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나는

by 여아리

다 내 잘못이어서 그런 거라고 참고,
그렇게 단정 지었던 지난 시간들이 있었다.


그건 포기가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해
가장 쉬운 결론을 택했던 거다.


세상이 너무 복잡했고,
관계는 너무 아팠고,
설명해 줄 사람도 없던 때였다.


차라리 내가 잘못한 걸로 하자.
그래야 더 묻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야 버틸 수 있으니까.


그건
혼자서 상황을 정리하려던 방식이었다.


그런데 그 선택은
생각보다 오래 아팠다.


“내 잘못”이라고 단정하는 순간,
화낼 곳이 사라지고,
도움을 요청할 이유도 없어지고,
상처받은 나를
위로할 자격마저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참으면서도 아팠고,
이해하려 하면서도
더 고립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결론이 사실이 아니라,
그때의 내가
버티기 위해 내린 선택이었다는 걸.


“그땐 내가 그렇게 단정 지었구나.”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면서
그 생각과 나 사이에
조용한 거리가 생겼다.


예전의 나는
생각이 곧 나였다면,
지금의 나는
생각을 바라볼 수 있는 내가 되었다.


그래서 글이 달라졌고,
그래서 숨이 길어졌고,
어둠은 현재가 아니라
기억이 되었다.


그때의 나는
잘못 판단한 게 아니라
그저 처절히 혼자였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혼자를
더 이상 혼자 두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은
예전에 내가 그랬구나,
조용한 끄덕임으로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