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흑백사진에 대한 지극히 짧은 단상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나온 사진보다 내가 다른 사람을 찍어준 후 그 결과물에 뿌듯해했던 나.
사진을 좋아하게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10여년이 흘렀다.
사진을 취미삼아 즐기는 난 오늘도 또 하나의 사진 한 장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 옛날.
몇 장 되지도 않는 흑백사진으로 추억을 되감아 본연의 색과 피사체가 가진 본질을 떠올려본다.
"아, 그땐 그랬구나"
서랍 속에 간직한 몇 장의 사진들이 주는 장면들 속에서 수많은 기억들이 머리 위를 스쳐간다.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복원하게 되면서,
검은색의 짙음과 옅음으로만 뒤덮인 흑백사진 속 피사체들이 다채로운 색을 입고 나타난다.
아날로그가 디지털이 되는 세상.
흑백사진은 그 나름대로의 멋이 존재한다.
고요하고 쓸쓸하며 정적이고 향수마저 자극하는 클래식함이 마치 마법 같다.
눈으로 보는 풍경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색은 한없이 예쁘지만 흑과 백으로 이뤄진 이미지에도 아날로그가 주는 고풍스럽고 엔틱 하며 클래식한 멋이 풍긴다.
과거로 돌아가는 듯, 단색의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고 고리타분 하지 않은, 중후함이랄까?
신이 주신 아름다운 색상에 흑백사진의 클래식함을 입혀봤다.
지금 이 몇 장의 사진들은 오래된 '과거'의 모습인 듯 흑백의 필터를 끼고 있을 뿐.
기록은 수만 가지의 색을 입고 있는, 결코 오래되지 않은 '현재'랍니다. 이들은 오늘도 다채롭게 빛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색을 뿜으며.
카메라를 챙겨 본래의 색을 담으러 나가봐야겠습니다. 신이 주신 그 아름다움을 찾으러.
Photograph by Pen잡은루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