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우 Feb 04. 2024

추억에 추억을 입히다

얼마 만에 혼자가 아닌 출장을 가는 것일까? 이번 출장은 여행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내가 매주 일, 월, 화요일에 제주도에 가는 것을 아는 회사동료가 이번엔 제주여행을 함께 갈 것을 제안했다. 나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평소와는 달리 혼자가 아니라 둘이다 보니 출발해서부터 공항까지 오는 길이 심심하지 않았다. 2년 만에 누군가와 함께 하는 제주여행인데 기분이 이상하다. 지난 십여 년간 늘 함께하던 사람과 더 이상 함께가 아닌 이후로는 혼자 다녔다. 이번 출장은 목장을 방문하거나 사업적으로 필요한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여행을 즐기는 시간을 더 가져볼 계획이다.


하나씩 하나씩 새로운 삶에 적응을 해가는 것 같다.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사적으로 만나 밥도 먹고 여행도 가고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시도하고 도전하고 보니 뜻밖의 것들이 보이고 새로이 느껴지는 것도 발견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극도로 불편해하고 누군가와 여행을 간다는 것은 지옥 불구덩이에 자진해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했는데 막상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너무 긴 시간 동안 한 사람의 세상에 갇혀 살았나 보다.

거기서 나올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거기서 나오고 싶지 않았을지도.

그 사람이 아니면 누구와도 재밌는, 유익함, 즐거움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고 나 스스로도 놀라웠다.


조금 전 시작한 여행의 시점에서 이번 여행이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제주는 지금 비가 오고 있다는 비행기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비 내리는 제주의 밤 그 시절 그 추억 위에

새로운 추억을 입히러 지금 나는 제주로 간다.


이제 시작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