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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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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haPark Sep 18. 2021

음식을 마주하는 자세

Day12_미식가되는법

하루에 한 번 맞이하는 일반식의 기다림은 어린왕자가 여우를 기다리는 마음 만큼이나 설레이고 기대된다. 먹는 것에 대한 예우가 달라지고 있다. 오늘은 보다 더 메뉴에 신중해야겠다 마음 먹으면서 생각해본 결과, 복날에도 제대로 맛보지 못했던 삼계탕으로 메뉴를 정해보았다. 그것도 건강에 좋을 것 같은 들깨삼계탕! 


디톡스 후에 맛보는 음식들은 그것이 무엇이건, 더 섬세하고 더 풍부하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강하게 간을 하고 아주 맵고 짜게 해야만 인지가 되었던 음식들이 이제는 그 하나하나 매우 섬세하게 느껴지고 있다. 만화 속 고독한 미식가라도 된듯이, 혼자 천천히 음미하면서 음식을 대하는 자세가 절로 이루어진다. 


그렇게 급하거나 빠르게 해치우듯이 먹고 싶어지지 않는 다는 태도의 변화가 있고, 그 재료 속의 풍미와, 소스 안의 깊이를 굳이 느끼려고 하지 않아도 입안 가득 퍼져나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메뉴 선정에서부터 마음의 자세가 달라진다. 마치 집안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나서는 아무 물건이나 들이고 싶지 않은 그러한 경건함까지도 느껴지는 것이다. 


사실 그냥 간단하게 양배추를 삶아서 쌈장과 먹는 것만 해도 행복한 이 느낌은,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비워야 채워지고 깨끗해져야 좋은 영양소가 몸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것처럼, 이 모든 과정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간 내게 있었던 능력인데, 잘 쓰고 있지 않았던 것들을 단지 깨끗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소생시킬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자정능력의 체험 중이다. 몸은 참 똑똑하다. 


그렇게 자주 가던 삼계탕 집인데도, 이토록 맛있어 본 적은 처음이다.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면 어떤 음식이 내게 도움이 되는지 독이 되는지 그리고 맛이 있는지 없는지 더 풍부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오늘 들깨삼계탕을 먹으면서 직접 체험을 했다. 맛이 없을 때 더 무언가로 덮거나 강하게 하는 전략보다 재료 자체의 맛을 순수하게 더 느끼는 방식의 조리와 그것을 맛보는 사람 또한 몸을 깨끗하게 하면 할 수록 음식의 깊이를 있는 그대로 더 느낄 수 있다는 것! 마치 흰 도화지에 새롭게 그림을 그려나가는 느낌이랄까? 


정화의 실험 중에 얻은 소중한 경험들이 쌓여가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이지현의 두글자 발견 : 비움] 비움, 다르게 채운다-국민일보 (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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