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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May 17. 2019

거대한 변화이지만 사실 변하는 건 없다?

130년 만에 재정의 되는 세상의 '단위', 그런데 이거 왜 바꾸는거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킬로그램(kg, kilogram)은 그램(Gram)이라는 질량의 기본 단위에 'kilo(1,000)'가 붙어 생겨난 '측정 단위(unit 또는 measure라고 한다)' 중 하나다.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쓰이고 있으니 이는 기본 단위이면서 필수 단위라 하겠다.

킬로그램이라는 단위를 포함해 시간의 단위인 '초(s, second)', 길이의 단위인 '미터(m, meter)', 전류의 단위인 '암페어(A, Ampere)' 등은 모두 국제단위계 SI(System of International units)에 따른 단위계의 척도이자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텀블러에 커피를 붓고 커피의 양을 측정할 때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값' 이 필요한데 이를 규정하고 정의하기 위한 것이 바로 국제단위계다.

산업이 발전하게 되면서 새로운 단위를 규정할 필요가 있었고 미터나 킬로그램을 포함해 국제단위계에서 7가지 기본단위를 지정한 바 있다.

7개의 기본 단위는 미터(m), 킬로그램(kg), 초(s), 암페어(A), 켈빈(K), 칸델라(cd), 몰(mol) 등이다.

※ 미터는 길이, 킬로그램은 무게, 초는 시간, 암페어는 전류, 켈빈은 온도, 칸델라는 밝기, 몰은 질량을 측정하는 단위다.


그런데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했던 국제단위들의 일부가 '재정의'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과학책에 자주 쓰던 단위들이 새로운 척도로 바뀐다는 것. 몸무게가 70'kg'이라면 kg이라는 단위를 새로운 단어로 부르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세대가 사용하던 단위들, 이젠 뭐라고 정의하게 될까?


거대한 변화, 하지만 변하는 건 없다

1875년 5월 20일 프랑스를 포함해 전 세계 17개국이 모여 국제미터협약이라는 것을 체결한 바 있다. 미터협약(Metre Convention)이란 길이나 질량의 단위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마련해 그 기준을 제정하고 보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한 국제협약을 말한다.

협약 체결 당시 길이의 단위를 미터(m)로 정한 것이고 이때 함께한 17개국이 함께 사용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매년 5월 20일, '세계 측정의 날'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위와 같은 국제 협약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2019년 5월 20일, 100년을 넘게 사용했던 킬로그램이라는 단위가 새로운 정의와 함께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130년 전인 1889년, 백금 90%와 이리듐 10% 합금으로 만든 '국제 킬로그램원기'의 질량으로 킬로그램을 정의해왔다. 킬로그램원기의 원본은 프랑스 파리에 존재하고 우리나라에는 그 복사본이 존재하는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소유하고 있다.

국제단위계의 궁극적 목표는 정의한 기준 자체가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즉 '불변'이어야 그 값을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0년 이상 아무런 변화도 없을 줄 알았던 '국제 킬로그램원기'의 질량이 육안으로는 알 수 없겠지만 실제로 수십 마이크로그램(㎍) 변했다는 것이다.

국제 킬로그램원기.  출처 : ABC news

"그게 무슨 의미야? 별것도 아닌데 그냥 쓰면 안돼?"

물론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국제단위계는 단위 자체가 불안정하고 충분히 변질될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규정한 값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 변화한다는 것은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질량의 기준을 신뢰할 수 없으니 이를 재정의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60개국이 국제도량위국인 BIPM(Bureau International des Poids et Mesures)에 회원국으로 존재하고 있고 BIPM 활동을 조정, 감독하는 국제도량형위원회 CIPM(The International Committee for Weights and Measures) 주관으로 국제 도량형 총회(CGPM, Conference General des Poids et Measures)가 4년 주기로 개최되고 있다. 26번째 총회는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2018년 11월 개최되었고 주요 안건이 바로 국제단위계 기본단위 재정의였다. 정회원국의 만장일치로 4개의 기본 단위를 재정의하기로 했다. 앞으로 변하게 될 기본 단위 4가지는 킬로그램(kg), 암페어(A), 켈빈(K), 몰(mol)이다.

국제단위계의 표준 단위들.  출처 : BIPM.org

플랑크상수로 변하게 되는 킬로그램

우선 킬로그램 단위의 기준은 자연의 기본 상수 중 하나이며 양자역학 현상의 크기를 나타내는 플랑크상수(Planck constant)로 대체된다. 플랑크상수는 보통 기호 h로 표기한다. 플랑크상수는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Max Karl Ernst Ludwig Planck)의 이름을 딴 것이다.  

플랑크상수 h=6.62606896×10−34 J·s

플랑크상수의 깊은 의미 그리고 이것을 왜 'h'라는 알파벳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킬로그램원기는 물리적으로 변화하여 1kg로 지정한 기준도 (수십 마이크로그램이긴 하지만) 변하지만 플랑크상수 자체는 절대적인 값으로 불변이라고 한다. 조금 쉽게 말하면 1kg이라는 값 자체는 중력이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무게를 갖게 되지만 플랑크상수는 어디에서도 변하지 않는 고정값이라는 의미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영국 국립 물리 연구소의 브라이언 키블(Bryan Kibble)에 의해 발명된 키블 저울(Kibble Balance)은 플랑크상수와 물체의 질량을 연결해 사용하는데 기계적 일률(W)과 전기적 일률(W)이 같다는 원리로 플랑크상수를 구해 보다 정확한 킬로그램을 정의하게 된다.

키블저울은 킬로그램과 같은 무게에 대한 정의와 더불어 전기, 시간, 길이 등 측정 가능한 단위를 표준화할 수 있는 계량 기계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단 6개국에만 존재하는 희귀품이기도 하다.

상수는 불변하지만 킬로그램원기의 경우 지금처럼 산화하게 되면 1kg는 물론이고 1g에도 큰 차이를 보일 수 있게 된다. 흔히 우려하는 것이 금이나 다이아몬드의 무게를 측정하는 것인데 킬로그램원기의 질량이 달라지게 되면 고가의 제품군 그리고 그 산업 분야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변하지 않는 값, 플랑크상수가 그 대안이 될 수 있게 된다.


절대온도도 변하게 되는군요!

우리가 절대 온도라는 개념으로 사용해왔던 켈빈 값 K 역시 재정의한다.

절대 온도라 하면 'absolute temperature'라고 하지만 아일랜드 출생이자 영국 국적을 가진 켈빈 남작(윌리엄 톰슨, William Thomson 1st Baron Kelvin)의 이름을 따서 'Kelvin temperature'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기 에너지와 열역학에 대해 수학적으로 분석한 과학자다. 그는 자신의 열역학에 대한 지식을 기반하여 '절대 온도'라는 개념을 제안했는데 물의 삼중점(triple point)을 기준으로 한다. 삼중점이라 하면 고체, 액체, 기체 등 3가지 형태의 특정 온도가 모두 평형을 이루어 공존하는 경우다. 다시 말해 물(water)이 얼음(고체), 물(액체), 수증기(기체)가 공존하는 상태로 온도를 정의하는 기준점이다. 국제 도량형 총회인 CGPM에서 물의 삼중점을 273.16°K로 정의한 바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는 물의 삼중점을 측정할 수 있는 셀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물'이라는 것으로 기준을 삼았던 것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물에 포함되는 동위원소(Isotope)에 따라 삼중점 상태로 만들어지는 온도 자체가 다를 수 있다는 것. 동위원소라 하면 똑같은 원소라 양자수는 모두 같은데 중성자 수가 달라 질량 또한 다른 원소를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온도에 대한 미세한 차이가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대체된 것이 볼츠만 상수(Boltzmann constan)다. 역시 플랑크상수처럼 변하지 않는 물리적인 값을 이용한다고 한다. 물리학에서 이상기체를 압력, 부피, 온도의 함수로 다루는 데 있어 사용하는 보편 상수인데 기호를 알파벳 k를 사용한다. 기체 상수를 R이라 하고 1몰(mol) 중 분자수를 아보가드로(Avogadro) 수 NA라고 할 때, 기체 상수를 아보가드로수로 나눈 것이다.

'R/NA=k'
여기서 아보가드로수(Avogadro's number )는 어떤 물질 1몰(mol)에 해당하는 양이 있다고 했을 때 여기에 담겨있는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의 개수를 의미한다. 물질이 갖고 있는 물질량, 그 물질의 실제 질량과 연결해주는 상수다.


전류 단위에 흔히 쓰이던 암페어는 기본 전하 e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보도자료에서 암페어의 의미 중 "무한히 길고 직경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이라고 표현했다. 암페어라는 단위는 1948년 정의되어 (깊은 의미에서) 모호한 수준으로 지금까지 활용되어 왔다. 무한히 길고 직경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것이 진짜 현실에서 가능한지에 대한 '모호함'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기본 전하를 나타내는 상수를 눈여겨보게 된 것. 지금까지 사용했던 암페어 대신 '단위 시간당 전하의 흐름'으로 새롭게 정의되며 기본 전하 e를 C 단위로 나타낼 때 '1.602 176 634 ☓ 10-19(10의 -19승) C'라는 값으로 고정된다.


물질의 양 '몰'은 아보가드로 상수로 재정의

물질의 양을 나타내 왔던 몰(mole)에는 탄소-12(12C)의 0.012킬로그램에 있는 원자의 개수가 정의된 개념에 포함되었는데 킬로그램의 정의가 바뀌면서 몰에도 영향을 주게 되었다.  

탄소-12의 12g에 있는 원자 개수를 세어보면 아보가드로 상수(NA)라는 기본 상수가 나오게 된다고 한다. 어떻게 측정하느냐에 따라 결과 값에 차이를 보인다고 하지만 아보가드로 상수라면 몰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고 한다. 측정방법에 따라 미세한 값의 차이를 보여 왔다. 이 말은 곧 아보가드로 상수를 정확하게 안다면 몰을 더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보가드로 상수 NA = 6.022 140 76 × 1023  mol-1(10의 23승, 몰의 -1승)



개정된 국제단위계 체계를 정의하는 상수들.  출처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보도자료(18.11.16)

사실 필자는 상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특히 국제단위계 체계를 정의하는 상수의 값을 어떻게 구현했으며 이것이 절대 불변이라는 깊은 개념에 대해 인지하기 어려워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해보고 정리하는 차원에서 글을 남긴다.

사실 과학계에서 이러한 값을 매우 중요하다. 킬로그램의 기본적인 성질 그러니까 130년간 변하지 않았던 개념이 조금씩 산화하기 시작하면서 미세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면 향후 이를 기반으로 하는 많은 분야에 영향을 끼치게 되니 '재정의'는 언젠가 필요한 것이었다. 단위를 정의하는 개념이 바뀐 것이지 그렇다고 우리의 몸무게가 줄거나 늘지는 않는다.

국제도량형국이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모두 이러한 변화는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물론 측정표준기관의 경우나 과학계, 교육계 등에는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깊게 파보면 매우 큰 변화일 수 있지만 실제로 변하는 것은 없다. 기본 상수에 의해 개념을 정의하면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갖출 수 있고 무엇보다 이 값에 대한 신뢰도가 보장될 수 있다. 킬로그램원기는 어차피 변한다고 했으니 플랑크상수가 대체할 것이고 켈빈 값을 정의하던 특정물질 '물'에 대한 이슈나 암페어의 모호함 모두 위와 같이 불변의 값으로 변한다는 것만 인지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 역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어렵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거대하지만 특별한 변화 없는' 단위 체계에 대해 이렇게 남겨봅니다. 아래 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  


<참고>

- 국제도량형국(Bureau International des Poids et Mesures), bipm.org

- <'단위 재정의' 최종 의결... 불변의 단위 시대 열렸다>(2018.11.16),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보도자료

- Planck's constant, britannica.com/science

- Kilogram: The Kibble Balance, nist.gov(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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