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에서 호짬까지 — 바람과 빛, 가족의 여름
균형은 힘으로 세우지 않는다.
물의 템포에 마음을 맞추면,
삶의 리듬도 제 자리를 찾는다.
리조트의 아침 공기는 유난히 맑았다.
햇살이 부드럽게 물 위를 스치고,
작은 바람이 연못의 잎사귀를 흔들었다.
그 위로 연꽃이 피어 있었다.
물결에 따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듯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다.
연꽃은 아침에 피고 오후쯤 진다.
8시 무렵 카약을 시작했을 때는 활짝 피어 있었지만,
돌아올 때쯤엔 이미 꽃잎이 반쯤 닫혀 있었다.
하루의 짧은 생애 속에서도
그 순간마다 진심으로 존재하는 듯했다.
찰나의 아름다움이 바로
자연의 디테일이자 삶의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햇살은 물 위에서 반사되어 눈이 부셨고,
물새 한 마리가 조용히 지나갔다.
그 파문이 천천히 번지며
연못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엄마와 아빠는 한 팀,
나는 동생과 한 팀이었다.
엄마는 삼천포 시절 수영을 즐기던 터라
노를 젓는 자세가 정확했다.
리듬을 타듯 물살 위로 미끄러지는 모습이
물개처럼 유연했다.
아빠와 엄마의 팔이 같은 박자로 움직였다.
그 장면은 오래된 다큐멘터리의 한 컷처럼
묘하게 평화로웠다.
나는 카메라를 들어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렌즈 속의 두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젊고, 생생했다.
동생은 노를 젓다 말고
물 위에 등을 대고 누워 버렸다.
햇살에 반사된 물결이 얼굴 위로 번졌다.
그 평화로운 얼굴을 보며
나는 혼자 노를 젓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익숙했다.
손과 팔의 근육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전생에 카약을 탔었나?’ 싶을 정도로.
물 위에서 균형을 잡는 그 감각이
묘하게 명상 같았다.
우리 집 앞 하천에서도
언젠가 이렇게 카약을 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복근도 생기고, 삶도 가벼워질 것 같았다.
서울로 돌아가면 한 달에 한 번은 꼭 타야겠다고,
그날의 물결이 잊히지 않도록 다짐했다.
햇살은 점점 높이 오르고,
연꽃은 그 빛을 조용히 흡수하고 있었다.
그 빛이 물결을 타고 움직이며
우리의 얼굴에도 닿았다.
바람이 잠시 멈추자,
물결이 고요히 반짝였다.
아침의 공기,
물 위의 흔들림,
그리고 가족의 목소리.
그 모든 것이 한 폭의 풍경처럼 겹쳐졌다.
우리가 노를 멈추었을 때,
세상도 함께 멈춘 듯했다.
카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물방울이 발목에 닿았다가 이내 사라졌다.
선착장 옆에 걸린 연꽃 향이 짙었다.
햇살이 조금 더 뜨거워졌지만
바람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 바람 속에, 방금 전 물 위의 시간들이
작은 파도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마무리
물 위에서 배운 균형은
삶의 균형과 닮아 있었다.
노를 세게 젓는다고 더 빨리 나아가는 건 아니었다.
속도를 맞추고, 리듬을 느리게 할 때
비로소 가장 멀리 나아갈 수 있었다.
삶도 아마 그렇겠지.
멈춰야만 들리는 소리가 있고,
천천히 가야만 닿는 빛이 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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