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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Jun 08. 2017

<옥자>야, 그래도 나는 환영한다

<옥자> 개봉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무엇인가?

2017년 5월 17일, 프랑스 칸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칸 영화제'가 열렸다. 

대한민국 작품으로 칸에 진출한 변성현 감독, 임사완 주연의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정병길 감독, 김옥빈 주연의 <악녀>, 홍상수 연출, 김민희 주연의 <그 후>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Made in Korea'의 타이틀을 붙여 칸으로 간 영화 중 단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 Okja>였다. 

<옥자>의 티저 영상과 짧은 트레일러가 공개되자 국내 영화 팬들의 기대감은 그야말로 '증폭'되었다. 일단 믿고 보는 봉준호가 <설국열차> 이후 4년 만에 감독으로서 메가폰을 잡았고 안서현, 변희봉부터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릴리 콜린스까지 잘 나가는 할리우드 배우들까지 한 곳에 모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더 화제가 되었던 것은 <옥자>가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 제작 영화로 '극장 질서를 붕괴하는 스트리밍 방식의 영화는 영화제 초청과 상영, 수상 모두 옳지 않다'는 프랑스 극장협회의 반발 때문. 

왜? 그리고 무엇 때문에 <옥자>와 넷플릭스가 이렇게 시끄러운 걸까?



넷플릭스와 봉준호 감독의 <옥자>

1946년 이후로 매년 5월 칸에서는 칸 영화제가 열린다. 올해로 70회를 맞게 된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스웨덴 출신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연출한 코미디 <더 스퀘어>가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누가 무엇을 수상했든,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작품은 다름 아닌 <옥자>였다. 

사실 <옥자>는 이번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프랑스 칸에 입성했다. 언론시사로 <옥자> 상영이 있었으나 영화가 시작된 지 8분 만에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10분이 지나 다시 재개되었다. 상영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긴급히 처리하여 10분 만에 다시 상영을 재개한 것이다. 현장에서는 환호성과 야유가 공존했다고 한다. 이러한 '해프닝'마저도 넷플릭스가 발단이 아니냐는 우려 깊은 목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정작 봉준호 감독은 아무렇지 않은 듯 '영화제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넷플릭스 제작 영화는 봉 감독의 <옥자>와 더불어 벤 스틸러와 아담 샌들러 주연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The Meyerowitz Stories)>까지 딱 두 편이다.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스크린에서 볼 수 없는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언급했고 칸영화제 예술감독인 티에리 프레모는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존재들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옥자>와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는 영화제가 끝난 이후 프랑스 내에서 상영이 금지되고 말았다. 

https://media.netflix.com/en/releases-and-blogs

넷플릭스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인터넷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VOD 웹사이트로 1997년 인터넷망을 통해 DVD 대여 서비스로 시작한 곳이다. 2009년, 넷플릭스는 달라졌다. 인터넷에 연결만 가능하다면 컴퓨터나 휴대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로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축했다. 미국에서는 대다수의 가정이 넷플릭스에 가입해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 결과 넷플릭스의 연 매출은 4조 원을 넘어섰다. 

넷플릭스는 또 한 번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동안 외부 콘텐츠를 구매하여 제공해왔으나 2012년부터 자체 콘텐츠 제작에 나서게 되고 넷플릭스 '독점'으로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광고 한번 보지 않고 집에 앉아서 편히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매력이었다. 더구나 월 이용료 7.99달러이니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넷플릭스

봉준호 감독은 <옥자>의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국내 투자사와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했다. 더구나 5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으로 투자사와 협의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500억 원이라는 돈을 한꺼번에 쏟아붓는 경우 손익분기와 투자 회수도 고려해봐야 하고 투자가 필요한 또 다른 시나리오에 투자하지 못하게 되는 리스크를 떠안고 있기 때문. 미국에서도 예산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여기에 넷플릭스가 뛰어든 것이다. 봉준호 감독 입장에선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더구나 넷플릭스가 어떠한 방식으로 배급, 상영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러한 논란 역시도 조금은 예상하지 않았나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를 상업적으로 그리고 산업적인 측면으로 바라보게 되면 크리에이터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을지 모른다. 예산 문제에 집중하다가 보면 보다 높은 영화적 퀄리티가 툭 떨어지게 될 테니까. 봉준호 감독은 <옥자>의 탄생을 위해 다방면으로 그리고 오랜 기간 많은 고심을 한 듯하다. 


<옥자>의 개봉, 그래도 나는 기다리련다

결과적으로 칸 영화제로부터 벌어진 작금의 사태는 영화의 전통적인 유통방식과 온라인 상영 방식 간의 전쟁 같은 것이다. 70년이라는 세월을 겪어온 칸 영화제가 전통 방식의 배급과 유통이라는 테두리 안에 인터넷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식구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두 작품을 초청했다. 논란이 커지자 '2018년부터는 영화제 경쟁작이 모두 극장 개봉작이어야 한다'라고 발표했다.  

봉준호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영화를 보는 형태는 매우 다양해졌다. 그것이 P2P 사이트 같은 불법 다운로드가 아닌 이상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2차 유통망인 IPTV 등 영화를 관람하는 다양성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옥자>의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

<옥자>는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동시 상영된다. 다소 자극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플롯은 이미 이러한 논란으로 가려졌다. 각본을 쓴 봉준호 감독에겐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매우 아쉬운 부분일테지만 칸 영화제에서 벌어진 사태는 서서히 사그라드는 듯했다. 

그러나 꺼진 줄만 알았던 불씨에 다시 불이 붙었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멀티플렉스 CGV가 극장 상영 거부를 표현한 것이다. 극장과 인터넷을 통한 동시 상영이 영화관 개봉으로 인한 1차 유통에 이어 IPTV와 같은 2차 유통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틀을 깰 수 있다는 것과 일정한 홀드백 기간이 이유였다. 홀드백 기간은 극장에서 선 개봉한 작품을 인터넷에서 후 서비스하는 기간으로 약 3주 정도라고 한다. 

사실 CGV의 극장 상영 거부는 매우 큰 의미다. 국내 스크린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대형 멀티플렉스이기 때문. 여기에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를 합치면 우리나라 상영관의 90% 이상이다. 

이번 작품 <옥자>는 콘텐츠 전문 유통사인 New와 손을 잡았다. New는 <7번방의 선물>, <감시자들>, <신세계>, <더 킹> 등 굵직한 작품들의 배급을 맡았다. 보이콧을 외친 CGV에 대항이라도 하듯, "관객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옥자>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표현했다. 이는 넷플릭스의 상영 방식과 콘텐츠 유통에 있어 새로운 플랫폼의 환영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옥자>는 결국 충무로 소재의 대한극장에서 시사회를 갖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오랜만에. 

참 아이러니하다. 대한극장은 20세기 폭스사의 설계로 약 1천900여 개의 좌석을 갖춰 지금으로부터 62년 전에 개관한 전통과 역사가 있는 극장이다. 대한민국에서 영화라는 문화산업의 부흥이 충무로에서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역할을 한 것도 대한극장일 것이다. 전통이라는 측면과 새로운 변화가 마주하게 되는 대한극장의 <옥자> 시사회는 전통 배급 방식을 말하는 칸 영화제와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유통 방식 변화가 맞부딪친 사건과 사뭇 비교된다.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독과점은 한두번 있었던 일이 아니다. 늘 관객들을 배려하고 영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부분이나 '이건 되고 저건 안되는' 모양새는 전혀 달갑지 않다. 

멀티플렉스의 <옥자> 보이콧.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지금 이 형국에 걸맞는 말이 아닐까? 

혹자는 말했다. "옥자 같은 영화를 휴대폰이나 태블릿에서 볼 영화는 아니다"라고.  

<옥자>의 한 장면.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와 미자(안서현)

이번 작품 <옥자>는 강원도 산골에 사는 미자(안서현)와 10년이나 함께 자란 옥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옥자는 미자에게 세상에 둘도 없는 가족이다. 평화로웠던 어느 날, 미란도코퍼레이션에서 옥자를 끌고 간다. 미자는 옥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여정에 나선다. 미란도코퍼레이션의 CEO 루시 미란도는 틸다 스윈튼이 연기했고 옥자로 인해 더 큰 성공을 꿈꾸는 죠니는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했다. (끝)


※ 그게 무엇이든 결국엔 볼 사람은 다 보게 되어 있습니다. <옥자>를 기다리며...

※ 아래 이미지는 <옥자> 페이스북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s://www.facebook.com/OKJA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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