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
나의 일주에 정화[丁]가 들어간다. 작은 불빛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뜨거운 화로, 고요한 달빛의 빛을 뜻하기도 한다. 문득 몸의 정화에 쓰이는 나의 글자 정화와 동음이의어라서 흥미로웠다. 그러면서 '정화'라는 글자에는 어떤 뜻 들이 담겨있는지 궁금해져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淨化
1.불순하거나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함.
2.문학 비극을 봄으로써 마음에 쌓여 있던 우울함, 불안감, 긴장감 따위가 해소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일.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詩學)≫에서 비극이 관객에 미치는 중요 작용의 하나로 든 것이다.
3. 심리 정신 분석에서, 마음속에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를 언어나 행동을 통하여 외부에 표출함으로써 정신의 안정을 찾는 일. 심리 요법에 많이 이용한다.
4. 종교 일반 비속한 상태를 신성한 상태로 바꾸는 일.
지금 나는 몸의 불순하고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고 있는 중이다. 3일째는 담담하게 그 과정을 받아들이고 있다. 첫날의 괴로움은 별로 없고, 오히려 긴장감이 해소되고 마음의 정화도 함께 일어나는 것 같다. 문학에서의 카타르시스가 이런 것일수도 있겠다. 희안하게 몸을 정화하고 있는데 마음의 안정도 함께 찾아온다. 심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안정을 찾는 것의 처음은 독소를 빼는 일인 것 같다. 신성한 상태에 가까워지기 위한 매일의 청소같은 일들인 것 같다.
靜話 조용히 이야기함. 또는 그런 이야기.
정화의 또 다른 뜻으로 조용히 이야기한다는 뜻이 담겨있어서 놀랬다. 물론 한자가 다르지만, 평상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인 것 같아서 말이다. 지금 난 나의 몸에게 나즈막히 속삭이고 있는 중이다. 달래고 있는 중이다. "네가 무심코 받아들였던 많은 것들이 너에게 도움이 안되는 독소가 가득한 것들일 수 있어. 이제는 조금 생각해보고 잠시 멈추어 호흡해보고 무언가를 섭취해보자고." 라고 말이다. 정화의 시간은 내 몸과 나즈막한 대화를 하는 시간인 것 같다. 그간 호되게 호통치고 짜증내고 함부로 이야기했던 시간들 대신에 몸에게도 이렇게 조용하게 타이르듯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느끼고 있다.
停火 화력으로 하는 전투가 멈춤.
정화에 '화력으로 하는 전투가 멈춤'이라는 뜻이 있었다니. 이 단어도 새롭다. 모든 의미 속에 무언가 고요하고 멈춤과 성찰의 뜻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아서 놀라고있다. 내 스스로와 전투하듯이 살았던 순간들을 멈추고, 조금 더 부드럽고 더 경청하는 시간으로 들어가는 문을 연 것 같다. 악으로 깡으로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조금 부드럽게 조금은 따뜻하게 조금은 고요하게 내 몸과 대화하는 방법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 3일째 간단한 디톡스 쥬스만 마시고 비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결 가볍다. 오늘밤은 조금 일찍 잠이 들고 싶다. 몸의 리듬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자연스런 자연의 리듬에 따라 스스로 조율 중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