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정화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shaPark Sep 10. 2021

불영과불행

Day4

몸의 정화를 위한 여정 4일째인데, 어제 일찍 잠이 들어서인지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진다. 한결 가볍게 느껴지고, 먹지 않았는데 오히려 에너지가 느껴진다. 신기한 일이다. 가득 채워서 에너지가 흐르지 않던 곳에 비움으로서 움직임이 생겨난 기분이다. 눈뜨자 마자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고, 산책을 하러 나간다. 오랜만의 아침산책이다. 그간 얼마나 게을러져 있었던 것인지, 그 시간에도 운동하고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물위에서 둥둥 아침 산책을 하는 오리들을 보며 깨닫는다. 


가을이 시작되는 요즘 아침 공기의 달라짐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이 시간 아니면 마주치지 못하는 것들 사이로 몸을 살피며 호흡을 깊이 들이마셔본다. 오히려 비워내니 얼마나 내 몸에 군더더기가 많은지 알 수 있다. 마치 공부를 하지 않을때는 뭐가 아는지 뭐가 모르는지 모르다가, 공부를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 얼마나 내가 모르는 것이 많았는지 알게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몸의 불필요한 것들이 스스로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참 감사하고 긍정적인 사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 불필요함들에 대해서 주의를 집중하고 흘려보낼 일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이번에 시작한 정화의 여정은 참 감사하다. 그간 내팽겨쳐둔 나의 몸과 마음에도 반성을 하게 되고, 나중에로 미루어두었던 많은 것들을 지금 이 순간으로 가져오는 기분이다.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물은 조금 팬 곳이라도 가득찬 다음에야 다른 곳으로 흐른다는 뜻으로 맹자孟子 이루하離婁下에 나오는 말이다. 조급했던 마음을 다스리고나니, 오히려 스스로 담고 있던 리듬이 드러나고, 조금씩 매일 꾸준하게 하는 것의 대단함을 느끼고 있다. 하루하루 씻어내고 흘려보내고 닦아내고 비워내는 이 여정에서 다시 좋은 에너지가 채워지고, 활력이 느껴지고 있다. 


아침 산책을 하며 만난 반짝이는 무궁화처럼 새로 피고 또 필 수 있는 내 안의 무한한 가능성에 감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화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