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냉정해요.”
어느새 날씨가 시원해져서 에어컨을 켜지 않고 지내던 어느 날, 쉬는 시간. 우리반 I가 나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냉정해요.”
뜬금없는 그 친구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서
“왜 그렇게 생각했어?”
“그냥요. 그냥 선생님은 냉정해요.”
나에게 화를 내거나 기분 나빠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 친구의 말에 나는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 친구는 그렇게 쓱 말하고는 다시 친구들과 놀러 나의 자리에서 멀어졌다.
나는 그 아이가 냉정하다는 말의 뜻은 제대로 알고 있는지, 내가 그 친구에게 뭔가 서운하게 한 적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어떤 이유도 생각해낼 수 없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오후가 되어서 다시 그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나는 다정한 어른이 되고 싶은 게 인생의 목표였는데, 쪼꼬만한 1학년 아이에게 냉정하다는 말을 듣다니. 나는 냉정한 어른이 되어버린 것인가. 내가 뭘 잘못한걸까 고민에 빠져들었다.
이유를 찾아보며 생각해보니 그 아이가 다른 친구를 싫다고 일부러 밀거나, 또는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 감정 싸움이 있어서 내가 따끔하게 혼낸 적이 몇 번 있었다. 아이들에겐 항상 칭찬이나 좋은 말만 해줄 수는 없다. 잘못된 행동은 바로잡아야 하는 게 나의 역할이다. 그래. 이게 이유인가보다. 어쩔 수 없지. 냉정할 때는 냉정해야 하는게 나의 역할인걸.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니 그 친구가 머리가 아프다고 했을 때 내가 무표정으로 조금만 참아보라고 했던 일이 기억났다. 종종 아프다고 하는 아이였고, 곧 괜찮아지기 일쑤였기 때문에 나는 따뜻하게 공감해주지 못했다. 아- 1학년 담임을 하다 보면 수없이 이런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되도록 모든 아이들에게 “아~~~ 그랬구나~~~ 많이 아파~?” 라고 크게 공감해주기엔 교실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 그 아이가 말하는 쉬는시간에는 여러 아이들이 나를 찾고 저쪽에서는 누가 넘어지고 소리지르고 있는 그 상황에 일일이 모든 아이들에게 따뜻함을 보이긴 쉽지 않다. 아, 그때 그 상황 때문에 그 친구가 나를 냉정하다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참 쉽지 않다. 다정한 어른이 되기란 쉽지 않구나. 너무 그 아이의 말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조금만 더 나의 다정을 말과 행동에 담아보기로 살짝 다짐했다. 하지만 또 냉정할 때엔 냉정하도록 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나는 다정한 어른이 되고 싶지만 한편으로 인기 많은 선생님이 아니라 공정한 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냉정과 다정사이에 공정함을 갖춘 교사가 되기란 참으로 어렵다. 온갖 상황이 벌어지는 교실 속에서 나의 중심을 잘 잡는 건 거의 도 닦는 일과 다르지 않다.
긴 연휴가 끝나간다. 다시 도 닦으러 내일부터 출근. 오랜만에 만나는 아이들을 다정한 미소로 맞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