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위기

by 스텔라박

벌써 3월이 끝나간다. 올해도 역시 초등학교 1학년 담임, 부장을 맡으며 입학식 준비가 시작되는 2월부터 두 달간 정신없이 달리고 있다. 작년 초 3월에 분명 내가 내년에 또 다시 1학년 부장을 맡으려 하거든 내 뺨을 쳐주시오 하며 다시는 맡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올해의 업무를 정하는 작년 11월, 사람 구실 하는 우리 반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그래, 이만하면 할 만 하다 생각해 또다시 나는 1학년 부장을 맡고야 말았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해갈이’ 라는 말이 있다. 같은 학년을 맡았을 때 작년 한 해가 괜찮으면 올해 아이들은 쉽지 않고, 올해 아이들이 쉽지 않으면 또 내년 한 해 아이들은 괜찮은 편이다. 과학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 해서 교사들 끼리는 해갈이를 확실히 믿는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한해를 어찌어찌 보내고 다음 해 똑같은 학년을 맡아 아이들을 보며 작년 아이들이 괜찮은 거였다 라는 걸 그때서야 깨닫기도 한다.


그렇다. 안타깝게도, 올해의 내가 그랬다. 작년엔 너무나 오랜만에 1학년을 맡다 보니 아이들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이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 아이들을 받아보니 작년 아이들이 정말 순하고 괜찮은 아이들이었다는 걸 뼈아프게 깨닫고야 말았다.


전국적으로 학생 수가 계속 줄어 가다보니 올 해는 우리학교 1학년이 세 반밖에 없다. 그런데 특수 아동이 우리 반에 두 명, 다른 한 반에 두 명이 배정이 되었다. 보통 한 반에 특수 아동을 한 명씩 넣게 되는데 1학년이다 보니 학부모들이 아이에 대해 알려주지 않으면 입학하고 나서야 특수라는 걸 알게 되고 뒤늦게 입급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올해 신규 선생님 반과 우리 반이 그랬다. 원래 한 명씩 특수가 있었는데 뒤늦게 알게 되어 두 명으로 추가되었다.


한국은 특수교육이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통합 학급 소속으로 국어, 수학 시간만 특수반에서 교육받고 나머지 시간은 통합 학급에서 수업을 듣는다. 하지만 학습이 어렵고 통제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그럴 경우 한 두시간 정도 특수 보조 선생님을 지원받는다.


우리 반에는 자폐 아동 남자아이 한 명, 지적장애 여자아이 한 명 이렇게 두 명의 특수 아동이 있다. 자폐 아동인 H는 반향어를 쓰고, 버튼이 있으면 눌러야 하고, 정리 강박이 있어 장난감 정리는 무조건 자기가 해야 한다. 교실 문이 열려있으면 문을 자기가 닫아야 한다. 흰 밥만 먹기 때문에 잡곡밥은 손도 안대고 김치를 보면 구역질을 해서 급식을 거의 먹지 못한다. 연필을 주먹을 쥐며 잡고 교과서를 스스로 넘기지 못한다. 모든 수업시간에 ‘히이이이잉, 선생님 도와주세요 으헝헝’ 하고 외친다. 특수 보조 선생님께서 하루 종일 계시면 좋겠지만 다른 반도 특수 지원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계시지 않는 시간이 하루에 더 많다. 내가 교직 인생에서 특수학생을 두 명 데리고 있는 것도 처음이지만 H처럼 심한 자폐 스펙트럼을 본 것도 처음이라 한 달 동안 너무나 힘들었다. 그 아이만 보고 있을 수 없고 나는 다른 아이들과 수업을 해야 하고 다른 아이들도 한 명 한 명 신경 써서 봐줘야 하는데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몸은 하나인데, 수업을 해야 하는데 H는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고, H를 지도 하다보면 다른 아이들이 산만해지고, 그럼 또 다른 아이들을 집중을 시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 되었다. 게다가 그 아이는 입학 전에 특수학급 입급 신청을 하지 않아 입학 한 후에야 처리가 되어 5월까지는 꼬박 나와 하루 종일 우리 교실에서 있어야 한다.


심지어 입학식날 H의 행동을 본 다른 엄마들로부터 입학식 다음 날 민원 문자까지 두 건을 받았다. 너그럽지 못한 그 학부모들이 너무한다 싶다가도 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도 들었다. 입학식날 안절부절 못하며 죄스런 얼굴로 나에게 상담을 하시던 H 어머니 얼굴도 떠오르고 마음이 복잡했다.


그리고 지적장애 여자아이 S. S는 애교가 많다. 지능이 3살쯤 되는데 학습은 거의 모든 것이 어렵고 걷는 것조차 휘청휘청 걸어서 휘청휘청 공주님이다. 급식은 너무 많이 급하게 먹는 게 문제다.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면 선생님~ 이거 봐라~ 잘했지~ 하면서 스스로 물개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는다. 나는 응~ 잘했어 라고 대답 해주며 같이 물개박수를 쳐준다.

한번은 쉬는 시간에 나에게 오더니 교탁에 발을 탁 숨기며 “ S 발 어딨지?”하기래 내가 교탁 아래를 가리키며 “여깄지~!”했더니 “찾았다!!!” 하며 물개박수를 쳤다. 이어서 벽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S 옹동이(엉덩이) 어딨지?”하기래 내가 벽 옆으로 가서 “여깄지~!” 했더니 “찾았다!!!” 하며 꺄르르 웃으며 박수를 쳤다.


나는 비록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지만 육아를 하다보면 3-4살 아이들이 이렇겠구나 싶었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S는 두 얼굴의 여자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하라고 하면 책상을 주먹으로 쾅 쾅 친다. 그리고 책을 바닥에 일부러 떨어트린다. 그리고 발을 쾅 쾅 구르고 실내화를 벗어던진다. 책상 위에 색연필도 일부러 바닥에 떨어트린다. 책상 위의 책을 구긴다. 그리고도 화가 풀리지 않으면 정말 자지러지게 온 몸을 휘어가며 소리 지르며 운다. 한 번은 특수반에 가서 공부를 하기 싫어서 국어 수학 시간에 특수반에 안가겠다고 온 몸을 휘어가며 소리를 지르며 우는 걸 보니 그 귀여운 S의 두 얼굴을 확인하고 혼이 싹 빠져나갔다. 딱 3살 고집 센 아이의 땡깡부림이다.


나는 내가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도 정상 스펙트럼에서 벗어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지껏 특수 아동을 많이 맡아봤고 그들을 지도할 때도 힘든 적이 꽤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야 하므로 통합교육이 맞다고 생각해왔다. 내가 맡을 때 좀 힘들었더라도 다음 해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의 아이들을 보며 내가 애쓴 보람이 있었네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올 해 3월을 보내며 나는 통합교육에 회의감이 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게 맞나? 통합 교육이 이런 거 맞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너무 이상적인 교육 시스템 아닌가?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특수 교육에 대해 더 전문적인 연수를 받아야 했었나 스스로 되돌아보기도 했다. 내가 1학년 부장이라 내가 1학년 반 편성을 했는데 이름을 보고 그 아이를 알 수 없으니 옆 반 신규 선생님 반과 우리 반에 특수 아동과 산만한 아이들이 몰리게 된 결과에 내 스스로를 탓할 수 밖에 없는 현실도 답답했다. 나는 그렇다 치고서라도 저경력 교사인 옆 반 선생님께도 미안한 마음이 쉴 틈 없이 밀려왔다. 1학년 반 편성을 하려면 이름을 보고 그 아이를 파악하는 초능력이라도 배워야 하는 건가, 이게 정말 맞나 라는 생각이 끝없이 들었다.


모르겠다.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어쨌든 나는 올 한 해 이 두 명의 아이들과 다른 아이들 20명과 함께 잘 지내가야 한다. 내가 옆 반 신규선생님에게 반편성이 이렇게 돼서 미안하다고,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이 훌륭한 신규 선생님은 올 한해 성장하는 해가 될거 같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나도 그렇다. 올 한 해 나 스스로도 다시 한번 교사로서 성장하는 한 해가 될 거 같다. 아픔이 있으면 배움이 있고, 힘듦이 있으면 성장이 있다. H나 S가 힘들지만 종종 웃음 짓게 하는 그들의 철없는 귀여움이 그나마 나를 위로한다. 아직 외계인인 나머지 다른 아이들 또한 그렇다. 그리고 어쨌든 3월은 지나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아마 4월은 3월보다 나으리라 믿는다. 시간과 성장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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