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에서 호짬까지 — 바람과 빛, 가족의 여름
아침은 빛이 문장을 고르는 시간.
부드러운 금빛이 스며들면
하루의 첫 단어는 자연히 ‘온기’가 된다.
밤새 파도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렸다.
하얀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방 안의 공기를 옅은 금빛으로 물들였다.
천장에 비친 야자수 잎 그림자가
물결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조용한 숨소리들 사이로
‘여행의 첫 아침’이 몸에 닿았다.
밤의 긴 여정이 끝나고
이제야 비로소, 이곳의 리듬에 맞춰 숨을 쉬는 기분이었다.
정원은 아직 이슬의 냄새를 품고 있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잎맥에 맺힌 물방울이 반짝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수영장 물결이 부딪히는 소리가 섞였다.
모든 것이 천천히 깨어나고 있었다.
발끝에 닿는 돌길이 차가웠다.
그 차가움이 오히려 상쾌했다.
어제의 열기 대신, 오늘은 공기가 투명했다.
리조트의 아침식사는 생각보다 풍성했다.
쌀국수, 바게트, 열대 과일,
그리고 매일 조금씩 바뀌는 메뉴들.
용과와 망고, 수박이 작은 접시마다 색을 나누고 있었다.
엄마는 쌀국수를 먹으며 말했다.
“이런 조식은 정성이야.”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음식의 맛보다 ‘차려진 마음’이 먼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쌀국수를 데워주는 곳 옆,
오믈렛을 만들어주던 청년이 있었다.
“Where are you from?”
“I'm from Korea.”
“오, 반가워요~”
낯선 나라에서 듣는 한국어 한 마디가
괜히 마음을 간지럽혔다.
청년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달걀을 말고
마지막에 허브를 살짝 얹었다.
엄마는 그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다
“한국 돌아가면 저렇게 해봐야겠다”며 웃었다.
그 웃음에는 밤의 피로가 한 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빠는 용과와 수박 위에
코코넛볼과 요거트를 올려 먹었다.
한 입 먹을 때마다 “이건 예술이야”라고 말했다.
요거트는 코코넛 껍질 볼에 담겨 있었다.
살짝 깨져 있거나 밑이 둥글어 흔들렸지만,
그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좋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그 ‘결함의 미학’을 보여주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정원을 한 바퀴 돌았다.
호수의 물결이 햇빛을 쪼개 반짝이고,
야쟈수는 그 빛을 우거진 그늘로 받아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빛 속에 서 있는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공간과 사람들이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들의 온기가 바람처럼 번졌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나는 그들의 뒷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걸 알았다.
방으로 돌아오는 길,
바람에 젖은 흙냄새가 짧게 스쳤다.
커튼 사이로 빛이 흔들리고,
어제의 피로 대신 평온이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많이 보려 하지 않고,
충분히 느끼는 하루로 남기고 싶었다.
마무리
아침은 하루의 첫 문장을 고른다.
오늘의 문장은 ‘부드러움’이었다.
따뜻한 접시, 익숙한 말 한마디,
적당한 침묵과 웃음.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접시를 비우고,
같은 속도로 빛 속으로 걸어 나왔다.
멀리서 파도가 다시 한 번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의 감동이 온기로 시작되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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