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행 에세이 #3
오늘은 어제보다 날이 흐렸다.
흐린 구름이 곳곳에 보이는 시드니의 하늘. 그러나 비는 내릴 것 같지 않았다.
내일은 블루마운틴으로 하루를 보내야 하니 어떻게 보면 오늘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어 시드니의 이 곳, 저 곳을 둘러보기로 한다.
역시 일정이 너무 짧았다.
어느 곳이나 그렇겠지만 휴가는 짧고 볼거리는 많으니 그만큼 아쉬움은 배가 된다.
"괜찮아. 또 오면 되지. 꼭 다시 올 거야"
말은 이렇게 내뱉어도 회사생활에 치이고 이래저래 다른 스케줄로 정신없이 살아가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익숙해지고 만다.
"꼭" 다시 갈 거야라는 말은 "언젠가" 다시 갈 거야라는 말과 같겠지.
오늘의 시작은.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이 좋아할법한 아쿠아리움이었다.
시드니 아쿠아리움.
숙소에서 나와 모노레일을 타고 달링하버 역으로 이동했다.
무인으로 움직이는 모노레일은 우리나라 경전철과 비슷하다.
사람이 많을 것만 같았지만 승강장에도 모노레일 안에도 승객은 별로 없었다.
달링하버에 내리니 코 앞에 보이는 아쿠아리움. 이 곳에서 시드니타워 전망대도 갈 수 있는 패키지로 티켓을 구매했다. 이렇게 묶어서 파니 보다 저렴했다.
우리나라 63 빌딩이나 코엑스, 일산, 제주 등에 있는 아쿠아리움에서 줄을 서다 보면 북적거리며 뛰노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이 곳도 아이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핫플레이스가 아닐까.
그래도 적당한 대기시간으로 아쿠아리움에 진입했다.
관람객을 가장 먼저 환영하는 상어의 모습. 어두운 입구를 지나 들어가니 화려한 수조에서
헤엄치는 해양동물을 관람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둘러볼 수 있는 대형 수조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대형 수조를 비추는 햇살이 상어의 그림자를 멋들어지게 연출했다.
역시나 이 곳은 아이들의 놀이터.
아쿠아리움을 나와 우린 시내로 들어갔다.
시내 초입에서도 볼 수 있는 시드니타워.
우리는 시드니타워에 가기 전, 이 곳에서 굉장히 유명한 쇼핑몰에 들렀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센터, QVB
QVB, 즉 퀸 빅토리아 빌딩은 시드니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북으로 길이가 190미터라고 한다.
기존 시드니 마켓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로마네스크 양식과 비잔틴 양식을 혼합해 주변 빌딩들과 대조를 이뤄 더욱 고풍스럽고 엔틱 하게 느껴진다.
QVB 입구에는 빅토리아 여왕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 건물을 보고 프랑스 디자이너인 피에르 가르뎅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몰'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뉴욕의 메이시스(Macy's) 백화점이나 런던의 헤롯(Harrods) 백화점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백화점이 아닐까.
명품 브랜드와 일반적인 매장들이 즐비한 이 곳.
겉모습은 엔틱하고 내부도 "Brand New"라기보다 "클래식"함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나라 백화점의 화려하고 신선한 느낌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사실 메이시스도 헤롯 백화점도 모두 백화점 같지 않은 느낌. 차라리 을지로 지하상가 느낌이라면 맞을까?
과거로부터 거슬러온 매장들을 조금씩 다듬기만 했을 뿐 옛 것을 그대로 살려 서비스하는 듯했다.
파리의 쁘렝땅 백화점은 우리나라의 백화점과 가장 흡사한 듯했고 UAE의 두바이 몰은 우리나라 코엑스나 여의도 IFC몰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피에르 가르뎅이 극찬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갖춘 QVB.
그냥 가기 아쉬워 이 곳에서 바지 하나를 득템, 지금까지도 잘 입고 있다!
시드니타워에서 바라보는 시드니.
밖으로 나와 빅토리아 여왕과 인사를 나눈 뒤
아쿠아리움과 패키지로 묶어놨던 시드니타워에 오르기로 한다.
시드니타워는 높이 305미터의 전망용 탑으로 지상에서 전망대까지 약 40초간 엘리베이터를 타면 시드니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1970년 말 공사를 시작, 1981년에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고 한다.
혹시 'World Federation of Great Towers'라는 협회를 아시는지? 나도 전에 들은 바가 있으나 생소한 느낌은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의 남산타워, '서울 N타워'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협회 가입 조건에 타워나 빌딩 상층부에 전망대가 있어야 한다. 당연히 시드니타워도 세계거탑연맹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저기 전망대도 많이 가보긴 했지만 크게 차이는 없다.
우뚝 솟은 빌딩들이 내 발아래에 있고 지나가는 차들도 장난감으로 보이는 느낌.
"야 우리가 지도에 못 찾은 곳 저기인가 보다"
"아 맞네. 이따 저기 가보자"
그래, 지도에서 거의 모든 장소들을 쉽게 찾긴 했지만 굳이 책을 펼치지 않아도 보이는 곳들이 있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지상의 모습. 사람들은 어떤 느낌,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어렸을 때만 해도 그저 "우와", 감탄만 하며 여기저기 신기하게 쳐다봤을 텐데.
얼마 전에 TV를 보다, 어느 전망대에 오른 할아버지가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제는 기술이 너무 발전해서 이 정도 높이는 높지도 않아. 내가 오래 살고 보니 이렇게 멋진 모습을 바라보네'
세상의 기술은 분명히 발전하고 있고 세계 최고의 높이를 위해 앞다투어 경쟁을 한다.
나도 나이가 들어 세상에서 가장 높다고 자부하는 어느 전망대에서 같은 느낌으로 바라보게 될까?
시드니 타워에서 360도로 시드니의 전경을 바라본 후 지상으로 내려왔다.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대형 체스판에서 체스를 두고 있었다.
그마저도 신기한 모습.
종로 3가 뒤편만 가도 작은 바둑판 위에서 바둑 두시는 할아버지들을 본 적이 있는데 이 곳에서는 이렇게 거대한 체스 말로 체스를 두고 있네.
런던, 파리, 뉴욕 여행에서 빼먹지 않고 늘 갔던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성당.
성당에만 가면 늘 경건해지기 마련이다. 굉장히 고풍스럽고 아름답게 세워진 성당의 모습을 보면 웅장하고 멋지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런던에서 보았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이나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만큼 목이 꺾일 정도로 바라볼 만큼 크진 않았지만 햇살을 받고 있는 "세인트메리 성당"의 아름다운 모습 앞에서 다시 한번 경건해졌다.
내부 사진은 촬영이 불가하다고 하여 잠시 들어갔다가 조용히 기도를 하고 나왔다.
세인트 메리 성당은.
1821년에 처음 건설되었다. 하지만 40년이 지나 화재로 건물이 무너졌다고 한다. 때는 1868년.
이때 다시 고딕 양식으로 재건축된 성당이다.
이 날 저녁, 나와 동행한 후배 녀석과 신나게 저녁을 즐겼다.
숙소로 돌아가 내가 가져온 노트북을 통해 그동안 모아두었던 '무한도전'을 보기 시작했다.
"한잔 더 할까?"
"그래 나가자"
우린 모두가 저녁을 먹고 있을 시간에 길거리로 나와 와인과 보드카, 위스키 등을 파는 Bottle Shop에 들렀다. '앱솔루트' 보드카 한 병을 싼 가격에 구매하고 숙소 옆 편의점에서 얼음도 얻어 방으로 올라갔다.
어두운 밤을 비추는 불빛이 흔들리고 우리도 흔들린다.
글쎄 머리가 깨질 듯 아프거나 속이 쓰려 숙취로 괴로워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당시엔 기분 좋은 한잔이었으나 다음 날 타격이 있었다.
아주 큰 타격.
블루마운틴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버스가 출발하는 시간에 일어난 것!
망했다.
누가 이런 이야기를 보면 '진짜 한심하다' 느낄게 분명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
후배 놈은 그냥 침대에 붙어있었고 난 근처라도 구경하기 위해 혼자 가방을 메고 숙소 밖으로 나왔다.
'어디로 가지? 뭘 봐야 하지? 이대로 보낼 순 없어!'
멀리는 갈 수도 없으니 숙소 부근의 명소를 찾아봤다.
숙소에서 200미터나 되려나. 호주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안은 "호주 박물관(Austrailian Museum)"
"그래 여기야" 모자를 푹 눌러쓰고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마치 시드니 유학생인냥 아무렇지 않게 걸어갔다.
동물, 해양, 민족, 곤충 등으로 나뉜 '호주 박물관'은 세계 5위 안에 손꼽히는 역사적인 박물관이라고 한다. 1827년에 설립된 이 곳은 1857년 일반에 처음 공개되었는데 1954년에 증축을 하면서 더욱 커졌다.
들어가자마자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대충 관람을 시작했다.
블루마운틴에 가지 못한 우울함과 어제 마신 보드카의 위력과 빠듯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날아가버린 허무함,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 거지?'라는 '멍'함이 동시에 교차했다.
그래, 여기라도 왔으니 재미있게 보자!
아니 근데 나 혼자 이 곳을 전세 낸 듯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공룡의 거대한 골격이 있는 곳, 사람의 해골이 들어서 있는 무시무시한 곳, 금방이라도 곤충이 날아가버릴 듯한 곳. 그 어느 곳도 북적거리는 곳은 없었다.
코알라가 쳐다본다.
"쯧쯧, 그러게 일찍 일어나지 그랬어!"라고 말하는 듯한.
"그래도 반가워"라고 위로하는듯한 캥거루의 모습까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손꼽을 만큼 매우 웅장하고 볼거리도 많은 듯했다.
박물관 출구 옆에는 기념품 샵이 존재했다. 출구 밖으로 나가기 전 기념품 샵은 늘 관람객들을 붙잡는 듯하다.
다행히 이 곳에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을 위해 이것저것 구매를 하기도 했다.
오늘은 마침 첫날 만났었던 학교 후배를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늘 이야기를 해주면 깜짝 놀라겠지?
침대에 붙어있던 후배 녀석을 떼어내고 약속 장소인 '스타시티'로 향했다.
온갖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뷔페였는데 조금 일찍 갔던 터라 스타시티에 있는 카지노에서 몇 푼을 던지곤 그들을 기다렸다.
여기저기서 돈 떨어지는 소리,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로 가득한 이 곳. 정신없었다.
몇 분 후 후배와 후배의 남편을 만나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저녁 식사 후 그들은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의 야경을 관람할 수 있는 뷰 포인트(view point)를 소개해주었다. 아마도 가든 아일랜드 부근이었던 것 같다.
멀리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가 한 눈에 보였다.
오늘 하루가 이렇게 어두움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내일, 내일은 어떻게 해야 하지?
숙소에 있는 동안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블루마운틴에 가지 못한 아쉬움은 우리뿐 아니라 후배 부부에게 통했었는지 하루 휴가를 내고 블루마운틴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소식.
너무너무 미안한 느낌과 다행이라는 감정, 그게 뭐든 아무튼 모두 모두 감사하게 여겼다.
괜히 우리 때문에 바쁜 시간을 쪼개고 언제 반드시 써야 할지 모를 휴가를 낸다는 후배의 남편님에게 매우 감사를!
상쾌하고 맑은 날씨.
우린 블루마운틴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한인촌이 있는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로 향했다.
이 지하철 티켓은 맨리에서 만난 동생이 사준 것! 근데 이 티켓에 구역이 지정되어 있어 스트라스필드로 가려면 미리 알아보고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니, 이미 우린 경계 밖으로 오게 되었고 그에 따른 벌금이 부여된다는 이야기에 덜덜덜 떨었다.
"어떡하지? 또 망했다"
일단 지하철 밖으로 나가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했고 다행히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자세한 교통 정보는 이 곳에서 알아보고 가시기를 추천드립니다. http://www.transportnsw.info/
스트라스필드에서 내려서 마을을 보니, 영락없는 외곽지역이었다. 시드니 시내와는 사뭇 다른 느낌.
한인촌이라 그런지 주변 가판대에서도 한국인 아주머니가 물건을 팔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편의점 앞으로 차가 한대 섰고 후배 남편이 내렸다.
"아, 진짜 고맙고 미안해요"
그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가보셔야죠. 미안하시면 그럼 기름값만 주세요.ㅎㅎ"
"콜! 당연히 줘야죠!!"
짧게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차에 올랐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YF 소나타. 이 곳에서는 'i45'로 불리고 있었다.
핸들은 우리나라와는 반대인 차량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면허를 따려면 꽤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면허 발급 체계 자체는 조금 쉬운 게 아닌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곳에는 호주의 제조업체인 '홀덴(holden)'이 존재했고 그 밖에 현대차, 쉐보레 등도 많이 보였다. '홀덴'은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의 자회사다.
시드니 시내에서도 그렇지만, 스트라스필드에서도 블루마운틴까지는 거리가 꽤 된다.
시드니의 시내를 지나 외곽지역인 스트라스필드로 왔고
더욱 조용하고 한적한 길을 따라 i45는 신나게 달렸다.
1시간이 넘고 2시간쯤 되자 서서히 블루마운틴으로 인접한 듯했다.
드디어 블루마운틴!
블루마운틴(Blue Mountains)은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푸르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무성하게 자라 숲을 이루고 있는 약 90가지 종류의 유칼립투스 나무가 만들어 낸 '푸른빛'이다.
과학적으로 보면, 이 나무에서 증발된 나무의 유액 사이로 태양광이 통과하는데 파장이 가장 짧은 푸른빛을 반사하면서 생기는 것이라고 백과에서는 말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가파른 절벽 아래부터 저 멀리 탁 트인 절경까지 푸르게 뒤덮인 블루마운틴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거의 '호주의 그랜드캐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발 1천 미터가 넘어 구름이 끼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저 멀리 좋은 광경을 보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아침부터 맑았던 하늘이 탁 트인 절경을 선사해주었다.
싱그럽고 신비하고 아름다운 느낌이 가득했다.
블루마운틴을 바라보고 있는 '에코포인트'의 왼편으로는 융기 현상으로 생긴 봉우리를 볼 수 있는데,
이 곳 이름으로 '세 자매 봉'이라 불리고 있다.
여기에는 예로부터 전해 오는 전설이 있다.
블루마운틴 세 자매 봉의 전설
오래전 카툼바족 마법사에게 3명의 아름다운 딸이 있었는데 이들 자매는 네핀족의 삼 형제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카툼바족은 다른 부족과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어 네핀족 삼 형제는 무력으로 세 자매를 데려오기로 한다. 다른 전사들과 함께 전쟁을 선언한 네핀족.
세 자매의 아버지인 카툼바족의 마법사는 딸들을 뺏길 수 없어 절벽 끝으로 데려가 돌로 변하게 했다.
'전쟁이 끝나면 너희들을 풀어주겠다. 기다려다오'
하지만 마법사는 전쟁에서 죽고 말았다. 돌로 변해버린 세 자매의 마술은 그 누구도 풀 수 없었고 결국 마법에 걸린 채 블루마운틴의 '봉'으로 현존하고 있다는 전설!
블루마운틴의 에코포인트 아래 주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코스가 있다.
이 코스를 둘러보기 위해 산악용 열차(?)에 올라탔는데 갑자기 아래로 추락하는 것 같은 기분.
롤러코스터의 느낌을 주었던 이 열차는 무방비 상태의 우리를 '고소공포증'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기도 했다.
굉장히 스릴 넘쳤다!
공기는 맑았고 주변의 나무들이 풍기는 향도 매우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블루마운틴을 구경 온 호주의 학생들도 우루루 모여들었다.
자연과 맞닿은 시드니의 느낌은 예상했던 그대로다. 더구나 자연이 만들어준 이런 상쾌함은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리곤 여기에 오려고 했다가 포기하고자 했던 우리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기억될 후배와 후배 남편에게 또다시 감사를!!!!
우린 2000년 제 27회 시드니 올림픽이 열렸던 올림픽 파크를 잠시 들러 남은 여행을 마무리했다.
그냥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수 있는 곳에만 내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우리를 위해 '공항 픽업 서비스'까지 해주었다.
"진짜 오늘 너무 감사했어요! 한국에 오면 듬뿍 쏘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만날 그 '언젠가'의 날을 기약하면서...
지금 그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후배는 (당연히) 엄마가 되었다.
시드니는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다.
많이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도 크고 주변 도시들을 조금 더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더구나 꾸역꾸역 담고자 했던 울룰루 여행은 정말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다.
호주가 가진 아름다움, 꼭 다시 한번 느껴보리라!
우린 다시 홍콩을 들러 한국에 들어갔다.
내가 시드니 공항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둘러볼 때, 나와 함께 온 후배는 담배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시드니에서 한 보루를 구매해왔다.
"야, 홍콩 가도 살 수 있을 텐데. 여기 되게 비싸"
"아 그래? 환불할까?"
"늦었어. 우리 가야 돼!"
홍콩에 도착하니 이른 아침이었다. 1시간 정도 대기하고 있으니 면세점이 문을 열었다.
"야, 담뱃값 물어보지 마. 마음 아플거야"
"ㅠㅠ"
노숙자가 된듯한 기분으로 우린 인천에 도착했다.
대학로에서 또 다른 스케줄이 있어 이 녀석과 난 또 다시 저녁을 만끽했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친구들과 시드니 여행의 뒤풀이를 하고 나니 지구 반대편에 있다가 온 게 맞는 건지, 마치 꿈을 꾼 듯했다.
이렇게 사진을 보며 추억 되새김질을 하니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시드니, 또 언제 갈 수 있을까?
3편의 내용이 다소 장황하게 되었네요. 마치 급히 껴맞추고 급히 마무리한듯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ㅠㅠ
3편에 걸친 시드니 여행기를 "후딱' 마칩니다.
다음에는,
과거의 기억을 오늘에 되살려, 잘 다듬고 정리해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