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터지는 성추문 폭로, 그 끝은 어디인가?
1996년 개봉한 랄프 파인즈,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잉글리쉬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는 제6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작품상 등 9개의 오스카를 거머쥐었다. 2001년 작품인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도 7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에 올라 4개의 상을 수상했다. 이후 3부작으로 제작된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2003년 <킬빌>, 2004년 <콜드 마운틴>, 2009년 <바스터즈:거친 녀석들>, 2011년 <킹스 스피치>, 2017년 <윈드리버>까지 무려 200편이 넘는 작품들 뒤에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이라는 거물이 존재한다. 1952년생의 하비는 영화 제작자 및 프로듀서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영화 제작사이자 배급사인 미라맥스(Miramax)를 설립하기도 했다.
하비의 권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내로라하는 작품들을 뒤에서 영화 제작에 참여하며 전체를 주무르는 절대 권력이었기에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 역시 그의 말 한마디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다. 기네스 펠트로, 안젤리나 졸리 등 유명 여배우들과 영화사 직원들이 하비의 피해자'들'로 알려져 있다. 하비 와인스타인, 그의 웃음 뒤에 가려진 추악한 이면이 뉴욕 타임스(NYT)를 통해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끝없이 터져 나오는 성추문, 그리고 미투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영화계에 있어 거물급인 데다가 200여 편의 작품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의 성폭력과 성희롱 사건은 할리우드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미국 ABC의 <미스트리스(Mistresses)>에 사바나 역으로 출연했던 알리사 밀라노(Alyssa Milano)에 의해 '미투운동(#MeToo)'이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SNS를 통해 하비의 성폭력 행위를 비난하기 위한 일종의 캠페인이라 할 수 있다.
알리사 밀라노의 경우는 여성들이 트위터와 같은 SNS 공간에서 성폭행과 성희롱 같은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례와 사실을 공개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도록 했다. 미투 캠페인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리트윗을 하며 지지하기도 했다. 그 밖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피해 사례를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폭로전을 이어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원지방검찰청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미투 운동'의 대표적인 케이스라 하겠다. 서 검사는 검찰청 내부 전용 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를 통해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장례식장에서 검찰국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검찰국장의 성추행 사실과 서지현 검사의 폭로는 JTBC 뉴스룸을 통해 더욱 크게 알려졌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내에서 핵심 요직으로 조직을 뒤흔들 수 있는 절대권력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안태근 전 검사가 바로 그 장본인이다. 안태근 전 검사는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이 되었다. 안태근 당시 국장은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기도 했고 우병우를 불구속 기소처리로 마무리한 뒤 만찬을 즐기며 돈봉투를 건네 '돈봉투 만찬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 사건은 한겨레신문 보도로 알려지게 되었다.
안태근의 서지현 검사를 향한 성추행은 2010년 어느 장례식장에서 벌어졌다. 이 자리에는 법무부 장관도 참석했다. 안태근은 서지현 검사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지속했다.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지만 말리는 이는 없었고 안태근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 검사가 내부에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화살은 서 검사 본인에게 돌아왔다. 뛰어난 능력과 출중한 업무 수행 능력에도 불구하고 업무 경고에 이어 부당한 인사발령을 받기도 했단다. 안태근은 사실상 검찰에서 쫓겨난 것과 다름이 없지만 온누리교회 간증에서 자신의 청렴함과 결백을 강조했고 억울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온누리교회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영상은 삭제되었지만 그가 간증을 통해 이야기했던 '뻔뻔함'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이 간증 자체가 서 검사의 분노를 더욱 촉발시켰고 폭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https://tv.kakao.com/channel/2653101/cliplink/382075279
서지현 검사의 성추문 폭로는 '대한민국 미투 운동'으로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서지현 검사가 용기 있게 문제제기를 하고 폭로를 했던 것은 단순히 서 검사가 당한 성폭력의 피해와 억울함이 아니라 범죄를 당한 피해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는 것을 참을 수 없어서이다. 더구나 권력을 가진 자가 그렇지 못한 자들을 향해 가해를 하는 상황들은 세상에 알려지기가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피해자들이 두려움을 버리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풍토와 사회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여성 의원들 역시 법조계의 미투 운동을 지지하기도 했다.
문학계의 대부, 고은 시인의 성추문 사건
검찰 내에서 벌어졌던 성추문 사건과 미투 운동은 역병이 돌듯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미디어를 통해 충분히 알려진 공인들이 그 전염병의 숙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고은 시인이 성추문에 휩싸여 문화계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고은 시인은 1933년생으로 대한민국 문학계의 대부로 자리매김했으며 우리 문학을 해외에 알리는 등 국외 활동도 왕성하게 한 바 있다. 1988년 만해문학상의 주인공이었던 고은 시인은 수많은 시와 소설을 집필했고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수차례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영미 시인의 폭로로 인해 성추행 증언들이 나오자 고은 시인의 위상에 가려진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학원생의 몸을 더듬고 자신의 신체를 노출했다', '출판사 여직원의 손과 팔, 허벅지 등을 주물렀다'는 등의 증언들이 나왔고 최영미 시인은 최악의 추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최영미 시인은 고은 시인이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만지며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지만 문학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존재가 아니던가. 두 눈으로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력함을 느끼고 저항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욱 분노하게 만들고 미투라고 외칠 수 있었던 계기로 작용했다. 고은 시인의 절대적인 위상은 문단 권력의 핵심이라 그 뒤에 가려진 추태와 실체가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미투를 외친 그들의 용기와 다짐은 불타오르는 분노로 인한 복수심이 아니라 권력으로 인한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리라.
세종대로에 위치한 서울도서관 3층에 2017년 11월 '만인의 방'이라는 공간이 개방됐다. 고은 시인이 자신의 연작시인 '만인보(萬人譜)'를 집필했던 안성 서재를 재현한 것이지만 이번 성추문 사태로 인해 철거 작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철거 작업을 위한 가림막이 만인의 방을 전체를 가렸다. 고은 시인이야말로 자신으로 인해 생겨났던 성추문을 가리고 싶지 않았을까?
연극 연출가로서 연극계에서 거물급으로 자리매김했던 이윤택 연극 연출가 역시 성추문 가해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1952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일보 기자로 근무하다 연극판에 뛰어든 인물이다. 자신이 창작한 연극 <시민 K> 등 여러 작품들이 부산을 넘어 서울로 진입,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연출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해나갔다.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문 사실은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로 인해 전해졌다. 김수희 대표의 폭로 이후 이승비, 김지현 등 성폭행 및 성추행에 따른 배우들의 미투가 이어졌다. 이 중 배우 김지현은 이윤택의 성폭행 이후 임신에 낙태까지 있었다고 폭로해 더욱 파장이 일었다. 연극 무대를 사랑했던 김지현에게 이윤택의 가해는 트라우마로 자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극계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 불편하고 부당한 폐해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미투를 외쳤다고 한다. 김수희, 김지현 등 이윤택의 성폭력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만 16명에 달한다. 이윤택 역시 고은 시인과 함께 한 분야의 거장이자 권력이었기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폭력임이 자명하다. 김수희 대표 외 피해자들은 이윤택 연출가를 검찰에 고소했다.
문학계, 연극계에 이어 연예계에도 미투와 폭로가 이어졌다.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배우 조재현과 조민기 역시 가해자 리스트에 올라온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소위 ‘찌라시’라고 하는 짧은 글에 그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자들의 ‘미투’로 인해 사실로 밝혀졌다. 조재현 역시 이 바닥에서 큰 손으로 알려져 있다. 그 역시 그가 가진 권력을 성추행으로 이어간 셈이다. 피해자 역시 한두명이 아니다. 조재현은 제작 현장에서 피해 여성들을 불러내 억지로 키스를 하거나 엉덩이를 툭툭 치는 등 성추행을 했고 성관계를 시도하려고 했다는 증언도 존재했다. ‘지금껏 잘못 살아왔고 자신은 죄인이라며 상처 입은 피해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짧게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겠나.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조재현은 1965년생으로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조재현은 딸을 가진 평범한 아빠이기도 했다.
여기에 배우 조민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조재현과 조민기는 아빠와 딸의 관계를 관찰하는 SBS 예능 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 동반 출연하기도 했다. 조민기 역시 조재현과 동갑인 1965년생. 91년에 데뷔해 20여 년간 배우의 삶을 살아왔고 청주대학교 교수직에 몸을 담기도 했다. 조민기 역시 성추행 가해자로 밝혀졌고 피해자는 하나둘씩 계속해서 늘어만 갔다. 2월의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조민기의 카톡 내용이 공개돼 더욱 사태가 심각해지기도 했다. 당일 검색어 순위에서 밀려나지 않고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조민기의 카톡은 성희롱을 넘어서는 수위에 이르러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조민기 역시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잘못이다. 상처 입은 모든 피해자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미투 운동이 점차 번져나가면서 조민기, 조재현에 이어 천만 요정 오달수와 배우 최일화의 성추문도 밝혀졌다. 그간 여러 영화에서 천만 관객을 모아 '천만 요정'이라 불렸던 배우 오달수의 성추문은 사실로 믿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언론에서 그의 성추문 사건을 보도했지만 정작 오달수는 침묵했다. 그리고 얼마 후 사과문을 발표했다. 아래는 오달수의 사과문 전문이다.
오달수입니다.
최근 일어난 일련에 일들은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많은 분들께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을 다해 사과드립니다. 저로 인해 과거에도, 현재도 상처를 입은 분들 모두에게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전부 제 탓이고 저의 책임입니다.
지난 며칠 동안 견뎌내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 입장이 늦어진 것에 대하여 엄청난 비난과 질타에도 불구하고 깊고 쓰린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 대한 기억이 솔직히 선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바로 모를 수 있냐는 질타가 무섭고 두려웠지만 솔직한 저의 상태였습니다. 이점 깊이 참회합니다.
댓글과 보도를 보고 다시 기억을 떠 올리고, 댓글을 읽어보고 주변에 그 시절 지인들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의 내용과 제 기억이 조금 다른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확인하고 싶었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가슴이 터질 듯이 답답했습니다. 당시 이러한 심정을 올리지 못하고 그저 그런 적이 결코 없다고 입장을 밝힌 점 어떤 비난이라도 감수하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A님에게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맞다면 그 사람은 굉장히 소심했고 자의식도 강했고 무척이나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글 쓰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 희곡이나 소설을 써보라고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미 덫에 걸린 짐승처럼 팔도 잘렸고, 다리고 잘렸고, 정신도 많이 피폐해졌습니다. 감당하겠습니다. 행운과 명성은 한순간에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세상 이치는 알고 있습니다.
25년 전 잠시나마 연애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점이든 제가 상처를 드린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상처를 안고 살아온 것에 안타깝고 죄스러운 마음 무겁습니다. 금방은 힘들겠지만 그 상처 아물길 바랍니다. 그리고 A님이 원하는 방식으로 대면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엄지영 배우님께
저로 인해 어린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우님이 용기 내어 TV에 나오게 한 것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말하든 변명이 되고 아무도 안 믿어 주시겠지만 가슴이 아프고 답답합니다. 그러나 저에게 주는 준엄한 질책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부디 마음 풀어주시고 건강하십시오.
지금껏 살아온 제 삶을 더 깊이 돌아보겠습니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한 행동과 말에 대한 어떤 책임과 처벌도 피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제 행동으로 인해 2차 3차로 피해를 겪고, 겪게 될 모든 분들께 깊이 사죄드립니다. 그동안 제가 받기 과분할 정도로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께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렸습니다. 다시 한번 거듭 죄송합니다.
오달수는 최근까지도 작품에 출연하며 스크린을 장악했다. 더구나 주연급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개봉을 기다리는 작품들도 존재한다. 국내 관객 1천400만 명을 모아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신과 함께 - 죄와 벌>은 2편도 함께 제작된 영화인데 후속 편에 출연했던 오달수의 분량을 모두 드러내기로 했단다. 결국 대체 배우를 찾아 나설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오달수의 출연 분량은 완전히 사라졌다.
배우 최일화, 최용민 역시 성추문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연예계로 번진 미투 운동은 지금도 여전히 시끄럽다. 또한 여러 배우들이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나섰다. 3월 1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배우 김태리 역시 미투 운동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http://tv.kakao.com/v/383057717
맺는말
배우 김태리 역시 연극 무대에서 극단 생활을 했던 배우였기에 작금의 사태에 대해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참담하다고 했고 피해자들이 당한 고통의 크기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이 '폭로'와 피해-가해 사실에 대한 '사과'만 반복될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가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김태리의 코멘트는 미투 운동이 가진 긍정적인 모습과 껍데기에 불과한 사과와 사회적 구조의 맹점을 한꺼번에 짚은 셈이다. 정부부처는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을까? 사실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부분에 있어 무성의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피해를 입고 충격과 트라우마로 인해 한번 울음을 쏟아내고 법적인 제도와 지원이 없으니 또 다른 곳에서 두 번째 눈물을 흘린다.
국내에서 미투 운동의 붐이 일어난 지 한 달이 되었다. 불과 한 달 만에 가해자의 실체와 피해자의 미투는 우후죽순 늘어만 갔다. 피해자들의 2차적인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가해자들이 자신의 실체가 드러나자 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하거나 사과문을 내놓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진심으로 사과를 받아들이고 용서를 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부는 연기자들이고 일부는 권력을 가진 자들인데 사과문을 내놓았다고 해서 일단락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다시 그 영역에 몸을 담을 수 없게 될 만큼 그들이 가진 권력의 크기는 고통의 크기를 넘어선다. 피해자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사회구조에 직면하고 있어 반드시 뜯어고쳐야 할 부분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법이나 제도가 용기 있게 나서는 미투 캠페인을 올바르게 지원해주고 재발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운동은 우리나라에 상륙해 검찰, 문학계와 연극계, 연예계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 천주교 사제 성추행 사건으로 종교계, 서울시 미투 파문으로 공무원, 스쿨미투라는 명칭으로 교육계까지 번졌습니다. 잠자고 있던 화산이 폭발해 여기저기 불길이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범죄는 이미 벌어졌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시대에 같은 하늘을 보며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범죄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가해자에 대한 일벌백계와 피해자 구제를 위한 사회적인 환경과 구조가 바탕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배우 최일화로부터 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과거 최일화의 성폭력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처신했길래 그 꼴을 당하냐'라는 말들이 난무했던 시절이라 말했고 다시는 연극계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후환의 두려움이 자신을 좌절하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갖고 미투를 외쳤습니다. 사회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피해자는 울음을 그칠 수 없습니다. 피해자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권력을 가진 자들의 환한 웃음 소리로 가려져 우리는 이면을 보지 못합니다. 미소로 칠해진 가면 뒤에 추악함과 민낯이 오롯이 드러나려면 피해자들의 용기와 이를 지원해주는 또 다른 지지와 응원이 필요해보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이 글은 아래 사이트와 내용을 일부 참고했습니다.
<참고사이트>
- nytimes.com(2017.10.18), How the Harvey Weinstein Story Has Unfolded(NYT)
- hani.co.kr(2017.05.15), [단독] 국정농단 수사팀-조사대상 검찰국장...'부적절한' 만찬(한겨레신문)
- tv.kakao.com(2018.01.30), [영상] 안태근 검사 간증 영상 화제 "깨끗. 성실 공직생활"(MBN 이슈픽)
- lib.seoul.go.kr, 서울도서관
- JTBC 뉴스룸(2018.03.01), [인터뷰] 김태리 "단단한 고집 있는 배우?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