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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Jan 11. 2017

신카이 마코토의 마법 같은 이야기, <너의 이름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한 소년과 한 소녀의 '무스비'

※ 이 글에는 스포일링 요소가 첨가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재패니메이션(Japanimation) <너의 이름은.>은 3년 전 <언어의 정원>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의 7번째 작품이다. 

1973년생의 신카이 마코토는 1999년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라는 애니메이션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담당했다. 그는 첫 작품 이후 2007년 <초속 5센티미터>, 2008년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2013년 <언어의 정원>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작품들을 쏟아내기도 했다. 물론 상도 꽤 받았다. 

알고 보면 연출, 각본, 편집 심지어 목소리로 연기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이 국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손꼽아 기다렸다. 기존 작품으로 인해 신카이 마코토의 팬이 되어버렸기 때문. 극사실주의에 입각한 섬세한 묘사와 컬러풀한 색채가 플롯 위를 덮어 더욱 아름답게 빛이 난다. 

너의 이름은.

<너의 이름은.> 

이 작품은 일본 현지에서 작년 8월에 개봉했다. 무려 1천600만 명이 관람해 2016년 일본 전체 박스오피스 1위이자 역대 재패니메이션 중 흥행 2위에 기록한 어마 무시한 히트작으로 기록되었다. 국내 개봉 일주일이 지난 지금 148만 명이 관람했다.(영진위 1월 10일 기준)

※ 참고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1위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타키가 살고 있는 복잡한 도심, 도쿄

이 애니메이션은 도쿄 지역에 사는 타키, 시골마을 이토모리에서 살고 있는 미츠하의 신비한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둘은 어느 날부터 서로의 몸이 뒤바뀐다. 꿈인지 환상인지 현실인지 마냥 신기하고 환상적인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서로에겐 당연히 그들의 환경과 삶이 다르기에 모두가 낯설기만 하다. 반복되는 일상과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그들은 서로 마주할 수 있을까?

몸이 뒤바뀐 도쿄 소년 타키와 이토모리 마을의 미츠하

영화의 초반부는 서로의 다른 환경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재미있게 표현해냈다. 

서로의 몸이 뒤바뀐 것을 깨닫고 그 둘은 룰을 정한다. 그리곤 낯선 환경과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점점 익숙해진다. 어쩌면 그들이 동경했던 삶이었을테니 그럴만도 하다. 

"카페에 가보고 싶다"는 미츠하. 하지만 시골마을에는 자판기만 존재할 뿐이다. 몸이 뒤바뀐 후, 타키의 친구들과 함께 간 카페에서 본격적으로 만끽하며 즐거워한다. 반면 복잡한 도심에 살고 있는 타키는 따뜻하고 한적한 모습을 그리워했으니 어쩌면 서로의 작은 소망이 이렇게나마 이뤄진 듯하다. 

마주할 수 없는 미츠하와 타키. 만날 수 있을까?

타키와 미츠하는 다른 공간 속에서 살다, 어느 날 운명처럼 이끌려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서로를 향해 달려간다. 

"도쿄에 다녀올게"

미츠하는 복잡한 도심 속에서 타키를 찾아 헤맨다. 

"분명 알아볼 수 있을거야."

하지만 그 넓은 공간에서 자신이 생각했던 그리고 또 다른 자신이었던 타키를 찾는 것이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타키 역시 미츠하를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타고 시골마을 이토모리로 찾아간다. 그리고 그 마을의 존재를 알고 있는 식당 주인을 통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분명히 두 눈으로 보았던 아름다운 마을이었는데 이미 폐허가 된 이토모리를 보고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망연자실한다. 그럼 미츠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과연 그 둘은 서로 마주할 수 있을까?

미츠하를 찾아나선 타키

무스비, 우린 모두 이어져있어! 

"무스비라는 말을 알고 있니?"

"무스비?"

어느 날, 미츠하의 할머니가 손녀를 앉혀두고 이야기한다. 

플롯이 말하고 있는 '진짜'는 '무스비(結び)' 즉 서로에게 연결되었거나 꼬였거나 엉켰거나, 혹은 끊어졌거나 그 끊어진 실타래가 다시 이어지는 관계를 일컫는다. 

※ 結び(무스비)란, 매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위와 같이 '꼬이고 엉키고 이어지는' 세계관을 이야기한다. 

미츠하의 할머니

미츠하의 머리를 묶고 있는 끈은 유난히 길고 유난히 빨갛게 보인다. 

알고 보면 이 끈은 영화의 초반부로부터 끝나갈 무렵까지 계속 이어져있다. 하지만 단순한 머리끈은 아니었다. 

소년과 소녀를 잇는 무형의 끈, 무스비는 시공간을 초월한다. 이는 할머니가 꿰뚫고 있는 오랜 과거와 무스비의 이어짐, 그 모든 관계를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세계관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녀가 몸이 뒤바뀌는 현상, 그리고 그들이 서로 다른 시공간에 살고 있다는 것 모두 꿈속 이야기처럼 들린다. 

"너의 이름은?"

분명히 그와 그녀의 모습으로 살았던 그들임에도 이름이 잊혀진다는 건 마치 우리가 꿈을 꾸고 나면 그 꿈의 환상들이 아침이 되었을 때 사라져 버리는 것과도 흡사하다. 

시간과 공간은 떨어져 있어도 무스비가 이어주는 것처럼 그들의 마음은 완벽하게 이어져있으리라. 

신카이 마코토가 기존의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다. 

"잊지 말아야 할 사람, 잊어서는 안 되는 사람. 기억해야 할 사람"


하늘을 수놓은 유성. 바로 그 날.
신카이 마코토의 마법 같은 이야기

신카이 마코토는 '포스트(Post) 호소다 마모루', '차세대 미야자키 하야오'로 불리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섬세하고 정교한 색채와 배경들은 지극히 사실적인 '극사실주의'에 입각해 표현해낸 만큼 충분히 압도적이었다. 

타키가 살고 있는 도쿄의 모습도 그랬지만 이토모리 마을의 섬세한 '창작'은 더욱 놀랄만하다. 길거리나 학교, 미츠하가 살고 있는 집, 이토모리 마을의 호수까지 일본의 기후현과 닮아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말들이 있었는데 신카이 마코토는 이 마을을 상상하며 그려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새롭게 꾸며진 마을. 

동생과 함께 등교하는 미츠하. 이 곳은 신카이 마코토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토모리 마을.

신카이 마코토에 의해 만들어진 이 작품 위로 몇몇 OST가 한목 더한다. 감독은 실제 작품의 플롯을 어느 록밴드에게 전달했고 이 작품과 어울리는 곡을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결과는 매우 만족.  

작품 속에서 노래한 록밴드는 레드윔프스(RADWIMPS)로  2003년 데뷔했다. 신카이 마코토는 이 밴드 보컬인 노다 요지로의 오랜 팬이었다고 한다. 

레드윔프스, 모자를 푹 눌러쓴 인물이 노다 요지로.

이 작품의 모티브로 잘 알려진 '2011년 도호쿠 대지진'은 규모 9로 매우 강력했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어쩌면 작은 마을 하나쯤은 해일로 인해 사라졌을지 모른다. 

감독은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힐링 영화가 필요하다고 느껴 성실하게 제작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감독이 표현하고 만들어낸 플롯과 미츠하의 할머니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무스비'라는 세계관은 놀라운 상상력이라 할 수 있겠다. 더구나 아름답게 그려진 마법 같은 이야기는 신카이 마코토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본다. 



P.S. 이 작품의 제목에는 마침표가 찍혀있다. <너의 이름은.> 

"너의 이름?" 이나 "너의 이름은..."으로 표현되거나 읽힐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표현되고 읽힐 수 있듯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서 제작의도상 마침표를 찍었다고 한다. 


※ 이 글에는 스포일링 요소가 첨가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모든 영화가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호불호는 존재하겠지만 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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