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오래간만에 하늘이 땅을 적신다
비가 내린다.
잔뜩 흐린 구름 떼가 금방이라도 퍼부을듯 빗방울을 한가득 싣고 어느새 우리 머리 꼭대기에 내려앉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느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그렇게 파랗던 하늘이 구름으로 온통 가려져 자취를 감춘다.
투둑투둑.
한 방울.
두 방울.
급기야 회색빛 하늘로부터 쏟아져내리는 빗방울이 우산 위를 때린다.
우르르 쾅쾅.
정해진 곳도, 일정한 시간도 없이 울려대는 요란한 천둥소리와,
번쩍번쩍
하늘을 가르며 내리치는 번개가 지금의 이 빗소리와 함께 어우러진다.
예전에는 유난히 비를 싫어했던 것 같다. 호러물에나 어울릴 법한 천둥과 번개의 합주는 어린 나의 여린 마음에도 요동을 쳤다.
햇살이 안겨다 주는 화창함이 평화로운 온기로 느껴졌기 때문일까? 비 온 뒤에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낸 무지개의 흐릿함으로 어느새 마음이 녹는다.
우산을 들 필요도 없었고, 이리저리 튀는 빗방울에 내 바지가 젖지 않아도 됐으니까. 어쩌면 단순한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서
창가에 부딪히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따스한 커피 한잔과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나른한 여유가 공존했던 어느 카페에서의 모습이 생각났다.
지금 그 여유는 누군가에겐 과분한 사치고 또 누군가에겐 말도 안되는 과도한 설정.
더구나.
요즘처럼 타들어가는 그들의 마음과 메말라가는 땅의 갈증을 생각하면 오늘의 빗방울은 소중한 감사함일 터.
오늘 이렇게, 하늘이 단비를 뿌린다.
해갈이 필요했던 그 어느 곳에 더욱 달콤한 비가 내려주기를.
우산은 들면 그만이고 빗방울에 내 바지가 흠뻑 젖어도 되니까.
조금만 더 내려주렴.
2017년 비 오는 월요일, 가뭄에 단비가 되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