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신우 Feb 12. 2024

사주팔자란 게 있는 것일까?

사주팔자란 게 있는 것일까?


지난 2년 동안 일이며 내 일상이며 다 무너져 내린 듯하여 다시 일어설 방법도 모르겠고 엄두가 나질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감도 자존감도 바닥으로 떨어져 있어서 나의 동굴 속에만 갇혀 독서와 글쓰기에만 의존하고 살았다. 독서와 글쓰기가 내면을 치유하는 데는 그만한 처방이 없었다.

이제는 나의 일을 잘 해나갈 수 있는 처방이 필요하다.

지금 이대로 갔다간 성적이 바닥을 칠 것 같은 두려움에 다시 불안과 공포가 몰려왔다. 이런 공포는 글쓰기도 해결하지 못하는 난치병이다.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를 시도하기에 얼마나 많은 용기와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시도 자체만으로도 두렵다.

잘할 수 있을지. .다시 실패했을 때 겪을 좌절감에 더 힘들지 않을지, 안 해도 될 미래에 대한 걱정들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겁이 났다. 한참 동안 마음을 다잡고 잃을 게 없으면 실패를 해봐야 지금 일 텐데 일단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얼마 전 성적이 좋은 마방에서 일을 했던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이제는 경마장 일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한다. 그 친구에게 본인이 일을 했던 마방의 시스템에 대해서 묻고 나는 그것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메모를 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나만의 방식으로 변화시켜서 시도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성공과 실패는 시도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 일단 그 길을 가보는 것이 지금 내 상황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도 어지러웠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나니 인생을 다시 살아보겠다는 결연의 의지가 샘솟기도 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은 여전히 부족했지만 뭐든 변화와 시도를 해야 한다는 사실 하나만은 마음과 머리에 각인시켰다.

나는 종교가 없다. 신의 존재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가 되면 재미 삼아 올해 운수를 본다.

지인의 소개로 어느 역술가에게 나의 사주와 운세에 대한 풀이를 부탁했다. 꽤 유명한 사람인지 의뢰를 부탁하고 예약 날짜를 받았는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어제가 그 약속 날이었다. 이상하게 떨렸다. 나의 운명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니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누구든 좋은 얘기보다는 나쁜 얘기를 듣고 싶지 않은 마음이 우선 들 텐데 나 역시 마찬가지 후자의 마음이 앞섰다. 나의 사주풀이에 대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나의 앞으로의 운명. 재미 삼아 본 거라지만 얘기를 듣는 순간만큼은 진지했고 집중해서 메모도 했다.

나의 타고난 운명은 아주 좋다는 풀이었다. 지금 상황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내가 희망하는 앞으로의 운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도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진다면 그건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판타지 소설 속의 주인공의 이야기 같은 허무맹랑한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든지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으니 그렇게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셨다. 그 내용 속에는 내 몸에 배어있는 나쁜 습관과 나쁜 의식, 그리고 극도로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것에 대한 도전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운세를 본다는 것. 그런 것 같다. 희망을 갖고자 하는 자들이 용기를 얻기 위한 방법 중에 한 가지이지 않을까. 그런 분들의 이야기 속엔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있다. 그분들이 우리의 운명을 바꿔주는 것도 아니다. 그 말속엔 결국 자기 운명은 스스로가 개척해가야 하며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좌절하지 말고 다시 도전하고 어러운 일이 닥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해주시는 말씀 속엔 보편적인 답이 대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내 주어진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가 잘 알지만 실천에 부족함이 있었을 테고, 과정에 실수가 있었을 것이고 과정의 실수를 반성하기보단 합리화하고 만회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을 것이다. 아마도 운세를 보고 사주를 본다는 행위 자체는 타자의 말을 조언 삼아 더 잘 살아보고자 실천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의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색과 맛, 냄새의 기억이 차오르는 그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