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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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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haPark Sep 15. 2021

치킨 먹는 꿈

Day9_괜찮아 꿈이야

살면서 내가 경험한 것이 꿈 속의 일이여서 참 다행이다 싶은 꿈들이 몇 번 있다. 잠시 절에서 살았을 때 간밤에 엄청 큰 벌레가 내 몸에서 빠져 나가는 희안한 꿈을 꾸었다. 너무 무섭기도 하고 놀라기도해서 스님에게 여쭤보니, 업장(나쁜 카르마)이 소멸되는 꿈이라고 하셨다. 그게 꿈이여서 참 다행이고, 나쁜 것이 사라져서 또 다행이라 생각했다. 한 번은 너무 무서운 공간에 갇혀서 나오지 못했던 꿈도 있었다. 가위 눌리듯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꼼짝 못하는 상황에서의 두려움을 느꼈던 꿈. 그 역시도 깨어나서 꿈이라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그리고 어젯밤 난 꿈 속에서 엄청 맛있는 치킨을 영접했다. 아마도 광고에서 보았던 수십마리의 치킨들이 영롱하게 반짝이며 다가온 것이겠지 싶다. 물론 잠시 망설이며, (사실 꿈 속이었지만 난 지금 디톡스 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살 찌니까 먹지 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그러나 너무나 생생하고 맛있어 보이는 치킨 앞에서 난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엄마 아빠가 돼지로 변하는 바로 그 장면처럼 의식을 잃고 먹었다가 깨어나보니) 억눌렸던 죄책감이 튀어나온 것이다. 아... 그간 참고 견디어 왔던 시간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서 너무너무 속상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나의 나약함, 이미 끝나버린 정화의 여정, 스스로에 대한 자책 등... 


그런데, 정말 다행하게도 깨어보니 꿈이었다. 와아... 이게 꿈이었다니 그렇게 생생하게 먹었던 맛있는 치킨이 꿈이었다니, 간만에 아침에 일어나서 한 동안 멍하게 있었다. 실제로 일어나서도 난 치킨을 먹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하면서 꿈과 현실 사이에 잠시 버퍼링이 걸렸었다. 그리고는 온전히 돌아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면서 내가 참 많이도 먹고 싶었나보다 생각했다. 가끔 내가 생각하는 정도와 실제 내 몸이 느끼는 정도가 다를 때가 있는데, 이번에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 몸은 뭔가 먹고 싶다는 욕구가 컸던 것은 아닐지 다독여 보았다. 왜냐하면 머리로는 할 만 한데? 괜히 도인들처럼 있어보이는 생각을 하면서, 디톡스 어렵지 않네라고 스스로에게 세뇌를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음식에 대한 미친듯한 갈망이 꿈으로 나올 정도로 컸었나보다. 


꿈은 내 마음의 반영! 오늘 치킨은 내게 마음의 메세지를 전해주었다. 이 정화의 여정 끝에서 조금 내 자신을 달래줄 수 있는 건강한 음식들을 찾아보는 것으로 오늘은 스스로에게 위안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다가 놀랍게도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좋은 식당들을 많이 발견했다. 나의 동네 근처에도 별로 관심 없을 때에는 안 보이던 가게들이 이제 깨끗해진 몸에 아무거나 넣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살펴보니, 좋은 식당들도 많이 발견하게 되어서 기쁜 하루였다. 무의식 세계에서 만난 치킨은 오늘 의식의 세계의 나에게 생각하며 먹는 것에 대해 알려주었다. 앞으로 좀 귀찮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고, 좋은 것만 주리라 생각해본다. 오늘밤에도 치킨은 내 마음에 스치우려나.   


*마음을 가라앉히는 음악 https://youtu.be/-h2l2ct1VK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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