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베리조 Nov 22. 2021

집, 부동산 그 이상의 의미(2)

내 집 장만, 인테리어 공사 후 이사까지

* 여기저기 다, 우리가 살 뻔한 집 

 전세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1년 전부터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침 이 기간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던 시기였던지라 검색할 때마다 값은 쑥쑥 올라갔다. 결혼하고 집을 알아볼 때만 해도 '집'이라는 것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세상 물정에 어두워서, 남편이랑 어쨌든 꾸준히 같이 벌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금방이라도 좋은 집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진심. 막연한 계획대로 분양을 알아봤지만, 맞벌이를 하다 보니 신혼부부여도 특별공급은 애초에 불가능했고 청약 점수는 오르지 않았으며 추첨 역시 될 리 없었다. 결혼할 때 약간의 대출을 통해 매수했다면 지금쯤 온전히 빚을 다 갚고 집값은 쑥 올라 있을 거라는 계산을 해보니 무척이나 손해 본 느낌이었다. 

 동네를 정하고 작년 겨울부터 집을 보러 다녔다. 동네의 아파트란 아파트에는 거의 다 들어가 본 것 같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대단지 아파트가 처음 고려 대상이었다. 재건축만 된다면 당연히 값은 더 오를 것이고 위치도 좋았으며 막상 들어가 보니 오래된 아파트치고 구조도 괜찮았다. 하지만, 재건축하고 입주하기까지 약 20년 이상이 걸릴 텐데 싶은 생각과 함께 그 아파트에서 발길을 돌렸다. 

 동네에 가장 비싼 아파트가 있고 바로 앞에 그보다 저렴한 아파트가 있다. 들어가 보기 전에는 그 저렴한 아파트가 지하철도, 공원도, 편의시설도 다 더 가깝고 좋은데 단지가 작아서 저평가되나 보다고만 생각했다. 호갱노노에 사람들 말이 저평가된 아파트는 살아 보면 왜 저평가인지 알게 될 거라고 했는데, 막상 두 아파트에 들어가 보니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다. 우리만 해도 저녁에 들어와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나가기 바쁘니 뷰가 뭐가 중요하냐 싶었는데, 비싼 아파트는 들어가니 앞뒤가 뻥 뚫려서 뷰가 시원한 반면, 그보다 싼 아파트는 앞뒤가 꽉 막혀 굉장히 답답한 느낌이었다. 반듯한 모양에 동간 간격도 좁으니 벌어지는 일이었다.(저의 주관적 의견입니다)

 두 개의 지하철 역 사이 큰 길가에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가 있다. 지하철 역도 가깝고, 버스 노선이 많아서 교통으로는 최고의 입지였다. 이 아파트를 보려고 근처 부동산에 갔는데 여긴 지금 볼 수 있는 집이 없고 대신 그 뒤에 있는 아파트에 볼 수 있는 집이 있다고 했다. 별 생각이 없었지만 한 번 구경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구조도 좋고 관리가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잘 봤다고 인사하고 나가려 하자 주인아주머니께서 좀 더 자세히 보라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부동산 사장님도, 인테리어 사장님도 공통적으로 다들 하시는 말씀이 이 집처럼 관리가 잘 된 집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집구석 어디에도 곰팡이 하나 없었다. 그냥 한 번 보지 뭐, 했던 집이 우리 집이 된 것이다! 

 대로변에 원래 사려고 했던 아파트는 막상 들어가니 도로 소음이 심했고 유난히도 가격 상승세가 심했다. 단지에 나와있는 집이 몇 채 있었는데 다른 지역에 사시는 분이 투자용으로 갖고 있으면서 6월이 되기 전에 처분하려는 집들이었다. 살 것처럼 이야기하면 값을 올리고, 또 올리고, 그런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동네에 있는 아파트가 온통 우리가 살 뻔한 집이 되어 버렸다. 다 들어가서 한 번씩 구경해봤기에 훨씬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신혼집에서 정 떼기

 전세로 살고 있는 신혼집에 나름대로 만족도가 높았다. 나가자마자 큰 마트가 있었고 나름대로 교통이 편리해서 좋았다. 나보다도 오래된 아파트지만 단지 상태도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봄에는 벚꽃이 만개했고 초여름이 되면 장미꽃이 만발하는 나름 예쁜 아파트였다. 게다가 나는 원룸에서, 방 2개 아파트에서 자취를 하다가 방 3개 신혼집으로 이사를 한 거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집도 제일 좋았다. 

 그런데 집을 알아볼 때쯤, 마치 이 집이 우리를 밀어내는 듯한 알 수 없는 힘을 느꼈다. 주방 하수구에서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난 뒤에 구린내가 훅 올라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런 일이 반복됐고 관리사무소에서는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욕실 하수구가 꽉 막혀서 물이 내려가지 않았다. 뚫어펑을 아무리 사다 부어도, 끓는 물을 붓고 이것저것 해봐도, 샤워를 하고 나면 욕실이 물바다가 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어느 날, 쪼그려 앉아 하수구 뚜껑을 다 열어봤다가 그 안에 비누 덩어리 같은 게 크게 굳어 있는 걸 발견했다. 집게로 그 덩어리를 부수어 끄집어냈더니 다시 물이 잘 내려가기 시작했다. 말은 간단하지만 그 며칠간의 작업이 결코 쉽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에 위에서 소리가 나서 보니 천장이 내려앉고 있었다. 테이프로 고정해 놨다가 전문가가 와서 드릴로 천장을 고정하는 걸로 임시 마무리. 그즈음부터 유난히 층간소음까지 심해져서 윗집은 밤마다 볼링을 칠 것이다, 하루 종일 마늘을 빻는 것이다 하는 알 수 없는 추측만 더해졌다. 

 이런 몇 가지 사건들을 겪으며 신혼집에서 어느 정도 정을 떼고 나올 수 있었다. 그래도 길을 지나다가 구멍 난 방충망을 보수한 우리 집 창문을 보면(마치 흥부네 집 같은) 그 공간에서의 기억들이 떠올라 잠시 그리워할 것 같다.  


* 끝도 없는 인테리어의 세계

 매수한 아파트가 15년이 넘는 구축이었기에 인테리어를 하고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매일 호갱노노에 들어가다가 매수 후엔 방향을 바꿔서 오늘의 집과 셀인 카페에 들락거렸다. 사람들이 올려놓은 사진을 많이 찾아봤는데 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다들 이런 집에 살고 있었는지? 사진발이 더해졌겠지만 집들이 너무 좋아 보였다.   

 셀프 인테리어는 어차피 불가능하므로 업체를 알아봤는데 이것부터 신세계였다. 최근 리모델링이 많아지면서 인테리어 업체는 전에 없던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제대로 공사를 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고. 검색에 검색을 거듭해 업체를 여섯 군데 정도 추렸고 주말마다 상담을 받으러 갔다. 사장님마다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랐고 견적 또한 천지차이였다. 

 되도록이면 집의 구조는 원래대로 가져가고 싶었는데 이런 경향이 요즘 젊은 사람들이랑 다르다면서 어떤 사장님은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 집은 ㄱ자형 주방인데 이걸 11자형으로 바꿔보자고 주장하는 사장님도 있었고, 3단 중문으로 하려고 한다니까 요즘은 그런 걸 안 한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참'이라고 말씀하시던 사장님도 있었다. 결국 우리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주면서 꼼꼼하게 견적을 내주신 사장님과 함께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 결단력이 부족한 성격인데 남편은 나를 배려한답시고 내게 결정권을 넘긴다. 그나마 이전에 인터넷으로 인테리어 공부를 했던 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정말 고민했던 게 주방 수전이었다. 주방수전을 고르기 위해 이틀의 주말을 고스란히 반납하기도 했다. 요즘은 사각 싱크볼에 거위목 수전이 무슨 공식처럼 유행하고 있고, 나는 주관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유행에 따르려고 했다. 그런데 거위목 수전을 하나 골라놓고 검색을 거듭해보니, 보기엔 좋아도 물이 너무 튀어서 힘들다는 후기들이 많았다. 그래서 결국 나는 유행에 따르지 않고 약간 전통적인 느낌의 수전을 골랐다! 고르고 보니 웬만한 거위목보다 더 비싸서 망설여졌지만 물이 별로 튀지 않고 수압도 좋아서 만족. 

 한 달 동안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됐는데 퇴근하고 일정이 하나 더 생기니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매일 진행상황을 살펴보며 설레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다행히 아무런 민원 없이, 큰 문제없이, 계획대로 공사는 착착 진행됐고 이사 날짜가 가까워졌다. 

 

인테리어 비포

 

인테리어 애프터


* 통장은 텅장이 되고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다

 집이 없어도 통장에 돈을 모으고 있을 땐 마음이 여유로웠다. 매년 예금, 적금이 만기 될 때마다 어찌나 부자가 된 기분이던지. 아마 당분간, 아니 어쩌면 더 오랫동안, 그런 감정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잔금을 치르고 인테리어 공사비를 지불하면서 마이너스 통장까지 당겨 썼다. 통장 잔액이 마이너스 4990만 원까지 가자 외식 한 번 하기도,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는 것도 어려웠다.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한동안은 어쩔 수 없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살아야 할 것이다.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어차피 실거주 한 채를 장만한 것이기에 그건 별로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제 내 집이 있으니까 마음대로 못도 박을 수 있고 계약 기간을 따져 가면서 호갱노노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어도 내 집이 있다는 건 참 든든한 일. 



* 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집'이라는 공간에 크게 의미를 부여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저녁에 와서 아침에 일어나고 주말에 뒹굴뒹굴하는 공간. 이사 오기 직전에는 신혼집을 떠난다는 사실이 좀 아쉽기도 했는데 막상 더 좋은 집으로 오니 참 좋기는 좋다. 신혼집은 2층이라 창문을 다 가리고 살았는데 좀 위로 올라오니 확실히 눈이 시원하다. 멋지게 표현해서 앞 베란다는 파크뷰, 뒷베란다는 시티뷰라고 부른다. 마침 단풍이 울긋불긋 예쁘게 들어 있어서 보이는 경치가 더 좋게만 느껴진다. 의식주에서 늘 '식'에만 집중하며 살아왔던 것 같은데 이제는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멈춰버린 시간을 찾아서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