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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Jan 05. 2017

<라라랜드>와 <카페 소사이어티>, 그리고 로맨스

#두 영화 엮어보기 - 그들의 사랑, 과연 해피엔딩일까?

※ 아래 작성되는 글에 스포일링 요소가 첨가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마법이다"

<라라랜드>는 연일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12월 7일 개봉 이후 약 250만 명이 넘는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1985년생으로 하버드대학교를 나와 <위플래쉬>라는 명작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위플래쉬>에 등장했던 호랑이 선생님 플랫쳐 역의 J.K 시몬스가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의 강렬한 모습은 <라라랜드>에서도 짧게 볼 수 있다. 사실 등장 자체만으로도 반갑다.   


<라라랜드>는 로맨틱한 뮤지컬 영화로 다미엔 차젤레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직접 했다. 

음악이 흐르고 배우들은 춤을 춘다. 아름다운 석양에 어우러지는 그들의 춤사위와 라이브로 울려 퍼지는 그들의 목소리는 황홀할 정도다. 


반면 <카페 소사이어티>는 우디 앨런 감독이 연출한 자신의 47번째 작품이다. 69회 칸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보인 이 영화는 1930년대 배경의 달달한 로맨스 영화다. 이 영화 속에서도 음악이 흐른다. 남자 그리고 여자, 연인 간의 풋풋하면서도 위험한 사랑이 그 음악에 어우러져 '우디 앨런 st.(스타일)'답게 그려진다. 


사실 이 두 영화를 굳이 비교하려고 했던건 아니었다. 

2016년 마지막 주에 <라라랜드>를 관람했고 2017년 새해가 되자마자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카페 소사이어티>였다. 

다미엔 차젤레의 <라라랜드>는 뮤지컬 영화이고 우디 앨런의 <카페 소사이어티>는 로맨스 영화다.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지역적 배경은 같고 뮤지컬과 드라마로서 스타일은 다르지만 한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삶과 사랑이 아주 묘하게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엮어보게 되었다. 로맨틱하고 낭만적이면서도 해피엔딩인 듯 아닌 듯. 


걸작으로 탄생한 <라라랜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라라랜드>의 오프닝 시퀀스는 가히 압도적이다. 

LA 어느 지역의 고속도로. 꾸벅꾸벅 잠이라도 올듯한 날씨에 주차장이라도 된 듯 차가 막힌다. 하나둘씩 차에서 나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뮤지컬의 시작을 알리는 거센 음악의 파도가 귀를 즐겁게 하고 수십대의 차 위에서 펼치는 군무는 눈을 사로잡는다. 

<라라랜드>의 화려한 오프닝 시퀀스

차 안에서도 오디션 연습에 매진하는 미아(엠마 스톤)는 배우를 꿈꾼다. 반면 미아의 차를 향해 경적소리를 크게 울려대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자신의 음악을 꿈꾸는 어느 재즈바의 연주자다.  

이 두 사람 모두 꿈을 쫓아가며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미아는 할리우드 어느 공간에 위치한 커피숍의 바리스타로 일한다. 오디션을 보지만 낙방하기 일쑤. 그리곤 다시 현실로 되돌아오기를 되풀이한다. 

정해진 곡에 짜여진 음표대로 조용히 건반을 두드리던 세바스찬은 본인만의 음악에 빠져 미친듯이 연주한다. 하지만 곧 재즈바 사장(J.K 시몬스)에게 해고되고 이후 작은 밴드에서 키보드를 연주하게 된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지금'을 살아가는 아티스트들 즉 영화배우를 꿈꾸는 미아 같은 사람이나 뮤지션을 꿈꾸는 세바스찬과 같은 사람들의 꿈을 필름에 담아 이야기하고자 했고 그 이야기를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표현해냈다.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라는 지역적 배경 또한 이 영화에 걸맞은 장소라 할 수 있겠다. 

※ <라라랜드(La La Land)>라는 어원적 의미는 '꿈의 나라' 즉 비현실적인 세계를 지칭하고 여기에선 LA 그리고 할리우드를 뜻한다. 

결과적으론 감독이 구상한대로 또 상상한대로 깔끔하게 연출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감독의 재능이자 힘이리라. 


영화는 'Spring', 'Summer' 등 계절적 문구를 삽입해 시간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계절의 흐름과 동시에 미아와 세바스찬의 관계도 그리고 그들의 사랑, 그들이 쫓는 꿈의 실체에 대해 자연스레 이야기한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세바스찬의 대사처럼 그들의 꿈도 사랑도 일도 자연스럽게 흘러만 간다. 

세바스찬은 멋진 클럽을 오픈해 클럽 사장님이 되었고 미아는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배우가 된다. 


오프닝 시퀀스와 더불어 엔딩 시퀀스에 등장하는 판타지 씬은 총천연색으로 하늘 위에 그려진 폭죽 같은 느낌이다. 뭐랄까. 형형색색 상큼하고 달콤한 롤리팝 캔디를 연상시키는 듯한 CF의 한장면 같은 느낌?

세바스찬과 미아의 첫 만남으로부터 이어진 달콤한 첫 키스와 낭만 그리고 사랑이라는 선택으로 꾸며진 순간들이 단 몇 분간 속도감 있게 표현되었다. 

신나고 경쾌한 음악이 끝나고 다시 현실 그리고 정적. 미아는 세바스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윽고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는 두 사람. 

어쩌면 해피엔딩, 어쩌면 그 반대. 미아나 세바스찬과 같이, 꿈을 좇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감동적이거나 황홀한 맛을 느껴볼 수 있을 듯하다. 

미아와 세바스찬
1930년대 꿈같은 로맨스, <카페 소사이어티>

<카페 소사이어티> 는 뉴욕과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다. 

뉴욕에서 살고 있던 바비(제시 아이젠버그)는 성공을 꿈꾸며 할리우드에 입성한다. 삼촌 필(스티븐 카렐)의 직장에서 아름다운 여비서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만나게 되면서 한눈에 끌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간다. 

바비는 삼촌 필 덕분에 아름답고 우아한 할리우드 여성들과 성공한 남자들이 가득한 상류층 생활에 발을 들인다. 허세와 사치가 난무하는 할리우드의 블링 블링한 삶과 순수한 모습의 바비를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바비가 살았던 뉴욕 뒷골목의 모습과 할리우드의 상류층 그리고 베버리힐스의 저택을 보면 상반된 양쪽의 환경들이 아주 극명하게 표현되기도 한다. 갱스터와 죽음, 잘 나가는 배우들과 꿈 그리고 돈. 

보니에게 열정적으로 다가가는 바비

바비는 보니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어긋나게 된다. 할리우드의 삶은 결국 바비에게 맞지 않는 옷 같았다. 그는 본래 살던 뉴욕으로 돌아갔고 시간이 지나 맨해튼의 나이트클럽 사업으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리곤 운명처럼 아내 베로니카(블레이크 라이블리)를 맞이해 아이도 갖게 된다.

카페 소사이어티의 사람들과 사장 바비


바비의 클럽은 영화 제목인 '카페 소사이어티'에 딱 맞는 상류층들의 고급 나이트클럽이다. 

※ 카페 소사이어티란 고급 나이트클럽에 출입하는 상류층 사람들을 말한다. 

바비에게 있어 할리우드는 맞지 않는 옷 같았지만 맨해튼에서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또 다른 옷을 찾게 된 셈이다. 그게 그가 쫓았던 꿈이든 그렇지 않든. 

바비와 보니는 재회한다. 재즈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밤새 게임도 즐긴다. 센트럴파크에서 새벽을 맞이하며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고 예전의 모습을 회상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원했을까? 어쨌든 그들의 사랑은 다시 이어지지 않는다.

보니와 재회한 바비

낭만적이고 황홀해!

한 남자와 한 여자. 두 사람의 사랑이 반드시 이어져야만 해피엔딩이라고 단언하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두 영화를 보면, 서로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서로의 다른 상대를 만나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고 '새드엔딩'이라 말하기도 그렇다. 

그들은 꿈을 쫓아가던 사람들이었고 분명히 그 꿈을 쟁취하기도 한다. 

사랑과 출세, 꿈의 쟁취. 이 모든걸 차치하더라도 두 영화 모두 로맨틱하고 황홀하며 낭만적이었다. 

영화의 각 시퀀스마다 두 사람으로부터 뿜어져나오는 아름다운 잔향이 플롯 위로 내려앉는다. 두 영화에서 느낀 그 잔향이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일까?


두 영화를 엮어 글을 쓰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글링을 해봤다. 검색어는 아주 단순하게 '라라랜드 카페소사이어티' 

나와 같은 느낌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었다. 플롯이나 영화의 장치, 흘러가는 형태. 장르만 달랐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관객들. 이렇게 느낀건 나뿐이 아니었구나. 

어느 재즈바에서, 미아와 세바스찬

몇몇 장면들을 떠올려보면 낡은 재즈바가 두 영화에 모두 하나씩 등장하는데 '아, 정말 저런 곳이 있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바스찬과 미아, 바비와 베로니카가 작은 테이블에 앉아 재즈를 듣고 있다. 작은 무대 위, 트럼펫, 드럼, 베이스, 피아노 그래도 있을건 다 있다. 옹기종기 모여 연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인다. 

화려하고 깔끔하며 번쩍거리는 클럽도 아니다. 자욱한 연기와 바닥에 깔린 나무에서 퀴퀴한 냄새가 올라올듯한 느낌마저 들지만 그 사이를 뚫고 그들의 눈빛이 오간다. 

로맨틱함. '이런 의미였구나', '이런 말이구나'하고 느껴진다. 



※ 위 작성 글에는 스포일링 요소가 첨가될 수 있습니다. 

※ 2017년 첫 브런치입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appy New Year!! 新年快樂!! Bonne anné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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