경해서 경마장으로 다시 데리고 오는 경우도 휴양소 이용 목적 중 한 가지 방법이다. 아마도 오늘 걸려온 전화의 내용은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왜냐하면 통화 내용 중에 마주의 기분을 상하게 했기 때문에 경주마 위탁계약 취소라는 대가를 치르라는 뉘앙스의 언질을 주었기 때문이다. 경주마 위탁계약은 내 직업의 목숨줄 같은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많은 생각들이 어지럽게 뒤섞인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껍다. 내가 참았어야 했나?
토요일, 일요일이 너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