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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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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haPark Sep 18. 2021

해뜨기전이 가장 어두운 법

Day10

이제 내일이면 디톡스 10일간의 여정이 마무리되고, 일반식사를 할 수 있는 날로 접어든다. 그런데 그 마지막 과정이 정말 견디기 힘들다. 마치 웅녀가 사람이 되는 과정을 상상하는 것 만큼이나 쉽지 않다. 신화에 따르면 고조선의 시조 단군은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과 인간 세상에 살고 있던 웅녀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이 웅녀가 바로 100일 동안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견디라는 환웅의 말을 따라 삼칠일(21)일을 견뎌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신화이기에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곰과 함께 있었던 이 삼칠일의 바로 직전날을 견디지 못해서 인간이 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상상해본다. 신화속에서도 무언가 변화를 위해서는 21일의 과정은 필요했듯이 디톡스의 여정도 한 달 정도는 해야 몸의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한다. 고작 10일간 했는데도 이렇게 변화가 일어나고 힘들고 그간 살아온 시간들이 드러나는데, 이 독소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새로운 습관이 형성된다면 그 뒤의 달라진 모습은 어떨지 벌써 궁금해진다. 


동트기전이 원래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 이제 내일 부터면 일반식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진정 독소를 걷어내고, 말끔하게 씻어내는 작업은 아마도 오늘까지로 생각이 된다. 물론 더 해도 되겠지만, 이제 단백질이 빠져 나가면 안되기 때문에, 적절하게 발란스를 유지를 해야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예전 웅녀만큼이나 진득하게 동굴안 (코로나로 집밖에 잘 나다니지도 못하니) 에서 이렇게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을 겪고있자니, 내가 내 자신의 신화를 써 나가는 것 같다. 이 참에 다시 한 번 내가 내 자신에게 원하는 신화는 무엇일지 한 번 생각해보아야겠다. 오늘 정말 수많은 유혹들을 물리치고... (내일부터 일반식이니 오늘부터 그냥 조금만 먹어도 안될까? 뭐 견과류 이거 조금 먹는다고 달라지겠어? 너무 빡빡하게 할 필요 없어~ 등등) 내 자신을 향한 내면의 나약한 목소리를 뒤로하고 오늘도 정도를 걷는다. 


예전 전설의 고향을 봐도 마지막 그 하루만 참으면 선녀랑 백년해로 하는 것을 그 하루가 궁금해서 못참아 몰래 훔쳐보았다가 여우로 둔갑해 사라지는 많은 에피소드들이 기억나면서, 언제나 이 마지막 하루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난 오늘 해냈다 라는 뿌듯함과 함께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그간 잠을 많이 소홀히 했었는데, 많은 정화의 작용이 이 자는 시간동안 일어난다고 하니, 내 몸을 위해서 리듬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겠다 싶다. 곰이 마늘을 먹고 웅녀가 되었는데, 나는 21일뒤 어떻게 탈바꿈되어 있으려나 궁금해하면서, 점점 더 건강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21세기 동굴 속에서 잠을 청해본다. 건강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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