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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조 Apr 21. 2021

내 꿈은 아직도 수학을 걱정한다

누구나 지금 자신의 일이 가장 힘든 법이다

 1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파릇파릇하고 싱그럽다. 종종 내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음을 떠올려 보고 싶다. 그 당시의 나를 만나고 싶다. 절대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자주 드는 걸 보면 한 번쯤은 돌아가 보고 싶은 게 진심인 것 같다. 


 꿈속에서 나는 그 옛날처럼 교복을 입은 학생이었다. 교실에 앉아 교과서를 챙기고 있는데 익숙한 듯 걱정이 앞섰다. 이번에는 수학 공부를 미리 하려고 했는데, 또 망했다 싶은 생각이 든다. 이번 수학 시험도 망하겠다 싶어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찜찜한 기분으로 잠에서 깼다. 


 중학교 2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정기고사를 앞둔 아이들은 이래저래 걱정이 많이 되나 보다. 아침 조회 시간 조용히 하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책을 펴고 자습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기특하다.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공부도 안 되는데 압박감은 장난이 아니라고 말하는 아이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결과를 확인하고 좌절할까 봐 걱정이라는 학부모님들 사이에서 나는 어떻게든 중학교 시절 시험이라는 것의 무게감을 아이들에게서, 학부모님들에게서 조금이라도 덜어내고만 싶었다. 조금의 시간만 흘러도 중학교 2학년 1학기 국어 중간고사에서 몇 점을 맞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에게 오랫동안 남는 것은 시험 점수가 아니라 노력한 경험일 거라며, 열심히 몇 마디 늘어놓지만 아이들에게는 숫자로 찍히는 점수가 더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서 보다가, 그래도 밧줄은 아니지!   @인스타그램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앉아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며칠 전에 꾼 꿈이 문득 생각났다. 내가 학생으로 돌아갔던 꿈에서 느꼈던 감정이 덜컥 떠올랐다.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만 남아버린 10대 시절, 하지만 당시의 나는 그 시간을 살아내는 일이 꽤 많이 힘들었다. 매년 반 배정이 달라질 때마다 친구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을 소화하고 처리하는 일에도 미숙해서 걸핏하면 스트레스받았다. 매주 체육 시간이 끔찍했고, 정기고사마다 수학 과목에 대한 부담감이 힘들었다. 


 중학교 시절 나는 전반적으로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모범생이었지만 수학 과목은 최하위권이었다. 수학이라는 과목은 이해가 되지도 않았고 이해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어쩌다 잘 찍으면 70점까지 맞기도 했지만 예상 점수는 늘 40점에서 시작했다. 전과목 평균 점수로 석차를 내고 그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지던 시절, 어리석게도 내 공부 계획에는 수학 과목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매번 시험이 끝날 때마다 다음에는 미리 수학 과목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꿈에서처럼. 하지만 생각은 3년 내내 생각이었을 뿐,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수학 학원에 등록하기 전까지 계획을 실행에 옮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년이 지났는데 이렇게 꿈에서도 수학을 걱정하다니 노력을 하지 않았어도, 여러 번 40점을 맞아 왔어도 수학 점수가 늘 스트레스였나 보다. 국어 시험에서 받은 점수는 기억나지 않는데 수학 점수가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 보면 알게 모르게 정말 강렬한 인상을 주기는 했었나 보다.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내가 고등학교 때 바랐던 것처럼 수학 교사가 되었다면 약간의 인간 승리 느낌으로 아이들에게 진짜 해 줄 이야기가 많았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아이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시험'이라는 무게감을 어른의 관점에서 가볍게 측정하고 있는 내 모습을 돌아봤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의 내 꿈도 아직 이렇게 수학을 걱정하는데 아이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처음 받아보는 압박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요령도 만들지 못한 채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이겨내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누구나 지금 자신의 일이 가장 힘든 법이다. 타인의 저울로 그 무게감을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지금, 밤새 수학 걱정을 해도 좋으니 꿈에서라도 10대 시절을 다시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득하게 지나버린 시간들이 압박감의 색깔마저 애틋한 파스텔톤으로 바꿔버린 탓일까. 어쨌든 그러니까 수학아, 오늘 밤 다시 만나자. 



8÷2(2+2)

 여전히 이런 것도 틀리는 걸 보면 나는 수학은 정말 아닌가 보다. 인터넷 결과에 의하면 성인들의 절반이 틀리는 문제란다. 하핫, 풀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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