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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 Jan 21. 2024

지구별 여행 기록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딱 일주일 전 이 시간에는

제주행 비행기에서 글을 썼었는데 벌써 또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번 주도 역시 제주도 출장 계획이 있었지만 내일 저녁 특별한 약속이 잡혀 제주일정을 취소했다. 안 그래도 지난 제주 출장 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이번 주는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매일 쓰던 글도 하루, 이틀 거르다 보니 루틴이 깨지고 무엇보다 어제, 그제, 내가 무얼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것이 무서웠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 매주 똑같은 패턴의 한 주. 긴 기간은 아니지만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부터는 과거의 그날 무엇을 했으며 어떤 감정이었는지 확인이 가능했다. 근래 며칠 글쓰기를 패싱하고 방안에만 있다 보니 시계를 보지 않는 이상 지금이 몇 시인지 밤인지 낮인지 알 수 없고 마치 홀로 우주 속 블랙홀 속에 갇혀 있는 기분이 들었다.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지내도 누구 하나 제재를 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직업이라는 것은 장점이라 생각하고 싶다. 따지고 보면 한편으로는 직무유기라 할 수 있지만 거기에 따른 대가는 치러야 할 것이다. 여행도 갈 수 없는, 제대로 쉴 수 없는 환경에서 나름 최선의 휴식을 취한 기회비용쯤으로 여기면 대가가 과하지는 않을 듯하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활동을 하지 않으니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횟수도 현저하게 줄었다. 특히 인스타그램에는 자주 사진과 사진과 관련된 짪은 글을 함께 게시하곤 했다. 최근  sns활동을 중단하고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내면의 나와 솔직한 대화를 하고 타인의 삶과 거리를 두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최근 며칠 글을 써 놓지 않아서인지 어제, 그제 내가 무엇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삼일 사일이 하루로 합쳐진 기분이랄까. 그나마 인스타에는 사진이라도 올렸으니 사진일기 같은 기록이라도 남아있어서 적어도 기억에 없는 삭제된 하루는 아닐 테니 말이다.


하루가 참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일주일, 일 년도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내일 특별한 약속이라는 알고 지낸 지인을 24년 만에 만나는 약속이다. 과거의 먼 기억 속의 지인이 아니라 얼마 전까지 보던 사람인 것 같은데 24년의 시간이라니.. 그 시절에 함께 거닐던 거리,  술잔을 기울이며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여전히 생생한데 말이다.


40 대란 나이. 인생의 절반 즈음에 서서 과거의 방향을 한 번 바라보고 다시 미래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지나간 과거에  커다란 기억과 추억은 잊히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이 나지만 그 어떤 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소소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짧게라도 기록을 해놓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가 된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나의 인생 장편 드라마가 요약본 줄거리로만 남아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


오늘도 글쓰기를 패스하고 내일로 미룰까 하다가 갑자기 겁이 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적어도 하루를 기억 속에서 삭제를 시키면 안 될 것 같다. 영원히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 하루. 이 세상 무엇을과도  바꿀 수 없는 오늘 하루를 몇 자의 글로 지키고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치 있는 내 지구별 여행의 여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에 대한 위대한 가치를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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